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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시진핑에 또 친서...대미 공동전선 협력 강조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평양에서 악수하고 있다. (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베이징동계올림픽의 성공적 마무리를 축하하는 친서를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대미 공동전선에서의 북-중 협력을 강조했는데, 미국을 겨냥해 추가 무력시위를 암시하는 메시지도 담았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대외관영 ‘조선중앙통신’은 2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베이징 겨울철 올림픽경기대회가 성과적으로 진행된 것과 관련해 구두친서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베이징올림픽이 성대히 진행된 데 대해 열렬한 축하를 보냈습니다.

김 위원장은 또 “유례없이 엄혹한 보건 위기와 적대세력들의 책동 속에서도 올림픽 역사에 뚜렷한 자욱을 남기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의 길로 나아가는 기상을 과시했다”고 중국을 치켜세웠습니다.

김 위원장은 특히 “북-중 두 나라와 두 당이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노골적인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위협을 짓부수고 공동의 위업인 사회주의를 수호하고 전진시켜 나가고 있다”며 대미 공동전선에서의 양국의 전략적 협력과 단결을 강조했습니다.

한국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매체 보도를 기준으로 이번이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주고받은 11번째 친서입니다. 이 중 두 차례는 북한이 중국에 인편으로 서한을 전달했고 나머지 9차례는 구두친서였는데 이번 구두친서가 전달된 경로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의 이번 친서가 통상적인 축하를 넘어 미국에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추가 도발을 경고했다고 풀이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선임연구위원] “1월에 7차례 미사일 발사 그 다음에 모라토리엄 파기 선언이라는 두 가지 경고를 미국에 보냈거든요. 그런데 미국의 반응은 결과적으로 한-미-일 하와이 외무장관 회담에서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어요. 북한이 원하는 답이 안 나온 거죠. 그렇기 때문에 공이 다시 북한에 넘어갔거든요. 거기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추가적인 무력시위, 대미 압박을 예고하는 그런 의미를 담은 친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만해도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포함해 총 일곱 차례 각종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켰다가 올림픽 기간에는 한 차례도 도발하지 않고 철저히 내치 중심의 행보를 보였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친서 내용으론 이례적으로 미국을 겨냥한 호전적인 표현들이 들어있다며 북한이 향후 대미 공동전선에서 본격 투쟁에 앞장서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앞서 올림픽 개막일인 지난 4일에도 시 주석에게 축전을 보내 이번 올림픽 개최가 “사회주의 중국이 이룩한 또 하나의 커다란 승리”라며 치켜세운 바 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김 위원장의 연이은 친서와 올림픽 기간 중 도발 자제 등 북한이 대중 관계에 공을 들이고 있는 정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북한이 국제사회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 사태로 심각해진 경제난 속에서 미국을 겨냥한 대중 관계 강화가 절실해진 때문이라며 이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과거보다 커지는 조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향후 추가 도발을 구상함에 있어서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될 때 나름대로 중국의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서 조금 더 북한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겠다는 측면도 존재한다는 거죠.”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전통적으로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 등거리 외교를 펴 온 북한이 최근 보이고 있는 대중 밀착 움직임은 다소 특이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에 대한 기대를 접고, 중국의 경제 지원과 자신들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같은 전략도발 시 중국 측의 엄호를 바라는 속내를 드러낸 행보라는 게 박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입니다.

박원곤 교수는 이번 친서에서 시 주석의 장기집권 시대를 선언할 중국의 올 가을 20차 당 대회가 언급된 대목을 주목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친서에서 중국 공산당 제20차 대회를 맞이하는 올해에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기 위한 투쟁에서 보다 큰 성과를 거두리라는 확신을 표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시 주석의 3연임을 중국판 수령체제로 선전해 북한의 세습체제의 정통성 강화에 활용하려는 의도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기존 당 국가체제이기 때문에 중국은 지도부 안에서의 정권교체가 평화적으로 됐었죠. 그렇지만 시진핑 시대 들어서 그런 규범화된 제도를 다 없애면서 3연임으로 가겠다 그것은 북한식 표현으론 유일수령체제 같은 형식으로 가겠다는 거거든요.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의 체제 정통성이 굉장히 강화되는 것이고 이렇게 유일체제로 가는 게 사회주의 승리로 가는 가장 핵심이라는 주체사상이 결국 중국에서까지도 적용되는 현상이라고 얘기하는 거죠.”

한편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러시아 간 갈등 고조로 북한의 전략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시아 지역의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해당 지역에 러시아 군을 투입하기로 했고 미국 등 서방 진영에선 이를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서면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발발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박형중 선임연구위원입니다.

[녹취: 박형중 선임연구위원] “우크라이나 문제가 심해질수록 미국이 북한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생각됩니다. 북한 정책결정자들이 만약에 활용하기로 결정한다고 하면 이 기회를 자신의 핵 미사일 능력을 현대화하는데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거죠.”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미-러 간 대결 격화는 중국은 물론 러시아까지 북한이 전략도발에 나서더라도 예전처럼 유엔 안보리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우군화하는 행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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