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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 “북한판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평화 공존은 모순…국제사회 행동해야”


북한 18호 북창 관리소(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 김혜숙 씨가 그린 관리소 지도가 제네바 유엔 인권사무소에 걸려있다. (자료사진)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 운동가들과 전문가들이 옛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대학살, 즉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나치 수용소와 비슷한 북한 관리소(정치범수용소) 폐쇄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북한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고수하는 독재자와 평화를 이루겠다는 발상 자체가 모순이라며 홀로코스트를 중단시킨 역사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

북한 꽃제비 출신으로 영국 의회에서 행정관으로 일하는 티머시 조 씨는 지난 27일 런던 다우닝가의 총리 관저에서 보좌관들에게 북한의 인권 상황을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조 씨는 28일 VOA에, 영국 정부가 이날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추모의 촛불을 밝히며 애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판 홀로코스트가 21세기에도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티머시 조 씨] “저의 메시지 중점은 이거였어요. 홀로코스트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고! 21세기에 홀로코스트 같은 범죄가 북한 (정치범)수용소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국민을 착취하고 억압하고 박해하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잖아요. 우리가 홀로코스트를 기념하면서 그저 바라만 보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액션으로 뭔가를 도모해야 한다고요.”

조 씨는 참석자들이 정치범수용소 등 심각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큰 우려와 공감을 표시했다며, 그러나 이런 심각한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인 27일은 77년 전 독일의 옛 나치 정권이 운용한,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세상에 처음 공개된 날입니다.

국제사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에 희생된 600만 명의 유대인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반인도적 대량 학살 범죄가 지구상에서 재발돼서는 안 된다며 해마다 이날을 통해 지구촌에 경종을 울리고 있습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추모 영상을 통해 “우리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생존자들을 기리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헌사는 모두를 위한 평등과 정의, 존엄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구테흐스 총장] “ As we remember those who died in the Holocaust and honor the survivors, our best tribute is the creation of a world of equality, justice, and dignity for all.”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성명에서 과거의 착오를 만회할 수 없지만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자유 사회를 강화하는 정의와 평등, 다양성의 근본 가치를 항상 지킬 것을 엄숙히 약속하자”고 미국인들에게 강조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let us commit to making a better future and to always upholding the fundamental values of justice, equality, and diversity that strengthen free societies.”

하지만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수감자들에게 가해지는 끔찍한 참상은 20세기 전체주의국가의 수용소에서 벌어졌던 비극과 유사하다”고 지적한 북한 정치범수용소(관리소)는 이날을 포함해 최근 몇 년 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위원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북한 관리소 4곳에 8만~12만 명의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북한 당국에 피해자 접근과 수용소 해체, 정치범을 모두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지도부는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런 권고를 전면 무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일부 관리소를 확장했거나 평산과 승호리에 관리소를 추가로 지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위성사진과 전문가 분석을 통해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는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28일 VOA에, 수용소가 지금도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특히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상황이 더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It has become extraordinarily rare to have recent arrivals who were prisoners at the 관리소 camps. Short-term detention facilities, we have them. No problem. 교화소-reeducation for labor camps, no problem. We have them. 관리소? It’s more difficult,”

스칼라튜 총장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 이후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했고,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하고 있다며, 관리소 출신 탈북민이 한국 등 자유 세계에 도착하는 사례도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0여 년 간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들 가운데 북한의 단기 구금시설이나 교화소에 수감됐던 사람들은 계속 있었지만,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 정치범수용소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15호 요덕관리소 수감자 출신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만나면서 주목을 받은 뒤 18호 관리소 출신 김혜숙 씨 등 관리소 출신 탈북민들의 한국행이 계속 이어졌지만,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는 잠잠한 상황입니다.

아울러 정치범수용소에 관한 국제 관심도 2014년 9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주도로 뉴욕에서 북한 인권 고위급 회담이 열리면서 정점을 찍은 뒤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녹취: 케리 당시 국무장관] “So we say to the North Korean Government, all of us here today: You should close those camps. You should shut this evil system down.”

케리 장관은 당시 정치범수용소 출신 탈북민 등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정부를 향해 “정치범수용소를 폐쇄하고 이런 사악한 제도를 폐지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이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대북 정상 외교에 집중하면서 북한 인권 범죄자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책임 추궁 노력이 교착상태에 빠지는 등 동력이 많이 약화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One of the reasons is that the coalition of like-minded states at the UN, the United States, the European Union, Japan and South Korea is not as active as it used to be.”

그 결과 유엔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 한국의 공조가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다는 겁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정체 상황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커비 전 위원장] “There have been some signs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not only turned away from responding to the report of the Commission of Inquiry on Human Rights in North Korea, but that the international community has lost interest or regard to the response as just too difficult and impossible to achieve.”

“국제사회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보고서가 권고한 대응을 외면했을 뿐 아니라 그 대응이 너무 어렵고 성취가 불가능해 보여서 관심을 잃었다는 일부 징후도 있다”는 겁니다.

커비 전 위원장은 유엔이 1945년 설립 당시 가졌던 옛 독일 나치 정권의 만행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그로 인해 탄생한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국제사회가 정치범수용소 해체 등 북한 인권 문제를 다시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내 일부 탈북민과 기독교인들이 설립한 민간단체 ‘북한홀로코스트박물관’이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27일 온라인 사진전을 열었습니다.

이 단체의 탈북민 출신 지현아 공동대표는 28일 VOA에, “북한판 홀로코스트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사진전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지현아 공동대표] “북한판 홀로코스트 즉 대량학살을 막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감옥 밖의 사람들이 감옥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만큼이나 끔찍한 학살이 현재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비롯한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하루빨리 노예에서 해방되길 원합니다.”

지현아 공동대표는 “이런 북한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들을 고수하는 잔인한 독재자 김정은과 평화 체제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우리가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중단시켰는지 그 역사의 교훈을 국제사회가 행동으로 옮겨 주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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