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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부정적…대북전단금지법 비례 원칙 옹호”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한국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동참을 촉구한 유엔 보고관의 제의에 거듭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논란이 된 대북전단금지법의 비례 원칙 위반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는데, 인권단체들은 이런 한국 정부의 입장이 자의적 해석으로 국제법과 괴리가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주 서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3년 연속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불참한 한국 정부에 동참을 거듭 촉구했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On the issue of the ROK’s role on UN human rights resolutions, I once again expressed my concern that withdrawing from co-sponsoring these resolutions is a step backwards and could send the wrong message to the DPRK government.”

결의안 공동제안국 철회는 ‘일보후퇴’로 북한 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그러나 기존 입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외교부 대변인실은 지난 주말 퀸타나 보고관의 권고 이행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북한 인권에 대한 깊은 관심과 우려를 바탕으로 북한인권 결의안 컨센서스 채택에 동참했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공동제안국에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존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통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 노력해 갈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유엔 인권기구, 국제 인권 전문가들의 입장과 괴리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기자회견 당시 한국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불참 결정이 “북한 인권 문제에 관한 유엔 컨센서스 접근법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 “That was an unexpected change in the stance of the ROK government, which was not consistent with the United Nations consensus about how to approach human rights in North Korea,”

유엔 웹사이트에 따르면 컨센서스는 만장일치와 달리 ‘표결 없는 합의’를 의미하는 것으로, 어떤 유엔 회원국도 표결에 부쳐야 한다고 느낄 만큼 견해차가 큰 게 없거나 반대국 입장에서 표결해도 소용이 없을 때 주로 이뤄집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컨센서스 동참’ 주장은 표현 자체에 어폐가 있으며 이런 논리라면 결의안을 반대하면서도 표결을 요구하지 않은 북한이나 중국도 컨센서스에 동참한 셈이라는 게 유엔 인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통일부는 퀸타나 보고관이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촉구한 대북전단금지법 재검토 등 여러 제안에 관해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통일부는 1일 VOA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대북전단 처벌 조항의 비례 원칙과 관련해서는 국회 차원에서, 접경 지역 주민들의 안전, 국가 안보, 표현의 자유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처벌은 기존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상 행정적 절차 위반행위인 미승인 반출‧반입과 동일한 수준의 법정형”으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퀸타나 보고관은 앞서 회견에서 국제법과 거리가 먼 대북전단금지법의 과도하고 모호한 조항, 특히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 처벌은 “극단적”이라며 한국 국회에 재고를 촉구했다고 말했었습니다.

5개국 출신 인권운동가와 연구자들이 설립한 한국의 인권 조사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2일 VOA에, “통일부가 비례 원칙에 대한 유엔 전문가들의 지적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비례성 지적 부분을 통일부가 여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이해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이것을 말을 틀어서 다른 식의 비례성을 갖다 대고 있습니다. 통일부가 관장하는 다른 법에서 이 정도의 처벌 수위를 뒀기 때문에 새로 만든 처벌 조항에도 동일한 처벌 수위를 둔다라는 것이 비례성에 성립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가령 “기존 남북교류협력법에 무거운 처벌을 둔 것은 상대를 이롭게 하는 기술이나 금품, 금전을 무단 또는 의도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를 엄벌하는 게 입법 취지인 반면 북한 주민들에게 보내는 외부 정보는 북한 정권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라는 설명입니다.

이 대표는 “이런 문화 콘텐츠를 보내는 행위를 일반 형사 범죄로 취급한다는 것과 미수 행위조차 처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한 과잉 조치가 국제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인데 “통일부가 자의적 변명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통일부는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알 권리 차원에서 정보를 유족에게 공개해야 한다는 퀸타나 보고관의 권고에 대해 담당 기관에 질문하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다만 “피살 사건 관련 진상규명, 재발 방지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한국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향후 남북대화가 재개되면 적절한 시기에 이 사안이 논의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추궁에 대해서는 “북한인권 상황을 우려하며,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와의 협력,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인권 개선 노력은 “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상황 개선”,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노력이 함께 진전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또 퀸타나 보고관이 권고한 한국전쟁 국군포로와 납북자 사안 등 강제실종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지난 2018년 4월 남북 정상 간에 억류자 문제가 논의됐고 이어진 고위급회담에서 관계기관이 검토 중이라는 북측 답변을 얻어내는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남북관계 정체가 지속돼 북측과 추가 협의를 진행하지는 못하고 있다면서 유엔・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국제기구와의 연대와 협력, 남북 간 직접 협의를 통해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영환 대표는 퀸타나 보고관이 “표현의 자유는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거나 제3자에게 피해를 줄 때 제한될 수 있으며, 본인이 대북 전단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지지한다고 알려진 것은 유감이라고 발언했다”는 통일부 설명에 대해 북한인권 단체들이 큰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퀸타나 보고관은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발언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도 확인하지 않은 발언을 통일부와 정부 기간 뉴스 통신사가 사실인 것처럼 전하는 것은 추후 국제사회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VOA에 보낸 답변에서 “대북 전단 처벌 조항의 비례의 원칙과 관련해 (퀸타나 보고관이) 국회 차원에서,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국가 안보, 표현의 자유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며 “본인이 대북전단 행위를 표현의 자유로 지지한다고 알려진 것은 유감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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