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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한반도 현안 바빠진 행보..."대미 전략경쟁 속 남북한 영향력 확대 의도"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자료사진)
류샤오밍 중국 한반도 사무 특별대표 (자료사진)

중국이 한반도 현안에 눈에 띄게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서 북한은 물론 한국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반도 현안과 관련한 중국의 행보가 최근 들어 분주해진 양상입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최근 민수분야에 대한 대북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제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했습니다.

중국은 북한 비헥화와 평화체제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이른바 ‘쌍궤병행’을 북핵 문제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대북제재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꾸준히 보여왔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제재완화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한국이 종전선언을 적극 추진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등으로 일각에서 대북 제재 완화 필요성이 언급되는 상황에 편승해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박 교수는 또 중국이 미-한-일 대중 견제 공조에 맞서 북한, 러시아와의 공동 전선 의지를 과시한 행보로 풀이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한반도에 대해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미국으로 하여금 골칫거리인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 있고 또 한-미-일에 대응해서 북-중-러가 이렇게 함께 가고 있다, 결국 협상력을 높이는 그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판단이 되고요.”

북한과의 고위급 접촉도 눈에 띕니다.

중국의 외교사령탑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지난달 28일 베이징에서 직접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를 접견하고 그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양 정치국원은 서열상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보다 위에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리 대사와의 회동이 파격적이라는 평가입니다.

국가 대 국가의 외교관계와는 다른, 북-중간 당 대 당 특수관계를 재확인시키면서 북한을 예우하는 모양새였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과의 교역 재개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끊겼던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열차 운행이 이달 중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통일부는 이와 관련해 “북중 접경지역에서 방역시설 구축 등 물자교류 재개를 준비하는 동향들이 관측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철도화물 수송체계 현대화를 위한 법안을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제정한 것도 철도 운행 재개를 위한 준비 작업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의 최근 행보에 대해 미-중 패권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신 센터장은 특히 북한이 신종 코로나 봉쇄를 풀고 대외 교류와 교역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과 맞물려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 행보가 보다 적극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대외 개방으로 다시 나오려는 북한을 중국 편으로 확실히 끌어안기 위해서 북한이 필요한 목소리를 국제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그런 점을 북한도 평가하고 대미 강경노선을 걸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 성공을 위해서도 중국이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내년 가을에 결국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확정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건이 조성돼야 하는데 그 첫 단추가 베이징 동계올림픽입니다.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악화, 예를 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하면 한반도 정세에 전운이 감돌게 되는 상황이 되거든요. 그렇게 되면 중국으로선 아주 안 좋은 상황이 발생되고요.”

중국은 이와 함께 현재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종전선언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자신들의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류샤오밍 중국 정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1일 노규덕 외교부 평화교섭본부장과 영상으로 한-중 북핵 수석 협의를 진행했습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류 특별대표는 이 자리에서 “중국은 한반도 사무의 중요한 당사국이자 ‘조선 정전협정’ 체결국으로서 한반도 평화 논의 추진, 종전선언 발표 등 사무에 관해 관련국과 소통을 유지하며 건설적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그동안 종전선언 참여와 관련해 ‘당사자로서 마땅한 역할을 하겠다’는 다소 추상적인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종전선언에 대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입장이 아직 분명하지 않지만 문재인 한국 정부의 의지가 강하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흥미로운 제안이라는 반응을 보인 바 있어 중국으로서도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정말로 궤도에 올라서 진행될 때 중국이 그 버스를 타야 한다는 거죠. 중국도 역시 종전선언에 대해서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종전선언이 이뤄질 때 당사자든 무엇이 됐든 어떤 방식으로든 거기에 발은 넣어야 된다는 거거든요. 그러려면 지금의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이 할 순 없잖아요.”

중국이 종전선언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 중에는 미-중 경쟁 구도 속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확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조한범 박사는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는 북핵 협상 재개의 입구로서,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를 전방위 외교를 통해 호소하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미국과 달리 중국은 향후 한국에 적극 호응하는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대북제재나 종전선언 문제를 둘러싼 중국의 행보에는 한국을 약한 고리로 보고, 미-한 동맹을 약화시키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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