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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20대 대선 특집] 2. 한국 차기 정부에 전하는 워싱턴 전문가 제언…“한국, 포괄적 동맹 역할 담당해야”


지난달 12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미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한국의 20대 대통령선거가 오는 9일 실시됩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가의 운영을 책임질 새로운 지도자를 뽑기 위해 현재 정책 토론과 선거 운동이 한창인데요. VOA에서는 한국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돌아보고 동맹국 차기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미국 조야의 기대와 제안을 들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순서로 미국과의 공조 부문에서 한국 차기 정부에 전하는 워싱턴 전문가들의 제언을 전해드립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한 동맹의 중요성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에서는 차기 한국 정부의 역할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습니다.

미한 동맹은 전통적으로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강압적 행동에 나서는 상황에서 민주주의 국제 질서 수호에서 동맹인 한국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지난달 12일 하와이에서 열린 미한일 외교장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을 함께 거론했습니다.

[녹취: 블링컨 장관] “And the common denominator is when basic principles that we’ve established together that are vital to the security and the prosperity of people in all of our countries are being challenged, we stand up together to defend them.”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인 기본적 원리가 도전을 받을 때는 우리가 함께 서서 이를 방어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이러한 기대에도 한국 정부가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했을 때 즉각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에 적극 동참하지 않은 것은 실수라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가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The initial ROK reaction to the invasion was quite frankly disappointing. There was clearly an effort to create the view among government officials in South Korea that this was not really their affair, and getting involved in this would not be helpful in terms of South Korea-Russia relations. That was a big mistake. It’s now been corrected. I think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he Blue House are in a very different and much better place. And so the next government I think needs to avoid making a similar mistake.”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1일 VOA와의 전화 통화에서 “초기에 한국 정부 관리들은 이것이 그들의 문제가 아니며, 개입하면 한국-러시아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조성하려 했다”며 “그것은 매우 큰 실수였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 수정이 됐고, 한국 정부와 청와대는 훨씬 좋은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한국 정부가 비슷한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며 “자유민주주의 국가, 주권국가, 미국의 동맹,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파트너로서 한국은 이 중요한 역사적 시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맞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와 청와대는 지난달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독자 제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국제사회 제재에 참가하는 자체도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다 뒤늦게 28일 러시아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 차단, 1일 러시아 은행과 거래 중지, 국제금융통신망(SWIFT) 배제 등 금융제재를 발표했습니다.

지난 2017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공안들이 롯데마트 출입구 주변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중국 베이징에서 공안들이 롯데마트 출입구 주변을 지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 버려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의 민주주의 국제 질서 수호 의지가 더욱 분명히 드러나는 가운데 인도태평양 지역 현안에서도 한국의 분명한 입장이 기대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하며, ‘안미경중’ 즉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서 선택을 강요받는 국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국가”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VOA에 미국이 한국에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국가에 걸맞는 행동을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We’re not forcing South Korea to do anything but what we’re trying to highlight is that ‘if you’re a democracy, and you believe in the principles of freedom and democracy, and free market principles, human rights, the rule of law that you shouldn’t have to be called upon to stand up for those principles when they come under attack, either by China or Russia or North Korea or others. You shouldn’t need to be reminded to do the right thing and that nations should stand up for those principles even if there are consequences from the authoritarian regime.”

클링너 연구원은 “우리가 부각하려는 것은 한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고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 질서, 인권, 법치주의의 원칙을 믿는다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그러한 가치를 공격했을 때 보복을 감수하고서라도 맞서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역내 문제에 있어 중국의 인권 유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적이고 약자를 괴롭히는 행동, 중국의 타이완에 대한 위협 등에 있어 일본이 한국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비판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한국은 중국의 강압적 행동, 최근에는 러시아의 강압적 행동에 대해 방관자적 입장을 취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배경에 중국의 경제 보복 등 강압 외교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중국은 한국 롯데그룹이 2017년 2월 성주골프장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부지로 내주는 계약을 체결하자 롯데 계열사 중 중국에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 중이던 롯데마트를 표적으로 삼고 보복했습니다. 또 한국 단체관광 제한, 한국 대중문화 금지 조치도 내렸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차기 한국 정부가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베넷 선임연구원] “So I think to the new administration, whether conservative or progressive, I would say you have a problem, you’ve allowed China to gain economic leverage over you, so you’ve got to somehow balance what you do with the U.S. versus what you do with China.”

베넷 연구원은 “보수든 진보든 신임 한국 정부는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며 “따라서 신임 정부는 미국과 중국과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대중 취약성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지 않은 점이 놀랍다”며 중국과의 무역량을 줄이고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권장하지 않는 등의 조치를 제안했습니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차기 한국 정부가 예상되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미사일 방어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박사] “If Kim Jong Un keeps testing missiles with greater and greater capabilities than I just think it’s inevitable that South Korea will have to decide whether it wants to deploy additional missile defense systems in South Korea, and we know that China’s going to be very unhappy about that. That’s a decision for Seoul to make. I hope that South Korea agrees to strengthening trilateral cooperation on missile defense because I think it’s justified in light of North Korea’s continuing missile development and testing.”

세이모어 조정관은 “김정은이 더욱 높은 성능의 미사일을 계속 시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자국 영토에 미사일 방어 체계를 추가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라며 “중국이 이에 대해 매우 불쾌해 할 것을 우리는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북한의 계속된 미사일 개발을 감안하면 미한일 미사일 방어 강화는 정당하며, 한국이 그러한 계획에 동의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5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한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지난해 5월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미한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문재인 한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미국의 우선순위는 북한 비핵화라는 점 존중해야”

워싱턴에서는 차기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공조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에 있어 미국 정부와 엇박자를 내 온 점에 대한 우려때문입니다.

미국의 북한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는 비핵화인데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초점을 맞춰 왔다는 겁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미한정책국장은 “물론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제시한 현안들과 접근법에 열정적인 파트너를 더 선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국장] “I think the difficulties in the alliance has come when one partner or the other defines their interest in a very narrow terms that are to the exclusion of the other side. For instance, when the Trump administration, defined the alliance, basically in terms of who pays for what, turned it into a kind of mercenary instrument, for transactional instruments, weaken the alliance. Likewise, to the extent that there is a South Korean administration that pursues, a kind of nationalist vision and inter-Korean reconciliation that is not based on reality of the situation, than there are going to be challenges, problems, and it will be much harder to manage.”

스나이더 국장은 “동맹 관계에서 한쪽이 자국의 이익을 매우 좁게 규정하고 상대방을 배제할 때 동맹에 어려움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관계를 거래적 관계로, 비용 지불 측면에서 규정했을 때를 꼽으면서,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실상에 근거하지 않고 민족주의적 비전을 가지고 남북한 화해를 추진한다면 관리하기 어려운 도전들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또 “바이든 정부가 차기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로부터 한-일 양자간의 이견을 해결하기 위한 상호간의 강력한 노력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미한일 삼각공조를 강조해 온 가운데, 지난달 발표한 인도태평양전략에서도 ‘미한일 협력 확대’를 구체적인 행동계획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스나이더 국장은 바이든 정부가 미한일 삼각 조율을 동북아시아의 ‘안보 설계’의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가 미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진지하고 폭넓은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오핸런 연구원] “My broader advice to both Washington and Seoul is that we need a serious policy for trying to address the North Korean ICBM and nuclear threat. I think we should be trying to pursue in which we go for a verifiable dismantlement of North Korean nuclear production capability and a permanent ban on nuclear and ICBM testing in exchange for partial lifting of sanctions and the partial sanctions should include most of the UN sanctions that have been imposed since 2017.”

오핸런 연구원은 “북한의 핵 생산 능력의 검증 가능한 해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의 영구 금지에 상응해 2017년 이래 가해진 대부분의 유엔 대북 제재 해제”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의 ‘극도로 조심스러운’ 정책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도발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차기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섣불리 제재 해제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루지에로 연구원] “We’ve seen the danger before with regard to North Korea which is the North Korea front loads their negotiations and they receive the benefits and they don’t carry through in their commitments. And in many ways they either don’t carry through or they delay those commitments to a time of their choosing. So they get the benefits of what they’re looking for, but we the U.S. South Korea, Japan and other allies don’t get any of the movement towards denuclearization.”

루지에로 연구원은 “북한은 협상 초기에 혜택을 받은 뒤 약속을 지키지 않고, 원하는 시점까지 상응하는 행동을 지연시키는 것을 우리는 과거에 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북한은 혜택을 받고, 미국, 한국, 일본과 동맹들 입장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전혀 보지 못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문재인 정부 관리들이 거듭 개성공단 재개와 금강산 관광 추진을 언급한 데 대해 루지에로 연구원은 ‘유엔 제재 위반’이라며 “차기 정부는 북한이 금지된 프로그램에 쓸 수 있는 경화를 조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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