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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장마당 세대' 병사들에 사상교육 강화...건설현장 군 노동력 착취 심각"


북한 신의주 압록강 인근에 배치된 병사가 광석을 지키고 있다. (자료사진)
북한 신의주 압록강 인근에 배치된 병사가 광석을 지키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이른바 장마당 세대에 속하는 젊은 병사들에 대한 북한 군의 사상교육이 크게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 각종 건설과 지원 현장에의 군 인력 투입이 부쩍 늘면서 노동력 착취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최근 ‘군복 입은 수감자-김정은 집권기 북한 군 인권 실태’라는 제목의 특별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기에 북한 군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10명을 상대로 지난 2월11~25일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 집권기 들어 북한 군인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5시간에서 12시간까지 사상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보고서는 “김 위원장이 군 기강을 강화하기 위해 ‘사상 강군화’를 주창하며 2013년 이후 김 위원장 신년사 내용을 추가로 암기하게 하는 등 사상교양 사업의 비중을 높여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승주 연구위원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군 내에서의 사상교육 빈도수가 많아지고 수시로 방침이 하달되면서 병사들의 수면시간에도 깨워서 사상교육을 실시하는 사례들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함께 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 외출 횟수를 제한한 것은 물론, 취침시간 이후에도 월 2~3회 이상 불시점검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이처럼 군 내부의 사상 교육과 통제가 강화된 배경에 대해 김 위원장 집권 전후로 병사들의 탈영이 늘어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장마당 세대'라고 불리는 20대 병사들의 체제 충성심이 이전 세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데다 구타 등 열악한 환경에 견디지 못한 때문이라는 겁니다.

[녹취: 이승주 연구위원] “군 내부의 열악한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내부의 그런 구타와 이런 열악한 상황을 물리적 정신적으로 견디지 못하는 군인들의 탈영이 증대하니까 군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고 하는 매개로 사상교육을 삼은 것 같아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군 병사들이 부대 내에서 한국이나 외국의 영상물을 시청하거나 한국 영상물 속 말투를 따라 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내 탈북민 단체 탈북자동지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장마당 세대들은 거의 한국 드라마를 봤을 정도로 외부 문화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위기감을 갖고 있다며, 북한 당국은 이들의 군 복무기간을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고취시키는 사상무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서재평 사무국장] “젊은 애들이, 군대 나간 애들이 한국 드라마를 거의 다 보다가 나간 아이들이에요. 그래서 당이 얘들이 사상적으로 굉장히 오염돼 나왔기 때문에 군 복무 10년 사이에 이 오염을 벗겨내지 않으면 북한사회가 휘청거린다, 그런데 솔직히 군대 가기 전에 사상적으로 흐트러졌다고 해도 사회와 격리되고 특수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딱 잡아 놓고 사상교육 강행하면 그게 잘 먹혀 들어가요.”

보고서는 또 북한 군이 평양과 양강도 삼지연시의 살림집 건설 등 사회 각 부문 건설과 지원 업무에 투입되면서 노동력 착취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국가적으로 주도하는 건설에 군 인력이 대규모, 장시간 투입되고 있지만 안전 도구의 미비, 2시간 이내의 수면시간 등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의 노동착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승주 연구위원입니다.

[녹취: 이승주 연구위원] “건물을 올리는 그런 미장을 하기 위해서 고층에 올라간 군인들이 수면시간이 부족하니까 힘들어서 떨어져 죽은 사례가 있다, 대민 지원 측면에선 군인들이 충분히 투입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대민 지원 이상의 노동은 강제노동의 측면으로 봐야 하지 않는가 라는 게 결과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박사는 김 위원장 집권 후 경제 분야에서 그나마 두드러진 게 군의 노력동원을 통한 토목과 건설 사업이었다며,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와는 또 다른 김 위원장식의 선군정치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김정일 때 선군정치는 국가비상사태에서의 일종의 계엄통치 형태의 선군정치였다고 하면 지금은 사실 노력동원 즉 김정은의 토목 건축 사업에 군을 앞세우는 김정은식 선군정치고요, 그러니까 지속되는 견장정치, 군의 성과에 따라서 승진과 강등을 반복하는 김정은식 견장정치도 군의 동원과 관계가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북한 군 내 뇌물 제공 등의 부패행위가 일상화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외출과 면회, 전화 사용은 물론 조기 제대를 위해서도 정치지도원이나 상관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당연시된다”고 전했습니다.

또 당 간부 자제들의 경우 인맥과 뇌물을 이용해 위탁 대학연수로 빠지는 특례적 성격의 복무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는 “인맥과 뇌물을 이용해 상대적으로 편한 보직을 근무하거나 군대 내 대학 위탁제도를 이용해서 3~5년 근무 후 당 간부 양성을 위한 대학으로 빠지는 등 일반적인 군 복무의 내용과 성격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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