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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 북한 구금시설 인권유린 정보 수집…“최고위급 형사 책임 가려낼 것”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인권범죄 모의재판에 참석한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운데)와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판사(오른쪽),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 인권범죄 모의재판에 참석한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가운데)와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판사(오른쪽),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린 모의재판에서 북한의 구금 시설들에서 자행되는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들이 낱낱이 드러났습니다. 이번에 제시된 증거 자료 분석을 통해 북한 최고위층의 형사 책임을 가려낼 계획입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각국의 반인도 범죄를 다뤘던 국제 법조계의 저명 인사들이 4일 워싱턴에 모여 북한의 구금 시설에서 자행되는 인권 침해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지낸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슬라비아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 판사,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 총회 의장은 이날 열린 국제 모의재판에서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었습니다.

[녹취: 정광일 대표] “처음에 들어가서 무차별 구타를 당했고요, 각목으로 연속 6시간 동안 맞은 적도 있고, 얼굴에 세수 수건을 씌워 놓고 걸상에 묶어 놓고 물을 붓는 물고문도 있고요”

탈북민 출신인 정광일 ‘노체인’ 대표는 ‘간첩’ 혐의로 함경북도 회령시 보위부에서 9개월 간 고문 받으면서 체중이 35kg까지 줄어든 경험을 증언했습니다. 정 대표는 가혹한 고문에 거짓 자백을 하고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 3년간 강제수용 됐습니다.

정 대표 외에도 영국에서 활동하는 박지현 징검다리 대표,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탈북민 4명이 증언자로 나섰습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다 불법 도강 혐의로 함경북도 무산군 보위부에 구금됐던 탈북민도 이날 행사에서 VOA에 당시 경험을 전했습니다.

[녹취: 탈북민 증언자] “보위부에 들어가면 조서를 쓰잖아요. 어쨌든 자기네가 쓰라는 데로 안 쓰고. 살아남자고 쓰라는 데로 쓰면 못 살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살아남으려고 쓰지 않고, 거기서는 쓰라고 하니까, 그걸 안 쓰려고 하니까 많이 맞았죠.”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와 수용소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전문가 6명도 증언에 나섰습니다.

니컬러스 에버스타트 미국 기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수령과 핵심 지도부의 통치에 국민들을 절대적으로 복종시키기 위해 테러와 폭력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에버스타트 선임연구원] “The detention centers that we are discussing today are an integral part of the North Korean apparatus of control, and they depend upon terror and systematic violations of human rights. This is designed into the system and it is approved and countenanced.”

에버스타트 연구원은 “구금 시설들은 북한의 통제 장치의 핵심적인 부분”이라며 “구금 시설은 북한이라는 조직 설계의 일부분이며 당국의 승인과 지지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콧 버스비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 담당 수석부차관보 대행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북한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라고 지적했습니다.

버스비 대행은 COI와 비정부기구들의 보고서는 “비사법적 살인과 고문, 자의적이고 무기한 구금이 북한에서 보편화됐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이 국제사회의 인권에 대한 지적에 예민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버스비 수석부차관보 대행] “It is clear that the DPRK is sensitive to external pressure on human rights. This was most evident in the months after the UN Commission of Inquiry report was released, when the DPRK engaged in a diplomatic charm offensive.”

버스비 대행은 “북한이 인권에 대한 외부의 압박에 민감하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COI 보고서 발표 몇 달 뒤 북한이 외교적 ‘매력 공세’에 나설 때 가장 분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재판장을 맡은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 유고슬라비아나 르완다와 같이 북한에서 자행되는 반인도 범죄에 대해서도 국제 특별법정이 설립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북한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필레이 전 인권최고대표] “We are not a criminal court we will not be rendering any verdict. But we will be making fact-based assessments and we will then check that evidence against every element of the crimes against humanity. So for us this is a serious exercise that we are sued to and then we will make recommendations, hopefully to point to the direction of individual criminal responsibility at the highest level.”

필레이 전 최고대표는 “형사재판소가 아니기에 판결을 내리지는 않을 것이지만 사실에 근거한 평가를 한 뒤 반인도 범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과 대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책 제언을 할 것”이라며 “ (북한의) 가장 높은 지도부의 개별적 형사 책임을 지목하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서베를린의 검사와 판사를 지내고 독일 통일 뒤에는 베를린 법무부 국무 부장관을 지낸 볼프강 숌버그 전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는 독일이 갑자기 통일이 됐다며, 마찬가지로 한반도 통일을 예상하며 북한의 반인도 범죄 기록을 수집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숌버그 전 판사] “In my position as Under Secrertary of State I had to think immediately on the request of the U.S. government and my mayor to think about what to do on accountability for the crimes committed in the former GDR in East Germany. So we had immediately the idea to create a special unit within the prosecutor’s office with the so-called governmental criminality in the other side, because it was without any further thoughts it was necessary to bring accountability to those well known for the crimes they had committed like shooting the refugees.”

숌버그 전 판사는 “베를린 법무부 국무 부장관으로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직후 미국 정부와 베를린 시장의 요청에 대해 즉각 판단을 내려야 했다”며 “동독에서 자행된 반인도 범죄에 어떻게 책임을 물릴지에 대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는 즉각 검찰청에 소위 ‘동독 정부 범죄’를 다루는 특별 조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며 “탈출자를 사살하는 것과 같이 그들이 자행한 잘 알려진 범죄에 책임을 물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도 아르헨티나 군사정부 당시 수천 명이 고문, 살해, 실종을 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1983년 민주정부가 세워진 뒤 군사정권의 주범들을 상대로 한 재판이 시작됐지만 도중에 중단됐다며, 이때 시민 사회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구르멘디 의장] “And actually thanks to the pressure put by civil society, trial proceedings were discontinued but were replaced by proceedings for truth, and because we thought at the time that even when you cannot punish, you’re obliged to continue pursuing the truth that trying to establish the fact, try to establish those who were responsible.”

구르멘디 의장은 “실제로 처벌할 수 없더라도 진실을 추구하고 인권 유린의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해 시민사회의 진실 규명이 이어졌다”며 2005년 마침내 군부의 반인도 범죄에 대한 재판이 재개돼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반인도 범죄와 관련해서도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구르멘디 의장은 말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HRNK)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주최한 국제변호사 협회의 마이클 마야 북미주 국장은 “김정은과 같은 지도자들이 아무도 꺾을 수 없고(invincible)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마야 국장] “Such was the fate of people like Saddam Hussein, Slobodan Milosevic, Charles Taylor and others. Holding Kim Jong Un and his cronies accountable one day should not be a pipe dream, it should be an expectation. In my view, it’s a question of when not if.”

마야 국장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유고슬라비아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라이베리아의 찰스 테일러가 모두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언젠가 김정은과 측근들에게 책임을 물리는 것은 몽상이 아닌 예상이 돼야 한다”며 “내 생각에는 시간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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