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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콘크'호, 한국 떠나며 다음 목적지로 '북한' 신고...출항 허가 후 대북제재 위반 수차례 가담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뉴콘크'호 북한 남포항 입항 장면. 

한 때 한국 깃발을 달았던 유조선이 매각된 후 한국 항구를 떠나면서 '북한'을 다음 목적지로 신고했고 출항 허가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 유조선은 불과 3개월 후 실제로 북한에 유류를 나르는 등 대북제재 위반 핵심 선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콘크’(New Konk)’호는 대북제재를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이 지난 3년간 가장 많이 주목한 유조선입니다.

특히 대북제재위원회는 최근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뉴콘크’호가 지난해 북한 서해상과 타이완 인근에서 여러 차례 불법 환적에 가담했다며 구체적인 위성사진 자료와 이동 경로 등을 공개했습니다.

워낙 다양한 불법 행위에 연루된 만큼 ‘뉴콘크’호가 올해 보고서에 언급된 횟수는 다른 선박들보다 월등히 많은 62회에 달합니다.

그런데 VOA 취재 결과 이 유조선은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깃발을 달았던 한국 선박이었으며,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나던 시점 ‘북한’으로 향한다고 보고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 등록 시스템과 아태지역 항만국 통제위원회(도쿄 MOU) 등의 자료에 따르면 ‘뉴콘크’호는 1996년 ‘우근’ 호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등록된 4천 702t급 유조선으로 2010년부턴 이름을 ‘우봉’ 호로 바꿔 운항해 왔습니다.

그러다 2019년 2월과 3월 사이 한국 부산항에 기항하던 시점 이름을 지금의 ‘뉴콘크’호로 바꿨고 선적도 시에라리온으로 변경한 뒤 3월 22일 부산을 떠났습니다. ‘뉴콘크’호의 새 주인이 등록정보를 변경한 뒤 한국을 떠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뉴콘크’호가 출항할 당시 한국 항만 당국에 다음 목적지를 ‘북한’으로 신고한 사실이 이번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습니다.

한국 해양수산부의 선박 입출항 자료에 따르면 ‘뉴콘크’호는 2019년 2월 4일 한국 부산항에 입항하면서 차항지 즉 다음 목적지를 북한의 영문 코드인 ‘KP’로 적고, 차항지 항구명에 ‘북한 기타항’으로 기재해 제출했습니다.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뉴콘크'호(옛 '우봉'호)가 한국 선박이던 2019년 2월과 3월 당시 남긴 입출항 정보. 다음 목적지와 항구를 각각 북한의 영문 코드인 'KP'와 '북한기타항'(붉은 사각형)으로 기재했다. (자료=한국 해양수산부)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일고 있는 '뉴콘크'호(옛 '우봉'호)가 한국 선박이던 2019년 2월과 3월 당시 남긴 입출항 정보. 다음 목적지와 항구를 각각 북한의 영문 코드인 'KP'와 '북한기타항'(붉은 사각형)으로 기재했다. (자료=한국 해양수산부)

이후 ‘뉴콘크’호는 차항지가 북한으로 적힌 같은 내용을 토대로 3월 22일 출항 허가를 받아 최종적으로 한국을 떠났습니다.

어떤 이유에서 ‘뉴콘크’호가 차항지를 북한으로 적어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특히 과거 대북제재 위반 의혹을 받던 선박들이 차항지를 싱가포르 등 대북제재와 관련이 없는 나라로 허위로 기재해 온 점으로 미뤄볼 때 북한을 다음 목적지로 보고한 사실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실제 ‘뉴콘크’호의 다음 목적지가 북한이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더 큰 의문은 한국 정부가 어떤 이유에서 북한으로 향하겠다고 신고한 유조선을 막지 않았느냐 하는 부분입니다.

‘뉴콘크’호는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난 지 불과 3개월 후부터 본격적인 대북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했는데, 이 선박에 대해 추가 조사가 이뤄졌다면 잇따른 위반 행위도 미리 차단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전문가패널 등에 따르면 ‘뉴콘크’호는 2019년 6월 타이완 인근 해상에서 선적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유조선 ‘비파인’호에 유류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북한과 연관이 있는 선박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뉴콘크'호(왼쪽)가 공해상에서 '비파인'호에 유류를 건네는 장면.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자료다.
'뉴콘크'호(왼쪽)가 공해상에서 '비파인'호에 유류를 건네는 장면. 유엔 안보리 전문가패널이 공개한 자료다.

이어 2020년부터는 직접 유류를 싣고 북한 남포에 입항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같은 해 중순엔 또다른 선박의 이름과 등록정보를 도용해 국제 해상에 나타났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위장을 목적으로 중국 항구에서 페인트를 칠하는 모습까지 목격됐습니다.

이에 따라 ‘뉴콘크’호는 2020년 이후 발행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연례보고서와 중간보고서 5개 모두에 이름을 올렸으며, 대북제재 권고 대상 선박으로도 매년 지정돼 왔습니다.

VOA는 미국 시각 10일 해양수산부 관계자에게 ‘뉴콘크’호의 출항을 막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또 ‘뉴콘크’호가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날 때 선적했던 물품의 양과 종류는 무엇인지’ 등을 문의했지만 11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또 한국 외교부에도 같은 내용을 질의한 상태로 답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선박 업계 관계자는 10일 VOA에 “선박이 차항지를 북한으로 기재한 사실을 알았다면 한국 정부가 이 선박에 대해 추가 조사를 했어야 했고, 만약 차항지를 북한으로 기재한 걸 모르고 지나갔다면 이 역시 문제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선박이 잇따라 북한 선박 혹은 북한의 통제 아래 있는 선박으로 탈바꿈하는 점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2019년 한국 회사로부터 ‘뉴콘크’호를 사들인 주체는 홍콩에 근거지를 둔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뉴콘크’호가 여러 제재 위반 행위에 가담한 사실로 미뤄볼 때 현재 실제 주인은 북한의 위장회사 혹은 북한에 조력하는 중국 회사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물론 ‘뉴콘크’호를 매각한 한국 회사나 한국 정부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 가능성이 있지만, 차항지를 북한으로 기재한 뒤 어떻게 한국에서 출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최근 VOA는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소유한 것으로 드러난 유조선 ‘오션 스카이’ 호와 ‘신평 5’ 호가 최근까지 한국 깃발을 단 한국 선박이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또 북한산 석탄을 운반하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적발되고 이후 미국 정부에 의해 매각 처리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를 비롯해 미 재무부와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 유조선 ‘백마’ 호, 또 ‘금빛 1’ 호 등도 한때 한국 선박이었던 것으로 확인돼 적지 않은 논란이 일었습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6년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를 통해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거나 북한 선박을 구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도 별도의 독자 제재를 통해 북한과의 선박 거래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중량톤수 1만t 이하의 선박을 주로 구매하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이런 크기의 매매 계약이 이뤄질 때 한국 정부와 한국 선박 판매자 등이 자금 출처 등을 신중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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