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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국무 예산안 심의…“이산가족 상봉 브로커 위험성 조사 촉구”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미국 워싱턴의 연방의사당.

미국 의회가 예년과 마찬가지로 북한 정부에 대한 예산 지출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새 회계연도 국무 예산안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이번 예산안에는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중개하는 ‘브로커’와 관련한 위험성을 조사할 것을 미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 주목됩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상원이 지난해 처리하지 못한 2022회계연도 국무 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지난 23일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2022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지원하면서 처리하지 못한 예산안을 2023회계연도에 적용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지난해 중순 하원을 통과한 지 약 8개월 만에 상원의 심의를 받고 있는 국무 예산안에는 이번에도 특정 경우를 제외하곤 북한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나 원조, 배상금 지급에 예산을 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북한 관련 지출은 북한 내 인권 증진 활동과 대북 방송 지원 활동에 한해서만 허용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경제적 지원 기금’과 ‘민주주의 기금’ 중 일부는 북한 내 인권 증진 활동을 위해 지출해야 합니다.

또 ‘국제방송운용’ 조항에 따라 배정된 예산은 대북 방송 시간을 전 회계연도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는 데 쓰도록 했습니다.

국무 예산안에는 이번에도 북한 정부의 사이버 공격 역량을 지원할 경우 미국 정부의 원조를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국무장관에게 부여하는 조항이 포함됐습니다.

“북한 정부의 사이버 공격 역량에 물질적으로 기여하는 중요한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되는 나라의 중앙 정부에 대한 원조에 예산 사용을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하원 세출위는 예산안에 첨부한 보고서를 통해 국무부의 원조를 받는 해외 정부 중 북한 정부의 악의적인 사이버 공격 역량에 현재 물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가 있을 경우 관련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할 것을 국무장관에게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번 예산안에는 처음으로 미-북 이산가족 상봉을 중개하는 ‘브로커’와 관련된 위험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하원 세출위는 예산안 보고서에서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사무실이 이산가족의 행방을 찾고 상봉을 제안하는 제3자 브로커와 관련된 위험을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조사를 통해 파악된 사실들을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할 것도 촉구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위원회의 이차희 사무총장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산가족 상봉 브로커 문제와 관련해 지나치게 높은 비용과 잦은 사기, 브로커와 북한 당국 관리들의 부패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크레더빌리티(신뢰성)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서 보면, 동생을 만나게, 동생이 기다린다 해서 가서 보면 낯선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낯선 애들이. 그니까 가서 못 만나고 온 사람들이 이제 신문에 낸 다고요.”

이산가족들은 구체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한 채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 브로커들에게 많게는 수만 달러 상당의 현금을 지급하는데, 막상 약속 장소에 도착하면 아무도 없거나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이 나와 있는 사례가 70~80%에 달한다는 설명입니다.

게다가 브로커와는 정식 계약을 맺지 않기 때문에 가족 상봉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이미 지급한 돈을 환불받을 길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차희 대표는 또 브로커들은 북한 관리들과 함께 활동하며 이산가족 상봉 사기 행각을 이어간다며, 이산가족이 지급한 비용의 50~70%가 북한 당국에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이차희 대표] “이거는 제가 다큐먼트가 없습니다. 그치만 우리들 사이에서, 이산가족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예요. 그니까 돈을 보내면, 현금을 보내면 거기에서는 몇 퍼센트는 북한 정부가 먹고, 그 다음에 이산가족들한테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이차희 대표는 이산가족 상봉 브로커 활동은 1990년대 활발했지만 이산가족의 고령화가 시작된 2000년대 들어서는 많이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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