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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미∙중 경쟁 새 각축장, 솔로몬제도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 오성홍기가 게양돼 있다.
솔로몬제도 수도 호니아라 주재 중국 대사관 앞에 오성홍기가 게양돼 있다.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최근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안보 협정에 최종 서명했습니다.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지정학적 요충지로, 미국과 호주 등 서방은 이번 협정이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보에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국제 정치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태평양의 섬나라, 솔로몬제도를 살펴보겠습니다.

“태평양의 섬나라들”

태평양은 이름처럼 큰 대양입니다. 영어 이름 ‘Pacific Ocean’은 ‘평화로운 바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에서 유래한다고 하죠. 태평양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지구상의 모든 대륙을 다 합친 것보다 넓습니다.

이 광활한 바다에는 2만5천 개 정도의 섬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 가운데 크고 작은 섬들로 나라를 구성하고 있는 도서 국가, 즉 섬나라는 10여 개국입니다.

피지, 나우루, 뉴칼레도니아, 뉴질랜드, 팔라우,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통가, 키리바시, 미크로네시아, 투발루 등이 태평양의 도서 국가들이고요. 호주는 본토 자체가 대륙이기 때문에 태평양에 있으면서도 태평양의 섬나라로 구분하지는 않습니다.

이들 태평양의 도서 국가들은 태평양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늘 세계 열강의 주목을 받아왔는데요. 이 가운데서 특히 최근 솔로몬제도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솔로몬제도는 어떤 나라?”

솔로몬제도는 남태평양의 1천 개 가까운 섬들로 이뤄진 나라입니다.

1500년대 처음 스페인의 탐험가에게 발견된 이래 서구 열강과 일본 등의 세력 다툼에 휘말렸고요. 마지막으로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1978년 영국 연방의 일원으로 독립했습니다.

수도는 ‘호니아라’로, 솔로몬제도의 섬 들 가운데 가장 큰 과달카날섬에 있습니다.

전체 인구는 약 69만 명인데요. 공용어는 영어지만 인구의 1~2%만 유창하게 영어를 할 줄 알고요. 각 섬 주민들이 쓰는 토속 언어가 70개가 넘다 보니, 다른 군소 도서 주민들끼리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도 흔하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국가 통합과 국민 단결이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왔고요. 독립 후 잦은 정권 교체와 정치적, 사회적 혼란이 빈발했습니다.

솔로몬제도의 주요 섬들은 화산섬으로 이뤄져 있고 울창한 열대림의 아름다운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관광이나 어업 등 국가 산업이 활성화하지 못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의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요. 주로 이웃인 호주, 뉴질랜드의 경제적, 안보적 지원에 의존해왔습니다.

“중국의 진출로 분열된 섬나라”

지난해 11월,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솔로몬제도에서 연일 반정부 유혈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도화선이 된 건 중국이었습니다.

지난 2019년 4월,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는 친중국 노선을 걸었습니다.

소가바레 정부는 그해 9월, 30년 넘게 외교 관계를 맺어왔던 타이완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수립하는데요. 그리고 다음 달, 소가바레 총리는 베이징을 전격 방문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회동했고요. 양국 간 외교 관계와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합니다.

솔로몬제도는 시진핑 주석의 중점 정책인 일대일로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도 체결했는데요. 그러면서 타이완과 오랜 관계를 맺어온 섬 주민들과 중앙 정부 간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타이완과 미국의 지원을 받아온 말레이타섬 주민들의 반발이 컸습니다. 수도 호니아라가 있는 과달카날섬에서 약 100여 km 떨어진 말레이타섬 주민들은 중앙 정부가 중국에서 뒷돈을 받고 30년 우정을 배신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급기야 지난해 11월, 이들 말레이타섬 주민들은 중앙 정부가 말레이타섬을 불공평하게 대하고 있다고 항의하며 배를 타고 과달카날섬으로 건너갔습니다.

말레이타섬의 친타이완 주민들은 주요 관공서와 차이나타운을 습격하고, 소가바레 총리의 사퇴를 요구했는데요. 시위대의 방화로, 차이나타운의 불탄 건물에서 시신이 발견되는 등 시위는 격화 양상으로 전개됐고, 솔로몬제도 정부는 무기한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리고, 이웃 호주와 파푸아뉴기니에서 군경이 파견돼 질서 회복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시위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지만, 친중국 정부와 친타이완 주민들 간의 골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처럼 불안 요소를 안은 채 깊어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 안보 협정”

중국과 솔로몬제도가 안보 협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지난 3월이었습니다.

중국과 솔로몬제도 간의 안보 협정 초안이 외부에 유출됐기 때문인데요. 초안에는 솔로몬제도의 요청이 있으면 중국은 군대나 무장경찰을 파견할 수 있고, 중국 함정이 솔로몬제도의 해안을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역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호주와 뉴질랜드 등 주변국과 미국은 즉각 우려를 표했습니다.

특히 호주는 솔로몬제도와 비행기로 약 3시간 거리로, 안보 협정대로라면, 중국 군함이 호주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또 호주, 영국과 ‘오커스(AUKUS)’라는 역내 안보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는 미국에도 위협적인 상황입니다.

미국과 서방은 중국이 솔로몬제도를 교두보 삼아 태평양 지역으로 군사적, 경제적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경계하고 있는데요.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는 중국군이 솔로몬제도에 군사기지를 설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지난 3월 말 중국과 솔로몬제도는 안보 협정 초안에 가서명했습니다.

호주는 양국의 최종 협정 체결을 막기 위해 장관을 파견해 설득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4월 19일 중국은 솔로몬제도와 안보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고 전격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뒤에 소가바레 총리가 이를 확인했는데요. 이에 대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담당 조정관 등 미국 정부 고위 대표단의 솔로몬제도 방문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서둘러 먼저 발표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과 솔로몬제도”

미국은 솔로몬제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1978년 국교를 수립하고 외교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1993년까지는 솔로몬제도에 대사관도 개설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현재는 영사관만 두고 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후, 인도∙태평양 중시 정책의 일환으로 태평양 도서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는데요. 그 일환으로 지난 2월, 솔로몬제도에 대사관을 다시 개설하기로 했습니다.

또 20년 만에 미국 평화봉사단의 활동이 재개되는 등 대민 관계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안보 협정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제도는 군사적 전략적 요충지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참치의 절반 이상이 주변 해역에서 잡히기 때문에 어선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항해가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한데요.

미국 정부는 중국이 전 세계 저개발 국가들을 상대로, 개발과 자원, 안보에 관해 막연한 거래를 해온 관행을 지적하며, 솔로몬제도와의 안보 협정도 투명하지 않고 내용이 뚜렷하게 명시돼 있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나세 소가바레(파란 옷) 솔로몬제도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마나세 소가바레(파란 옷) 솔로몬제도 총리가 지난 2019년 10월 베이징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함께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최근 뉴스의 화제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주인공은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입니다.

솔로몬제도가 국제 정치의 각축장으로 떠오르면서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에 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마나세 소가바레 총리는 1955년생으로 올해 67살입니다.

그의 부모는 솔로몬제도 북쪽의 슈아젤섬 출신으로 ‘제칠일안식일재림교회’ 선교사로서 파푸아뉴기니에서 활동했고요. 소가바레 총리는 파푸아뉴기니에서 태어나 나중에 솔로몬제도로 옮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4년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슈아젤섬을 떠난 그는 솔로몬제도의 수도 호니아라가 있는 과달카날섬으로 가서 소비자 협동조합에서 일하다 재무부에 들어가면서 관직 생활을 했고요. 뒤늦게 대학에서 회계와 경제를 전공했습니다.

그리고 1997년, 동슈아젤 의원으로 선출되면서 처음 정계에 진출했는데요. 얼마 되지 않아 재무 장관으로 발탁됐다 밀려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후 그는 당시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야권 세력으로 변신하게 되고요. 2000년 야당의 지도자가 됩니다.

그해 6월 솔로몬제도에서는 쿠데타가 발생했는데요. 혼란의 와중에 소가바레 총리는 의회 표결을 통해 총리로 선출돼 축출된 총리의 잔여 임기를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 치러진 총선에서 그의 정당은 겨우 3석을 얻는 데 그쳐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의원직은 지켰습니다.

2006년 당시 총리가 사임하자 소가바레 총리는 또다시 총리직 도전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집권당이 내세운 후보를 물리치면서 다시 2번째 총리직을 수행하는데요. 하지만 이때도 전임 총리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단명 총리였습니다.

소가바레 총리가 이끄는 정당은 201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세 번째로 총리직을 맡았습니다. 2017년에 밀려난 뒤 2019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하면서, 현재 네 번째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는데요. 소가바레 총리의 임기는 2023년까지입니다.

뉴스 따라잡기 이 시간에는 최근 국제 사회의 관심을 끌고 있는 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에 관해 살펴봤고요. 뉴스 속 인물로 마나세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를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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