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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한국 새 정부 출범 앞두고 또 미사일 발사...청와대 "안보리 결의 위반 규탄"


북한이 지난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지난 3월 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에 따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시험 발사했다며 다음날 관영 매체를 통해 공개한 장면. (자료사진)

북한이 한국의 윤석열 정부 출범을 눈앞에 둔 시점에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찰위성용 발사체로 위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4일(한반도 시간) 낮 12시 3분께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에 따르면 탄도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470km, 고도는 약 780km로 탐지됐으며, 속도는 마하 11로 포착됐습니다.

오니키 마코토 일본 방위성 부대신은 미사일이 최고고도 약 800km로, 약 500km를 날아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밖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도발은 북한이 지난달 16일 오후 6시께 함흥 일대에서 대남용으로 평가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 2발을 발사한 지 18일 만이자, 올해 공개된 14번째 무력시위입니다.

미-한 정보 당국은 현재 세부 제원을 정밀분석 중이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정찰위성을 저궤도로 올리기 위한 발사체 시험발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이번 미사일 기종과 관련해 “ICBM일 수도 있는데 그보다 사거리가 좀 짧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정찰위성 발사체로 포장한 ‘화성-15형’ 또는 ‘화성-17형’ ICBM의 시험발사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화성-17을 1,2차 발사 때는 위성으로 위장을 하면서 고도를 600km까지 올렸으니까, 그러다가 3월 16일 3차 발사 때 대폭발을 한 거잖아요. 그렇다고 치면 북한이 최근 관영매체들이 화성-17을 마치 엄청난 ICBM처럼 대외에 많이 선전을 하고 있는데 그 차원에서 지난 3월16일 화성-17 폭발 사고 원인을 찾아서 이번에 지난 1.2차 발사 때보다 고도를 200km 올려서 재시험발사를 한 게 아닌가 추정됩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2월 말과 3월초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정찰위성 개발을 명분으로 화성-17형을 쐈고 이어 3월 16일에도 쐈지만 발사 직후 폭발했습니다.

한국 군 당국은 2월 말 발사된 미사일은 비행거리 300km, 고도 620km, 그리고 3월 초 발사된 미사일은 비행거리 270km, 고도 560km로 추정했습니다.

한국 청와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면서 국제사회의 평화 안정 요구에 배치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오는 10일 신정부 출범을 앞두고 굳건한 군사적 대응 능력과 공고한 미-한 동맹을 바탕으로 어떤 위협에도 확고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종섭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습니다.

[녹취: 이종섭 후보자] “특히 우리 군의 대북 억제 및 대응 능력을 집중적으로 보강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겠습니다.”

이번 발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5일 북한 주민들이 보는 가운데 열병식 연설을 통해 핵무기를 전쟁 방지뿐 아니라 근본이익 침탈 시도에도 사용하겠다며 ‘선제 핵공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첫 도발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한 연합훈련이 종료된 시점을 맞춰 도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종섭 후보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모종의 반발은 이미 예상이 됐거든요. 그러니까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 그 다음에 정찰용 위성 개발을 위한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있었고요. 따라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시점에 맞춰서 정치적 타이밍을 조절했다 이렇게 봐야겠죠.”

한편 한국을 방문 중인 중국의 북 핵 수석대표인 류샤오밍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며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습니다.

류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로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 이 같은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은 자신들의 국방력 강화 계획에 따른 자위권 차원의 행위라는 논리에 따른 것이라며, 류 대표 방한에도 신경쓰지 않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중국이 와서 뭘 얘기하더라도 북한 입장에선 이것이 한반도 상황을 긴장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위권 차원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한 발 더 나아가서 오히려 자신들이 이런 능력을 가질수록 세력균형이 이뤄져서 한반도에 안정을 가져온다는 논리를 강변하고 있거든요.”

오는 10일 한국의 윤석열 새 정부의 공식 출범, 21일엔 미-한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어 북한이 연쇄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이종섭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의 전술적 도발은 한국 군 대비태세가 확고하므로 쉽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전략적 도발은 아마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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