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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체연료 우주발사체 시험발사 성공..."다수의 대북 정찰위성 쏠 기술 확보"


지난해 10월 한국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세워져 있다. (자료사진)
지난해 10월 한국 전라남도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세워져 있다. (자료사진)

한국이 순수기술로 개발한 고체연료 엔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에 처음 성공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북 정찰위성 능력을 크게 강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과학연구소(ADD)는 30일 서해 안흥종합시험장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과 군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성능 검증을 위한 첫 번째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사용을 제한해 온 ‘미-한 미사일 지침’이 지난해 5월 미-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종료되면서 한국 국방부와 ADD 주도로 개발에 속도를 낸 데 따른 성과입니다.

이번 발사 성공은 고체연료 추진기관에 대한 연소시험이 지난해 7월 성공한 이후 8개월 만에 이뤄진 겁니다.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추진기관은 소형 위성이나 여러 개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릴 수 있는 우주발사체에 사용됩니다.

액체연료 추진기관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간단한 구조여서 대량생산이 쉽고 액체연료와 달리 사전에 주입할 수 있어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번 시험발사에서는 우주발사체의 필수 기술인 대형 고체 추진기관, 페어링 분리, 단 분리, 상단부 자세제어 기술 검증이 이뤄졌습니다.

한국 정부는 향후 추가 검증을 거쳐 실제 위성을 탑재해 발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시험발사 성공 사실을 예고없이 전격 공개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최근 ‘정찰위성 개발’을 공언하고 우주발사체와 거의 동일한 기술이 적용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쏘아 올린 것을 의식해 맞대응 차원에서 공개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입니다.

[녹취: 부승찬 대변인] "최근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등 매우 엄중한 시기에 이번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시험발사 성공은 우리 군의 독자적 우주 기반 감시정찰 분야의 국방력 강화에 있어서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고체연료 추진 우주발사체 개발은 다수의 군 정찰과 통신 위성의 신속한 발사, 그리고 미사일 기술 과시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체연료 우주발사체에는 500㎏ 수준의 정찰위성 1개 또는 66㎏ 이하의 초소형 위성 다수가 탑재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수의 정찰위성을 저렴한 비용으로 쏘아 올리면 북한 전역에서 활동하는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이나 열차, 잠수함 등의 동향을 보다 면밀히 추적, 감시할 수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하듯이 액체연료 엔진을 주엔진으로, 고체연료 엔진을 보조엔진으로 달아 추력을 증강시키는 방식으로 한꺼번에 여러 개의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한국 같은 경우는 소형 정찰위성 여러 대를 동시에 발사해서 궤도에 올려놓는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요, 고체 추진체의 성공에 따라서 앞으로 한국형 발사체의 고체 추진 로켓을 좌우로 결합해서 운용한다면 탑재중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그에 따라서 한국이 계획하고 있는 우주발사체로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한국 군은 사업비 1조2천200억원, 미화로 약 10억 달러를 투입해 내년까지 영상레이더와 전자광학, 적외선 레이더 등을 갖춘 정찰위성 5기를 확보하는 이른바 ‘425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 민간 연구기관인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부연구위원은 “사실 순수 정찰위성용 발사체는 엔진 추력 조절이 가능한 액체연료 방식이 유리하다”며 “고체연료 방식은 미사일 등 군사적 용도에 더 적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양 부연구위원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탄두 중량을 가진 현무-4 등 각종 미사일들을 고체연료로 운용하고 있다며, 이번 발사 성공은 이 부문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북한에 과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양욱 부연구위원] “이미 고체연료로 상당한 탑재량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현무-4 이상의 굉장히 강력한 미사일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억제력 측면에서 재래적 역량으로도 공격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일부 담고 있지 않나 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가 자칫 북한의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개발을 남북한 군비경쟁 프레임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노동당 대회에서 고체 추진 로켓 개발을 지시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이번 발표는 북한이 또다시 ‘이중기준’ 철회를 주장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국이 하는 것은 매우 정당하고 투명한 행위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분명이 불법적인 행위이고 그런데 외부에서 볼 때는 그렇게 안 본다는 거죠.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 더 나아가서 ICBM까지도 포함해서 이것을 정당화하는 명분을 주는 셈이 돼버리죠.”

북한은 지난해 9월 한국 군의 국산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밝히자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반발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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