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북한 주민들, 정권의 정보 통제에 대응할 기술과 지식 갖춰”


지난해 5월 북한 평양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5월 북한 평양의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한 남성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자료사진)

세계 최악의 통제 국가 중 하나인 북한에서 주민들이 정권의 스마트폰 통제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 민간단체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북한 정권 또한 이런 움직임에 대응해 기술적,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대북 정보유입 단체 루멘은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이 정권의 정보 통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지식과 도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탈북민들과의 면담을 토대로 작성한 ‘폭로 프로젝트: 북한의 디지털 통제 체계에 관한 새로운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정권의 스마트폰 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외부 정보 접속을 막기 위해 콘텐츠 인증 체계를 도입해 인증을 받지 않은 응용 프로그램이나 영화, 음악 등은 스마트폰에 다운로드 받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스마트폰 기기에 ‘열람리력’이라는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휴대전화 사용을 감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에는 인터넷이 차단된 북한 주민들은 국가 정보 통제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공격할 만한 지식과 도구가 없을 것이라고 가정했었지만 이번 연구 과정에서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한 두 명의 탈북민 모두 USB케이블로 스마트폰을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해 응용 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국가 보안 프로그램을 우회했다는 겁니다.

보고서는 이런 방식을 통해 북한 정권이 승인하지 않은 응용 프로그램과 사진, 음악, 영화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모든 스마트폰에 탑재된 ‘열람리력’ 응용 프로그램이 자동 촬영하는 스크린샷에 접속해 이를 삭제할 경우 휴대전화의 재판매 가치가 높아졌다며, 북한 주민들이 관련 기술을 파악했음을 시사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당국이 이에 대응해 기술적 조치는 물론 법적 조치까지 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 사례로 북한이 2017년 이후 내놓은 스마트폰 평양 2419 모델부터는 USB케이블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을 들면서, 이 같은 조치는 북한 정권이 USB를 통한 해킹에 기술적으로 대응한 방법들 중 한 가지로 보인다고 풀이했습니다.

또 무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근거리 통신망인 와이파이(Wi-Fi)를 도입했다가 외부 정보 접속 우려로 바로 금지했던 북한 정권이 최근 다시 도입한 것은 와이파이 상에서 콘텐츠를 통제할 수 있는 요령을 터득했기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2020년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도 정보 기술과 관련한 북한 정권의 우려가 반영돼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이 법에 불법적으로 휴대전화 조작체계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으며, 이는 북한 당국이 우려할 정도로 그런 관행이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권이 기술을 장려하면서 동시에 통제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있다고 파악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기술에 능숙한 사람들이 국가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다는 이로운 점을 인식하면서도 이들이 정보 통신 기술에 대한 통제되지 않은 접근을 하게 되면 정권에 큰 위협을 줄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동시에 국가의 기술 사용 증가가 북한 주민들에게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습니다.

국가의 기술 발전이 주민들의 삶에 일부 혜택을 줄 수는 있지만 이로 인해 정권이 주민들의 개인적인 삶에 더 침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보고서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마틴 윌리엄스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27일 열린 보고서 관련 화상 토론회에서 북한 주민들의 정권의 디지털 통제에 더 직접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연구원] “For the first time, we're seeing evidence of a relatively complex technical response by North Koreans inside the country to state digital control. This is a little more of a

윌리엄스 연구원은 북한 주민들이 주로 중국에서 만들어진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해 통제를 우회하거나 무력화시키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며, 향후 북한에서 이런 움직임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스마트폰 통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황이 보인다고 해서 정권의 디지털 통제에 저항하는 지하 해커 조직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윌리엄스 연구원] “I don't want people to get the wrong idea here. We're not saying that there's a sort of large underground hacker resistance in North Korea or anything like that. I don't think it doesn't seem to be particularly organized at the moment and I would be surprised if this is very, very widespread. But certainly, I think this is all evidence that we're seeing the first sprouts of something like this starting to form and how it develops.”

현재 이런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는 겁니다.

윌리엄스 연구원은 다만 이런 움직임이 이제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는 확실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이것이 발전해 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