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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오미크론 확산에도 백신 지원 거부...전문가들 "보건 위기 단초될 수도"


북한 평양 시내 백화점 관계자들이 방역복을 입고 매장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평양 시내 백화점 관계자들이 방역복을 입고 매장 내부를 소독하고 있다.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종인 오미크론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북한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을 거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 오미크론이 퍼지게 되면 심각한 보건 위기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동서대학교 생명화학공학과 저스틴 펜도스 교수팀은 24일 서울에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전염성이 강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오미크론 변이가 북한에 전파될 경우를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펜도스 교수팀에 따르면 북한 주민 2천 5백만 명 가운데 천만 명이 감염돼 이 가운데 28만 명이 병원 입원 치료를 받게 되고 최소 4만 4천 명이 사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들의 만성적인 영양 부족과 열악한 보건의료 시스템을 감안한 예상치는 이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펜도스 교수팀이 국민들의 영양 상태와 보건의료 시스템을 뒷받침할 경제력이 북한과 비슷한 저개발 국가들의 자료를 반영해 분석한 결과 사망률은 2.2%까지 치솟아 사망자 수가 최대 22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미크론은 델타와 같은 이전 신종 코로나 변이종 보다 전파력이 수 배 강한 반면 중중화율이나 치명률은 크게 낮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전 세계적으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은 국가들은 한동안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위중증 환자나 사망자 규모는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면서 집단면역이 생기고 확진자 수도 정점을 지나 감소하는 추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를 지나 전염 범위가 국소적으로 나타나는 풍토병으로 약화되는 과정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사정이 다릅니다. 다른 나라들이 집단면역 추세를 보이는 이유는 높은 백신 접종률 때문이지만 북한은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며 국제사회 백신 지원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특히 오미크론은 전파력이 강하기 때문에 북한에 들어가면 삽시간에 퍼질 가능성이 높고요. 그리고 오미크론이 점차 풍토병화되는 이유 중 하나가 많은 국가들이 이미 집단면역이 달성이 됐기 때문이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접종이 공식적으로 하나도 안 돼 있거든요. 그러면 이 오미크론 사태가 어디까지 갈지는 아무도 장담을 못하거든요, 북한의 경우엔.”

한국 방역당국이 최근 발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오미크론 치명률은 백신 3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 계절 독감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백신 미접종시 치명률은 0.5%로 계절 독감의 5~7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황나미 보건환경분과 상임위원장입니다.

[녹취: 황나미 상임위원장] “우리가 오미크론이 위중증률과 치명률이 낮은 이유가 접종을 했기 때문에 결국 변이에 의해서 낮아진 것이지 북한 같은 경우는 오미크론이 확 퍼지면 이 중증률이 낮아질 수 없다는 거에요. 그러니까 북한에 오미크론이 들어오면 이전에 델타나 오리지널 코비드19 바이러스보다는 약화되는 형태이지만 오미크론이 북한의 위중증률이나 치명률을 낮추진 않는다는 거에요.”

북한은 백신 국제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가 자국에 배정한 노바백스의 신종 코로나 백신 25만2천 회분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최근 알려졌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코백스가 배정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811만 회분을 일절 받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올해 1월부터 북-중 화물열차 운행을 재개하고 러시아와의 교역 재개 움직임도 보이면서 방역 기조도 통제 위주에서 '선진적, 인민적'으로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국제사회의 백신 지원에 수용적인 태도로 나올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아직은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조한범 박사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북한이 원하는 것은 집단면역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 물량을 원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 코벡스는 다종다양한 것을 소량으로 제공하겠다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러면 북한 입장에선 철저하게 국경을 봉쇄하고 있는데 단기간에 국경을 열어서 단기간에 집중 접종을 통해서 집단면역이 될 수 있다면 받아들이겠지만 그러나 국경을 여는 것 자체가 사실은 비상방역체제가 허물어지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 상황에선 받을 수가 없는 거죠

황나미 상임위원장도 백신을 3회 접종하려면 전 주민들이 동시에 맞는다고 해도 최소한 석 달은 걸린다며 북한은 이 과정에서 외부와의 접촉에 따른 방역 실패를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의 백신 지원 의사에 대해서도 북한은 정치적 이유 등으로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입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 당국이 백신 접종분 일부를 먼저 제공받은 이후 나머지 접종분을 제공받을 때 다양한 압력 상황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의심한다는 정보를 받은 바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북한 동향 보고를 전하면서 “미국 쪽에서 6천만 회분의 백신을 공급하는 것에 대해 북한 측에 의사를 타진했고, 북한 측은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이 중국과의 교역을 일부 풀었다곤 하지만 주민들의 생활고를 해결하려면 가급적 빨리 전면적인 교역 재개가 필요하다며 국제사회 백신 지원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조충희 소장] “정책결정자들이나 노동당 지도부가 체제 유지를 위한 그런 것을 위주로 하는데 실질적으로 정말 안정된, 제대로 된 체제 유지를 하려면 주민생활이 향상돼야 하거든요. 그렇지 않고 지금 손톱 곪는 것은 치료하려고 하면서 염통 곪는 것에 대해선 생각 못하는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조한범 박사는 설사 오미크론이 전세계적으로 풍토병이 된다고 해도 북한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면 국경 봉쇄형 비상방역체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고 경제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견뎌야 할지 북한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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