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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한국 대통령 취임사 대북정책 원칙 강조...북한 도발 언급 없이 신중한 입장 보여"


윤석열 신임 한국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한국의 윤석열 새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북한의 최근 잇단 무력시위에 대한 언급 없이 비핵화 전환을 전제조건으로 과감한 경제협력 의지를 밝혀 신중하고 절제된 입장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에 영향을 줄만한 구체적인 제안은 없어 북한의 대미 대남 강경책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10일 취임사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해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북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대화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상대로 여기되 비핵화 협상은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추진하겠다는 대북정책 기본 방향을 확인한 겁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해 올들어 벌써 15차례 이어진 북한의 무력시위와 이에 대응한 억지력 강화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제90주년 경축 열병식에서 북한의 ‘근본 이익’이 침탈될 경우 핵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며 선제적인 핵 공격 가능성까지 공언한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취임 일성이 예상보다 신중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나왔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윤석열 새 정부가 대북 강경파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되면 대북정책을 펴는 데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북한에 도발 명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관측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박형중 박사는 북한의 도발 드라이브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정세 판단 아래 윤 대통령이 대북정책의 원칙을 추상적으로 얘기하면서 상황 변화를 기다리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형중 박사] “북한 도발이 당분간 높은 강도로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해서 견제를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피하는 식의 정책원칙을 밝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담대한 계획’ 같은 단어는 한국 정부가 갖고 있는 적극적 의지를 추상적으로 표현한 것이지만 아직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일단 시간을 두고 기다리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담대한 계획’ 발언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기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 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비핵 개방 3천’과 유사한 ‘선 북한 비핵화, 후 대북 지원’ 입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그러나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핵을 대북 제재 완화와 바꾸지 않겠다고 밝혔고, 미-북, 남북 대화 재개의 조건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그 중에서도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경제 중심적 접근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정성장 센터장] “이명박 정부 시기의 ‘비핵 개방 3천’과 유사한 ‘선 비핵화 후 대북 지원’ 입장을 천명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윤 대통령의 입장에는 북한의 안보상 고려가 들어가 있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단순히 경제 지원을 위해서 비핵화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 확보라는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를 내세운 한국 측의 핵 포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며 자력갱생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북한이 앞으로도 자신들의 계획에 따라 핵 무력 고도화를 위한 도발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코로나19 상황이 통제가 될 때까지, 최소한 그 기간까지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계획에 따라서 핵과 미사일, 7차 핵실험을 비롯해서 계속 고도화할 가능성이 높고 더불어서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 계속해서 강경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아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0일 윤 대통령 취임식 직후 비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조선신보’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대미종속과 반북대결 노선의 강행을 표방하고 있다며 “동북아시아의 화약고인 한반도 정세 불안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대내 매체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매체에서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은 윤 대통령의 취임사가 예상보다 유화적이었다는 점에서 북한도 한국 새 정부의 대북정책이 행동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윤 당선인 취임사가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 흐름을 바꾸진 않겠지만 북한이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스스로 대화 모멘텀을 만들 명분은 준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일단은 취임을 했고 곧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을 하시고 회담이 계획이 돼 있기 때문에 전반적 상황을 봐가면서 자기들의 선택지를 아마 고민하리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내 일각에선 새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회담 제안 등 보다 적극적인 대화 제안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국이 먼저 대화 제의를 하면 그런데 만약 북한이 거부를 하면 그 이후 긴장 조성의 상당 부분 책임은 북한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렇다면 국제사회 공조를 이끌어 가는데도 더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거든요.”

북한의 도발 공세가 두드러지고 핵 무력 고도화가 진행되는 국면에서 한국의 주도권 확보나 명분싸움 측면에서 최고위급 대화 제안이 유효한 방법일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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