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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워싱턴서 ICC 전 재판관 공청회…김정은 정권 반인도 범죄 추궁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와 민간 고해상도 위성사진 제공업체인 ‘올소스 어낼러시스’가 30일 북한 14호 관리소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위성사진에 신설된 도로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 북한인권위원회(HRNK) 웹사이트.
미국 민간단체 북한인권위원회와 민간 고해상도 위성사진 제공업체인 ‘올소스 어낼러시스’가 30일 북한 14호 관리소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위성사진에 신설된 도로가 표시되어 있다. 사진 출처 = 북한인권위원회(HRNK) 웹사이트.

세계 최악의 정치범수용소로 불리는 북한 관리소 실상에 관심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인권단체는 14호 관리소 등 북한 정치범수용소 폐쇄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제작하고 다음 달에는 전직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을 워싱턴에 초청해 김정은 정권의 범죄 혐의를 추궁하는 공청회를 열 계획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는 지구상의 온갖 인권 침해의 집합소로 불릴 만큼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북한 정치범수용소 4곳에 8만~12만 명의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으며, 수감자들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참상은 20세기 전체주의 국가의 수용소를 방불케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독일 나치 정권이 유대인 수백만 명을 학살한 강제수용소와 옛 소련의 굴락(Gulag)에서 벌어졌던 참상이 재현되고 있다며 유엔이 폐쇄를 촉구했지만, 아직도 북한의 관리소는 건재한 반면 국제사회의 관심은 약화되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14일 공개한 ‘북한 14호 관리소 사람들: 영원히 침묵하는 자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통해 이런 상황에 거듭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12월 이 단체가 새 보고서를 통해 경고한 것처럼 1만 5천여 명이 수감된 것으로 알려진 14호 개천 관리소가 지난 7년 사이 일부 감시 시설을 확충하는 등 인권 탄압을 지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 단체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동영상에서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개천 관리소를 3D 영상으로 자세히 보여주며 길이가 40~49km, 폭이 30km에 달하는 이 악명 높은 시설에 6개의 입구와 검문소, 37개의 감시 초소, 7개의 막사 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Satellite imagery analysis shows that Camp 14 has six entrances and checkpoints, 37 guard positions, three internal guard positions or checkpoints, and seven barracks.”

이 단체는 이곳에서 3대에 걸친 연좌제, 강제노동과 고문, 처형 등 다양한 인권 참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을 향해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하고 폐쇄를 위한 첫 단계로 수감자들의 영양 상태를 즉각 개선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유엔 인권이사회가 지난 2019년 실시한 북한에 관한 3차 보편적 정례검토 UPR에서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혔던 아일랜드의 권고, 즉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이 수감자를 포함해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해 방해 없이 자유로운 접근을 즉각 허용”하라는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당시 UPR 답변서에서 국제사회가 제시한 262개 권고 중 63개를 거부하고 199개 중 132개를 수용해 이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개선 움직임은 없다고 인권단체들은 지적합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국제사회가 이에 대응해 “북한의 방대한 정치범 강제 수용 체계를 구성하는 14호 개천 관리소와 다른 정치범수용소들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해체를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We must seek ways to secure the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of camp 14 and other camps that constitute North Korea's fast system of political imprisonment.”

미국 정부도 북한 정치범수용소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12월 유엔 안보리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비공개회의 뒤 7개국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 주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정권 중 하나에 의해 기본적인 자유를 체계적으로 거부당하고 있다”며 정치범수용소를 언급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 people of the DPRK are systematically denied their fundamental freedoms by one of the most repressive and totalitarian regimes in the world. In the DPRK, the regime continues to hold more than 100,000 people in political prison camps where they suffer abuses including torture, forced labor, summary executions, starvation and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북한 정권은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수감자들은 고문과 강제 노동, 즉결 처형, 굶주림, 성과 젠더 기반 폭력을 포함한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런 우려와 달리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권고한 가해자 책임 추궁 등 실질적인 압박에 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입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지난달 VOA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에 우려를 나타내며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참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결의한 유엔 설립과 세계인권선언 채택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And in 1945 when the UN was established, there was a commitment that we would not do that. That was what was done to the victims of the Nazi oppression in the 1930s and 40s and the international community by setting up the United Nations by adopting standards of universal human rights,”

커비 전 위원장은 특히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조사에 참여하면서 어린 시절 흑백 뉴스로 시청했던 야만적인 나치 강제수용소 현장의 모습이 끊임없이 떠올랐다며,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생존자인 토머스 버건탈 전 국제사법재판소 판사의 말을 상기하기도 했습니다.

버건탈 전 판사는 지난 2017년 국제변호사협회(IBA)의 지원으로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공동 조사한 뒤 연 회견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환경이 내가 어린 시절 나치 수용소에서 보고 경험한 것처럼 끔찍하거나 심지어 더 나쁘다”고 말했었습니다.

[버건탈 전 ICJ 판사] "I believe that the conditions in the (North) Korean prison camps are as terrible, or even worse, than those I saw and experienced in my youth in these Nazi camps,”

커비 전 위원장 등 인권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침묵에 관해서도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습니다.

과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설립 결의 채택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한국의 최석영 전 주제네바 대사도 이달 초 한국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 인권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최 전 장관은 “북한 인권에 대해 말이 없으면서 어떻게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군대위안부 인권 탄압을 비판할 수 있나?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을 다루지 않는 것은 자승자박이요 자기모순”이라며 “이것은 북한 내 인권탄압 집단의 이익에 동조하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한국의 문재인 정부, 미국의 전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정상외교에 집중하면서 전반적으로 정치범수용소에 대한 관심과 책임추궁 노력이 상당히 정체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결과 유엔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한국의 공조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겁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One of the reasons is that the coalition of like-minded states at the UN, the United States, the European Union, Japan and South Korea is not as active as it used to b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런 국제 분위기 개선을 위해서 국제변호사협회(IBA)와 함께 다음 달 4일 전직 국제형사재판소 판사들을 초청해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청회에는 국제형사재판소 ICC 판사를 지낸 나비 필레이 전 유엔 인권최고대표, 실비아 페르난데스 데 구르멘디 전 ICC 소장, 볼프강 숌버그 전 유고와 르완다 국제형사재판소(ICTY) 판사 등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북한인권위원회와 국제변호사 협회는 이 공청회 목적이 로마규약에 따라 북한에서 최악의 인권 유린을 저지른 김정은 등 북한 최고위층부터 하급 경비원에 이르기까지 반인도 범죄 혐의에 대한 책임을 가리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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