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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개성공단 내 버스 정기 운행 정황...‘붉은 물체’ 등 위성사진 포착 


개성공단의 섬유생산 지구를 촬영 9일 자 위성사진. 자료=Planet Labs

북한이 개성공단에서 한국 측 자산을 무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정황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한국산 버스 10여 대가 정기적으로 공장에 정차하고 물품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건물 앞에 놓였다가 사라지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개성공단의 한 공장 건물 앞 공터를 촬영한 ‘플래닛 랩스’의 9일 자 위성사진에서 파란색 물체 여러 개가 포착됐습니다.

9일 개성공단의 한 건물 공터 앞에 파란색 물체(위 사각형)이 포착됐다. 이 물체는 앞선 (시계방향으로) 7일과 4일 해당 장소에 없었지만 3일에는 확인된다. 고화질 위성사진을 통해 해당 물체가 버스 9대(아래 사각형)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9일 개성공단의 한 건물 공터 앞에 파란색 물체(위 사각형)이 포착됐다. 이 물체는 앞선 (시계방향으로) 7일과 4일 해당 장소에 없었지만 3일에는 확인된다. 고화질 위성사진을 통해 해당 물체가 버스 9대(아래 사각형)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자료=Planet Labs

해상도가 낮아 정확한 상황 파악은 어렵지만, 이달 4일과 7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해당 지점이 비어 있어 파란색 물체가 9일 일제히 등장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파란색 물체는 이달 3일에도 찍혔는데, 수개월 치 위성사진을 검토한 결과 지난해 8월부터 이 장소에 출몰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VOA가 지난해 8월 촬영된 고화질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니 해당 파란색 물체는 건물 앞에 주차된 여러 대의 버스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현장의 파란색 버스는 총 9대로 모두 앞부분을 남쪽으로 향한 채 건물의 동쪽 입구 쪽에 바짝 붙어 서 있는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8월부터 가장 최근인 이달 9일까지 해당 공장 건물에 버스 9대를 정기적으로 주차해 왔다는 분석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들 버스가 한국 자산으로 추정된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버스는 모두 본체는 파란색, 지붕 일부는 하얀색으로 덮여 있는데 이는 과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북한 근로자 출퇴근 편의를 위해 제공한 현대자동차의 대형버스 ‘에어로시티’의 모습과 동일합니다. ‘에어로시티’는 지붕에 하얀색 에어컨이 설치돼 있어 위성사진만으로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한때 근로자 통근용으로 운행돼 온 한국 측 버스가 개성공단 내 같은 장소에 주차를 반복하는 듯한 정황은 북한이 해당 공장을 계속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또 다른 추론으로 이어집니다.

‘에어로시티’ 버스 1대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이 25~50명(입석 시)인 것을 고려할 때 9대의 버스에는 최대 450명의 북한 근로자가 탑승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해당 건물이 어떤 제품을 생산하던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과거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가 공개한 업체별 현황 지도에 따르면 이 일대는 ‘가죽과 가방, 신발 지구’에 속합니다.

개성공단 내 공장이 가동되는 듯한 흔적은 또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습니다.

‘섬유, 봉제, 의복’ 생산 지구에 위치한 한 공장의 경우 건물 앞 지대에 정기적으로 나타나는 파란색 물체와 별개로 붉은색 물체도 종종 나타났습니다.

7일 개성공단의 한 공장 건물 앞 공터에 붉은 색 물체가 놓여 있는 모습(왼쪽, 자료=Planet Labs). 지난해 5월 위성사진(가운데, Maxar Technologies 촬영)에는 해당 장소가 비어 있는데 공장 가동이 한창이던 2015년 촬영된 위성사진(CNES / Airbus 촬영)에서 붉은색 물체가 확인된다. (자료=Google Earth)
7일 개성공단의 한 공장 건물 앞 공터에 붉은 색 물체가 놓여 있는 모습(왼쪽, 자료=Planet Labs). 지난해 5월 위성사진(가운데, Maxar Technologies 촬영)에는 해당 장소가 비어 있는데 공장 가동이 한창이던 2015년 촬영된 위성사진(CNES / Airbus 촬영)에서 붉은색 물체가 확인된다. (자료=Google Earth)

7일 촬영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북쪽의 건물 부근에 붉은색 물체가 뒤덮인 모습이 확인되는데, 이 물체는 9일 자 위성사진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이 붉은 물체의 정체는 판독이 어렵지만, 개성공단이 폐쇄되기 직전까지 이 공장에서는 붉은색 천 혹은 덮개가 자주 발견된 바 있어 동일 품목 여부가 주목됩니다.

실제로 2015년 촬영돼 ‘구글어스’에 공개된 ‘프랑스 국립우주원’과 ‘에어버스’의 위성사진에는 붉은색 물체가 해당 건물 앞 공터 곳곳을 메운 장면이 확인됩니다.

따라서 북한이 이 건물에서도 모종의 활동을 재개한 게 아니냐는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개성공단 내 공장 최소 4곳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9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개성공단 내에서 차량 움직임 등을 포착해 북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면서 북한이 한국 측 시설을 무단으로 재가동하고 있을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개성공단을 가동하는 듯한 정황은 이전부터 계속 포착돼 왔습니다.

실제로 VOA는 지난 2017년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한국 측 버스 30여 대가 정기적으로 개성공단 내 차고지를 기점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일부는 개성 시내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트럭 한 대(아래 붉은 원 안)가 개성공단의 한 공장건물에 맞댄 상태로 정차해 있다. 사진 위쪽 도로에는 버스가 달리고 있다. 자료=Google Earth
트럭 한 대(아래 붉은 원 안)가 개성공단의 한 공장건물에 맞댄 상태로 정차해 있다. 사진 위쪽 도로에는 버스가 달리고 있다. 자료=Google Earth

VOA는 또 같은 해 11월 촬영된 위성사진에서 대형 트럭 한 대가 섬유공장으로 추정되는 건물에서 물건을 싣거나 하역하는 장면을 확인했으며, 2020년에는 개성공단 내 공장부지 10여 곳에 인원과 물체가 포착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 5월 ‘맥사 테크놀로지’의 위성사진에는 대형 트럭 1대와 하얀색 승합차 2대가 개성공단 내 각기 다른 도로를 주행 중인 모습도 보입니다.

개성공단은 남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 2005년 첫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후 120여 개 한국 기업체가 입주해 최대 5만 명에 이르는 북측 근로자를 고용해 운영돼 왔습니다.

그러나 2016년 2월 한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을 이유로 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한국 측 자산에 대한 전면 동결을 선언했으며 지난 2020년엔 한국 탈북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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