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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재무부 제재, 러시아의 북한 미사일 개발 연루 확인…북한의 해외 조달망 폐쇄에 초점 맞춰야”


지난 1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한국 서울역에 설치된 TV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에서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연루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이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해외 부품 조달망을 폐쇄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앤서니 루지에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은 14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 재무부 제재를 통해 러시아가 북한의 개발에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미 재무부가 북한의 최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러시아 국적자 2명과 러시아 회사 3곳이 제재 명단에 올린 것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의 결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을 미국의 이번 제재 조치가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I think what this action proves is that there are Russians, both companies and individuals, inside the DPRK procurement network, which is critical to any effort by North Korea to continue their weapons programs.”

러시아의 개인과 회사가 북한이 무기 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 필수적인 부품 조달망 안에 연루돼 있다는 겁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은 북한 외부에서 자원이 투입돼야만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이런 움직임은 러시아가 그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While this doesn't tell us much about the work inside North Korea in terms of the development, those programs can only proceed if they get inputs from outside North Korea and this action shows that Russia plays a part in that.”

미 재무부가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러시아의 개인과 기업에 제재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앞서 1월에도 재무부는 북한이 ‘극초음속’이라고 주장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뒤 하루 만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거래에 관여한 러시아 기업 1곳과 러시아 국적자 1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올해 1월 북한의 미사일 시험 이후 VOA 한국어 서비스의 ‘워싱턴 톡’ 프로그램에서 “북한의 미사일 진전 속도를 보면 국가차원의 행위자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그것이 러시아일 수도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러시아가 북한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다는 의혹은 지난 2016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2016년 1월 북한의 광명성호 발사 직후 한국 국정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장거리 미사일의 주요 부품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19년 7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VOA에, 북한이 “시험 횟수에 비해 상당한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며, "자체 역설계가 아닌 러시아의 직접 기술 제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브루스 벡톨 미국 엔젤로 주립대 교수는 14일 VOA에 이번 제재 조치는 러시아가 현재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공공연하게 돕고 있는데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is is just yet more proof of Russia being responsible for assisting North Korea, I don't want to say openly but overtly now, with its missile program.”

벡톨 교수는 북한의 미사일 역량이 급격히 발달한 것에 주목하면서, 이는 지난 5년 간 두드러지는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에 부품을 직접 제공하는 일은 북한이 과거 스커드 미사일이나 노동, 무수단 미사일 만을 시험하던 시절에는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벡톨 교수] “There are instantly an increase in capabilities for the North Koreans that they didn't have. That's a new phenomenon, and that's within the past five years. So, it's important to note that this whole thing of Russia assisting North Korea with their missile program, that wasn't going on with the SCUDs or the Rodong or the Musudan that the Russians were basically ignoring the North Koreans. The North Koreans were buying these missile components and capabilities all over the world, from other people who used to do business with the Russians, but not from the Russians. That has changed now.”

벡톨 교수는 그 당시에는 북한이 러시아와 거래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부품이나 역량을 사들였지만 러시아로부터 직접 사들인 적은 없었다면서, 지금은 그것이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벡톨 교수는 이처럼 상황이 바뀐 배경과 관련해 미국과 러시아 간의 갈등에 주목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기업들이 북한에 부품을 파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러시아가 미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겁니다.

[녹취: 벡톨 교수] “For the Russians, this is also a good way for Putin to stick his finger in America's eyes. I think Putin has probably lifted the restrictions on Russian companies selling to the North Koreans. It appears that North Korea is paying for it. It doesn't look like Russia has just given them this stuff. So, it brings profits into the coffers of Russian-made companies and for the Russians, who up until a few years ago were actually trying to get along with the Americans. We know that has completely changed.”

벡톨 교수는 러시아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면서, 북한과의 거래를 통해 러시아의 기업들과 개인들이 이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사일 부품을 조달하는 해외 조달망을 집중 단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매닝 연구원은 북한의 해외 조달망 문제가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The sanctions on Russians who have been facilitating the North Korean missile program raises a larger issue I don't think has gotten enough attention. And that is the overseas networks that the North Koreans use, which are vital to their ability to acquire the materials for the missile and nuclear program. We need to clamp down much harder on them. Those are sanctions that are enforceable. And I don't think there's been enough focus on how to shut them down. They're all over in Asia and Russia.”

북한이 미사일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위한 자원을 얻어내기 위해서 필요한 해외 연결망이 문제인데, 이에 대해 훨씬 더 엄중히 단속해야 한다는 겁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국제 사회의 제재를 통해 북한의 조달망을 단속할 수 있다면서, 지금은 아시아와 러시아에 걸쳐 있는 북한의 조달망을 폐쇄하는데 충분한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루지에로 전 국장은 하나의 조달망 만을 노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전 국장] “I think going after one network is not enough. They only acted against what seems like a small network operating over the last four years, at least the last four years. Hopefully, this will be the start of a sustained campaign.”

루지에로 전 국장은 재무부의 제재 부과는 최소 지난 4년 간 운영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조달망에 대한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이것이 향후 지속적인 조치의 시작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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