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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한국 새 정부, 미 ‘확장억지 공약’ 신뢰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한국 새 정부가 북한의 핵 역량 고도화에 대응해 확장억지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확장억지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건데요, 일각에선 미국이 국가안보를 고려해 현실적으로 접근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0일 출범한 윤석열 한국 정부는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확장억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을 앞두고 진행한 VOA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확장억지 논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지금 전 세계적으로 NPT, 핵의 비확산체제를 대부분은 동의하고 하나의 규범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인데 지금 북핵에 대응하는 방법으로 계속 확장 억제가 강조돼 왔고, 우리가 확장 억제에 더 깊이, 미국과 더 내밀하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참여를 해야 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앞서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워싱턴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측의 정책협의대표단이 미국에 확장억지 강화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주 한국 방문에서 ‘확장억지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사키 대변인] “President Biden will make clear that our commitment to security of the Republic of Korea and Japanese allies reiterate our commitment, I should say, including our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 is ironclad. So that will certainly be a part of the discussion.”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지난 4일 한국 국방장관과의 전화 협의에서 “확장억지를 포함한 모든 범위의 미군 능력을 활용해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미국의 철통 같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방부는 밝혔습니다.

확장억지는 미국의 동맹국이 제3국으로부터 핵 공격 위협을 받으면 미국이 핵 억지력을 이들 국가에까지 확장해 제공한다는 의미로, 핵무기가 없는 한국이 이를 통해 북한의 핵 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미한 안보협의회(SCM) 등 여러 국방 당국의 문서를 통해 “모든 범주의 군사능력을 운용하여 한국에 확장억지를 제공한다”는 공약을 거듭 확인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북한이 핵과 미사일 역량을 강화하는 동안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몰두하면서 북 핵 위협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적 인식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역량이 고도화되는 상황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주요 선거 때마다 일각에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불안감과 무관치 않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1일 VOA에, “안보의 일부를 다른 나라에 의존해야 하는 나라들은 항상 이런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So any nation is going to be nervous, if it has to rely for part of its security on another nation. Allies always need to be reassured repeatedly that our commitment has not waned…North Korea's ever increasing nuclear and missile threat to the United States has raised growing allied concerns about the viability of existing deterrence measures as well as the US commitment to their defense.”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특히 “미국에 대한 북한의 증가하는 핵과 미사일 위협은 기존 억지 조치와 방어 공약의 실행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따라서 동맹에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끊임없이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연합훈련 재개,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배치’ 등과 함께 미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등을 제안했습니다.

미국과 한국은 외교·국방 고위급이 참여하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를 지난 2016년 10월 공식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미북, 남북 대화가 시작된 2018년 1월 이후 4년 넘게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의 새 정부는 이 협의체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워싱턴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직 미국 관리 등 전문가들은 미국은 다양한 조치를 통해 확장억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미연합사 작전참모 출신인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한국 방어에 전념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핵무기 공격에 대한 방어도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맥스웰 선임연구원] “I think that extended deterrence is very important, and the United States is committed to the defense of South Korea, and that includes defense against nuclear weapons. We are not at the point of trading San Francisco for Seoul or New York for Seoul, and we should never talk in those terms. ”

맥스웰 선임연구원은 ‘억지력은 작동하지 않을 때까지 작동한다(deterrence works until it doesn't)’ 면서 “미한동맹의 강력함과 결의는 북한의 공격 가능성을 확실히 낮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태평양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국대사도 최근 VOA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 억지력으로 한국을 도울 것으로 믿는다”면서 “확장억지는 양국 간의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해리스 전 대사] “I believe that the US really would help South Korea with our nuclear with our strategic deterrence. It's a matter of trust.… we were 20,500 American troops were many of their families on South Korean soil.”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에는 2만 명이 넘는 미군들과 그들의 가족이 있다”면서 이는 “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과 결의를 보여주는 매우 강력한 증표”라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재단의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미국이 무엇을 더 이상 할 수 있겠는가”라며, 확장억지를 확인하는 많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거론했습니다.

한국에 2만 8천 500명에 달하는 미군이 위험을 감수하며 주둔해 있고 많은 군사 장비들을 배치했으며, 유사시 미군을 추가로 증원하는 작전계획을 수립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부터 국방장관에 이르기까지 각급에서 확장억지 공약을 재확인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국방 안보 전문가인 브루킹스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도 “한국에 미군을 포함해 많은 미국 시민이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공격이 우리에 대한 공격이며, 한국에 대한 핵 공격이 정권의 종말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사실을 평양에 상기시켜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 “The key point here is that American citizens remain in south Korea in large numbers—and so do American troops. But we should remind Pyongyang matter-of-factly that an attack on South Korea is an attack on us, and a nuclear attack on South Korea makes much more likely the end of its regime. We should not overthink this problem. I don’t favor big changes here, largely for the reasons noted above, and because we don’t want to provoke Pyongyang by using overly bellicose language.”

오해런 선임연구원은 다만 “지나치게 호전적인 언어로 평양을 자극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확장 억지와 관련해) 큰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방부 등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미국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은 “미한 연합 억지와 방위태세가 매우 견고하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확장 억지와 관련해 더 많은 확신을 원하는 것 같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억지나 확장 억지에서 어떤 틈이 존재한다고 여길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프랭크 엄 선임연구원] “I think it seems that our combined deterrence and defense posture is very robust. And it seems to be a bit of threat inflation, to continue to seek greater extended deterrence commitments and reassurances when our defense and deterrence has been very strong…I think that's more of a reassurance issue for the Yoon Administration, but I don't I don't get the sense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feels that there is any gap in deterrence or extended deterrence.”

그런가 하면 미국이 ‘자국 안보’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확장억지’ 개념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각에선 나옵니다.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제니퍼 린드 교수는 미국과 한국이 방위조약을 체결한 당시 상황과 지금은 많이 변했다며 “현재 한국인들이 미국의 확장억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제니퍼 린드 교수] “It’s natural that South Koreans would start to doubt the US extended deterrent to South Korea these days. The conditions under which our two countries formed an alliance were very different from today. The big change is North Korea’s development of both nuclear weapons and an intercontinental missile capability. Today, if North Korean attacks South Korea with nuclear weapons and the US retaliates, North Korea could attack American cities, killing millions of Americans. Given this, it makes sense for South Koreans to ask, is this something an American leader would actually do? So it’s not surprising that despite the two countries’ many shared interests and long history of cooperation, these discussions are occurring right now—and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feels the need to offer these reassurances.”

린드 교수는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 개발을 지적하며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에 보복한다면 북한은 미국 도시를 공격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한국인들이 ‘이것이 미국 지도자가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인가’ 질문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진단입니다.

린드 교수는 그러면서 “두 나라의 공통의 이해와 오랜 협력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의가 지금 이뤄지고 바이든 행정부가 이런 확신을 제공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린드 교수는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로 미한동맹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핵무장은 이를 해결할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출신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선임연구원은 “오늘날 김정은이 괌 등 미국의 영토와 오키나와와 도쿄 등 동아시아 미군 기지는 물론 미국 본토에 보복 공격을 할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의 정책 입입자들이 핵우산의 실행 가능성에 대해 점점 더 긴장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밴도우 선임연구원] “Today Kim is increasingly able to retaliate against the U.S. homeland, as well as wreak havoc in East Asia, which includes American territories (Guam, Commonwealth of Northern Mariana Islands) and bases (Okinawa and Tokyo). Thus, U.S. policymakers are understandably growing more nervous about the viability of the nuclear umbrella… U.S. policymakers should level with the public, note the rising costs and risks of the American commitment, and listen to people's responses. An honest and open dialogue is needed since most Americas probably don't want to commit national suicide.”

밴도우 연구원은 미국 정책 입안자들이 미국의 핵우산 공약에 대한 비용과 위험 증가에 주목하고 국가 안보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 여론을 고려해 이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 개방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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