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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안보리 대북 결의 채택 회의적…“2017년과 상황 달라”


25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논의한 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부터)와 조현 한국대사,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대사가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이 새로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강력한 결의안을 잇따라 채택했던 2017년과 달리 금지선으로 간주됐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대응조차 어렵게 됐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대응해 열린 지난 25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새 대북 제재 결의안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이 ICBM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경우 추가 조치에 나서도록 한 앞선 결의 2397호의 일명 ‘트리거 조항’을 근거로 들면서 고강도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실제로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된 결의 2397호 28항을 통해 북한이 핵실험 혹은 대륙간 사거리 역량을 갖춘 탄도미사일 등을 시험발사할 경우 중대 조치에 대한 결의를 표명하고 북한의 유류 수출에 추가 제한을 가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조만간 미국은 추가 제재 내용을 담은 안보리 새 결의안 초안을 만들어 이사국들에게 배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유엔 소식통은 28일 VOA에 “결의안 논의는 종종 수주가 걸리는 만큼 (채택) 시기에 대한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소식통] “There isn't an exact projection on timing as resolution discussions often take weeks.”

이처럼 새 결의안 채택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문제는 관련 논의가 진지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미국과 정면 충돌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적인 태도가 가장 큰 걸림돌입니다.

미국과 함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거부권’을 쥐고 있어 결의안 채택을 위해선 이들의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2017년 대북제재 결의 2371호와 2375호, 2397호를 채택할 때도 결의안에 들어갈 문안과 제재 수위 등을 놓고 중국, 러시아와 장기간 협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결의안 채택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던 2017년과 달리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북한의 ICBM에 대응해 열린 25일 회의에서 안보리의 가장 기초적인 대응 조치인 ‘언론성명’마저 채택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앞서 안보리는 북한의 핵실험과 ICBM 발사는 물론 중거리 미사일(IR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에 대응해 2016년 9번의 언론성명을 채택하고 2017년에는 8차례의 언론 성명과 1차례의 의장 성명을 냈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도발 강도가 가장 높은 ICBM이 발사됐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에 부딪혀 법적 구속력도 없고 공식 기록으로 남지도 않는 언론성명조차 내놓지 못했습니다.

유엔 안보리 조치는 결의, 의장성명, 언론성명 등으로 나뉘는데, 이중 강제력을 갖는 ‘결의’는 5개 상임이사국의 반대 없이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동의해야 하고,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장성명은 상임이사국 반대 없이 과반 찬성으로 채택되며, 언론성명은 언론을 대상으로 구두로 발표됩니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가 언론성명마저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재 결의안 채택은 이미 물 건너 갔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

중국과 러시아가 추가 제재에 대한 반대에 그치지 않고 제재 완화까지 요구한다는 점도 안보리 차원의 대응 전망을 어둡게 합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 2019년 북한의 해산물과 의류 수출 금지 규정, 북한 노동자 송환 규정 폐지 등 제재 완화를 골자로 한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했으며 지난해에도 사실상 같은 내용을 담은 결의안을 또 다시 이사국들에게 회람시켰습니다.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와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부대사는 24일 회의에서 이 초안이 여전히 유효한 상태라는 사실을 상기시켰습니다.

실제로 정의용 한국 외교장관은 28일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하고 있느냐는 질의에 “미국 측과 의견 교환을 했지만 (결의안 채택은) 현실적으로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중국과 러시아의 비협조로 인해 안보리를 통한 대북 추가 조치를 회의적으로 내다봤습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25일 VOA 한국어 서비스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엔 안보리는 무력화된 상태”이며 “우리는 이런 상황을 지난 30년 동안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The U.N. Security Council is paralyzed. We haven't been in this situation for three decades. So, we've gotten used to being able to use the Security Council for various purposes, but it is no longer going to be at center stage in dealing with these kinds of issues as long as there are geostrategic divisions on display among great powers.”

이어 “우리는 다양한 목적으로 유엔 안보리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지정학적 전략 측면에서 강대국들 사이에 분열이 존재하는 상황에선 북한 문제 등을 다루는 데 유엔 안보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과 중국, 또 미국과 러시아의 여러 사안들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미국은 새 안보리 결의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성 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8일 노규덕 한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3자 전화협의를 갖고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습니다.

특히 3국 북핵 수석대표들은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조치 등 향후 대응방향에 대해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혀 새 안보리 결의안 추진과 관련한 3국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예고했습니다.

앞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안보리 새 결의안에 대한 각국의 협력을 당부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And no matter what, sanctions regimes require regular updating and maintenance to be effective…So, I call on all my fellow Council members to approach the negotiations on a text constructively toward our shared goal of denuclearization.”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제재 체제가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정기적인 갱신과 유지보수가 필요하다”며 모든 안보리 이사국들이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제재 결의안 초안에 대한) 문안 협상에 건설적으로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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