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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공들인 경루동 아파트 자리는 옛 기독교 성지..."북한, 기독교 흔적 지우고 역사 왜곡"


북한 평양시 중구역 경루동 일대에 건설된 '보통강 강안 다락식 주택구'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 정권이 기독교 흔적을 지우고 미국 선교사들의 공로를 왜곡하고 있다고 선교사 자녀들과 북한 출신 성직자들이 지적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여 최근 완공한 평양 경루동 고급 주택구 위치는 옛 선교사 자녀들이 공부했던 평양외국인학교(PYFS)가 있던 곳이라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과거 한반도에서 기독교 선교사로 활동한 외조부와 부모를 둔 윌리엄 브라운 미 메릴랜드대 교수는 VOA에 최근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며 “무척 황당하고 씁쓸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미국 선교사들이 과거 북한에서 야수적 만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고, ‘조선중앙통신’은 자신의 부모가 졸업한, 옛 선교사 자녀들의 요람이었던 평양외국인학교 부지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인 고급 주택 단지가 완공됐다고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달 25일 ‘선교사의 탈을 쓴 승냥이”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선교사들이 처녀 환자를 상대로 “인체 해부 실험”을 하고 사냥개를 풀어 딸기밭에 들어간 아이를 죽게 하는 등 승냥이 짓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정권의 이런 주장이 대부분 거짓말이란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오히려 미국 선교사들은 종교적 측면뿐 아니라 의료와 경제, 교육, 여성 지위 향상, 문맹 퇴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반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북한을 돕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윌리엄 브라운 교수] “The religious aspects were important, but also the medical and economic aspects were important…. a lot of former missionaries are now engaged in trying to help North Korea medical missions.”

브라운 교수는 ‘유진벨 재단’과 ‘조선의 그리스도인 벗들’ 등 미국의 많은 옛 선교사와 후손들이 북한에서 의료 선교를 하고 있고, 평양과학기술대학에도 선교사 출신들이 관여하고 있다며, 다만 이에 반발하면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없기 때문에 침묵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의 주장은 내부 결속과 통제 강화를 위해 미국을 적으로 삼아 지속해서 공격하는 체제 유지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풀이했습니다.

평양신학교 출신으로 한국전쟁 중 1·4 후퇴 때 북한을 탈출한 박희천(95세) 한국 내수동교회 원로목사는 VOA에 당시 직접 목격하고 체험한 미국 선교사들의 기여를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녹취: 박희천 목사] “선교사들이 한국에 얼마나 공헌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더구나 일제 강점기에는 선교사들이 남한보다 평양에 많이 왔거든요. 그래서 그분들이 평양에서 평양신학교를 세우고 초기에는 선교사들이 교수였습니다. 선교사들이 한국의 문화 방면에 많이 깨우쳐 줬습니다.”

박 목사는 특히 자신이 해방 후 북한에 5년 이상 거주할 때도 ‘노동신문’이 존재했고 기독교에 매우 부정적이었다며, 선교사들에 대한 북한 매체들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희천 목사]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로동(노동)신문이 나오는데, 그 로동신문이 공산당 신문인데, 기독교에 대해 좋게 쓸 리가 만무하지요.”

북한 청진 출신으로 18년 전 한국에 입국한 허남일 한국 그날교회 목사는 미국 선교사 비판은 북한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으로 자신도 북한에서 이를 그대로 믿었다며, 한국에 와서야 북한의 교육이 거짓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고난의 행군 이후 20여년 간 기독교 선교 단체들의 다양한 대북 선교 활동으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최근 노동신문 보도는 이런 두려움을 방증하는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허남일 목사] “북한 정부가 자신의 정권을 더 공고히 하고 사람들에게 기독교 복음이 전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수법으로 생각됩니다. 또 음지에서 확산될 부분을 사전에 차단할 의도로 이런 부분을 새롭게 부각시키지 않나…”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 오픈도어스 USA는 이달 초 북한에서 비밀 예배에 참여했던 지하교인 수십 명이 최근 체포돼 처형됐고 가족은 정치범수용소로 이송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평양은 과거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정도로 기독교가 번성했고 김일성 주석의 모친 강반석 등 외가가 모두 기독교 집안이었지만, 해방 후 김 주석이 기독교 말살 정책을 펴면서 현재는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 국가 중 하나로 지탄받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북한 정권의 기독교 흔적 지우기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며 평양외국인학교를 언급했습니다.

지난 1900년 평양 보통강변의 언덕 위에 설립된 평양외국인학교는 1940년 일본 정부의 탄압으로 폐교될 때까지 동아시아에 파송된 많은 서방 선교사들과 상인들의 자녀가 유학했던 기숙 학교였습니다.

세계적인 기독교 부흥사인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부인인 고 루스 그레이엄 씨를 비롯해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 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졸업생 중 다수는 한국에 남아 이화여대 등 수많은 대학과 병원을 설립하며 한반도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브라운 교수는 한국 호남신학대학 설립자인 아버지 조지 톰슨 브라운 선교사와 어머니 메리 하퍼 브라운 선교사 모두 평양외국인학교 졸업생이라면서, 2년 전까지 보존됐던 이 역사적인 건물 일부와 부지가 김정은 위원장의 경루동 주택 건설로 영원히 사라져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re were a lot of them. A lot of them lived there on that hill. And now I said it's so sad because North Koreans don't even know that…the saddest thing is North Koreans don't even know the history of it.”

특히 많은 선교사와 자녀들이 살았던 이곳의 기독교 역사에 대해 북한 사람들이 모르는 것이 가장 슬프다는 겁니다.

브라운 교수는 서양식 건물로 지어진 이 학교와 부지는 해방 후 소련이 사용하다 김일성 주석이 주석궁 건설 전인 1970년대까지 사용했으며, 이후 딸인 김경희가 사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학교 출신인 존 윌슨 박사는 과거 VOA에, 지난 1996년 일부 평양외국인학교 졸업생들이 평양을 방문해 보통강변 기차역 옆에 있던 학교 부지 방문을 시도했지만, 북한 당국이 허가하지 않았다고 말했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날 평양 보통강변에 조성한 고급 주택구역 경루동 완공 현장을 찾았다며,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 110주년 전날 입주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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