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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부 “국무부 보고서 ‘북 억류 한국인’ 언급, 국제사회 관심 제고에 도움 될 것”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북한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인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씨. 김정욱 씨는 지난 2014년 5월 평양에서 열린 기자회견,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는 지난 2015년 3월 기자회견 모습이다. 📷AP(왼쪽), Reuters(가운데, 오른쪽).

한국 정부는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문제가 미 국무부의 연례 인권 보고서에 처음 언급된 데 대해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자국민 구출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오랫동안 지적해 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외교부는 “미 국무부 북한인권 보고서에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들이 언급된 것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15일 국무부 보고서에 북한 억류 한국인들이 처음 언급된 데 대한 입장을 묻는 VOA 서면 질의에 이같이 대답했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같은 질문에 “그동안 정부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 및 송환 문제를 지속 제기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7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도 포함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국무부는 12일 발표한 ‘2021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처음으로 북한에 억류돼 있는 6명의 한국인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국무부 북한 인권보고서] “Six South Korean prisoners (Jung-wook Kim; Kuk-ji Kim: Chun-kil Choi; Won-ho Kim; Hyun-chul Ko; and Jin-woo Ham) were believed to remain in detention in the DPRK, some of them incarcerated for as long as eight years.”

국무부는 “김정욱, 김국지(김국기 오기), 최춘길, 김원호, 고현철, 함진우가 북한에 억류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일부는 길게는 8년이나 감금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2018년 이후 북한과 협의에 진전 없어”

한국 정부는 2018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제기했다고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밝혔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그 이후 북한에 다시 이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고 북한의 반응은 무엇이냐’는 VOA 질문에 “2018년 당시 북측은 관계기관에서 검토하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으며, 이후 남북관계 상황 악화로 남북간 협의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습니다.

통일부도 “이후 남북관계 상황 악화로 남북간 협의에 진전은 없는 상황”이라고 동일한 설명을 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다만 최근에도 이들의 석방을 위한 노력을 국제사회에서 기울였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지난 2021년 통일부 장관이 질스 까르보니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부총재와의 면담에서 이 문제와 관련한 ICRC의 노력과 상호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을 당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올해 통일부 차관이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의 면담을 통해 북한 억류 한국인 문제를 협의했으며, 다른 관계부서에서도 계기시 마다 국제사회와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도 “관계부처와 협의 하에 관련 국제기구 등과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의 석방 및 송환을 위해 협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인권 전문가들 “한국 정부, 자국민 구출에 적극성 보여야”

그러나 인권 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해 9월 VOA에 보낸 성명에서 “청와대가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들을 근본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자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의 인권을 확실히 지켜야 하는 도덕적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비판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 성명] “By essentially ignoring South Koreans detained in the North, the Blue House has failed a moral test to protect its nationals and ensure their human rights are upheld. The way the South Korean government has looked the other way on the plight of South Koreans in the North is both outrageous and unacceptable.”

필 로버트슨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한국 정부가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억류된) 개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캠페인을 벌여야 하지만 침묵만 지키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는 정말 충격적이고, 한국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려는 헛수고를 위해 저지른 인권에 대한 타협을 보여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워싱턴의 인권 전문가들도 미국은 1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자국민 3명을 송환 받았고, 일본도 언제나 납북자 문제가 최우선이라는 점이 한국 정부의 대처 방식과 비교된다고 지적합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북한에 갇힌 자국민의 생사를 묻지 않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VOA에 밝혔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Especially under the current administration of President Moon Jaein, South Korea has done nothing to bring back the six South Koreans detained in North Korea. This would be unthinkable for a U.S. president from either side of the aisl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특히 현 문재인 정권 아래에서 한국은 6명의 북한 억류 한국인들을 데려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미국 대통령이라면,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자국민들을 보호할 책임은 오롯이 한국 정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부차관보] “It’s unclear whether there is even any discussion of their release. Surely the South Koreans must have said something privately, but they’ve obviously not made this a priority because the Moon administration’s priority has been to improve in some way relations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and then solve the bigger peace issue of North Korea and its nuclear program. But they have put into secondary status a very fundamental responsibility to protect their own citizens and advocate for them.”

코헨 전 부차관보는 “그들의 석방에 대한 어떠한 논의가 있는지도 확실치 않다”며 “한국이 무엇인가 비공개로 말했겠지만,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은 것은 명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우선순위는 남북한의 관계를 증진하고 북한 핵 문제와 평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며 “자국민을 보호하고 그들을 변호하는 국가의 근본적인 책임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키기를 열망하면서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그가 구축하려는 북한과의 매우 취약한 관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국인 억류 문제에 관여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6명의 한국인들은 길게는 8년 넘게 억류 중입니다.

2013년 10월 8일 밀입북 혐의로 체포된 김정욱 선교사에 대해 북한은 국가전복음모죄와 간첩죄 등을 적용해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했습니다.

2014년 10월 체포된 김국기 선교사와 같은 해 12월 붙잡힌 최춘길 선교사도 무기노동교화형 선고를 받고 억류돼 있습니다.

이들 3명의 선교사 외에 탈북민 출신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김원호 씨와 고현철 씨, 함진우 씨도 북한에 억류돼 있습니다.

유엔 산하 ‘강제적 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앞서 VOA에 북한이 한국인 억류 문제 해결 요구에 전혀 응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이 동일한 답변만 내놓는 식으로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 데 대해 실무그룹은 거듭 우려를 제기해왔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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