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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북한 ‘행동재개 검토’ 심각히 받아들여…실행 가능성 있어”


북한이 지난 2017년 11월 화성-15형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공개한 사진.

북한이 4년 가까이 중지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재개를 시사한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기조에 불만을 표출하며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미국의 전문가들은 해석했습니다. 북한이 시기를 저울질하며 실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AN)의 켄 고스 한국담당 국장은 20일 VOA와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그동안 스스로 유지해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가 효과가 없다면 다른 무언가를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때”에 이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if their self-imposed moratorium is not working, then they got to do something different. At least from their point of view, because time's running out, so they now are going to the first step here, which is okay, they're, they're letting it be known…”

특히 “북한 입장에선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이번 발표는 “아무런 진전이 없다면 ICBM 등 미사일 시험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알리는 첫 단계”로 풀이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에서 벗어나 먼저 양보할지, 아니면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하며 현상 유지를 지속할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우드로윌슨센터의 수미 테리 한국담당 국장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 1주년에 맞춰 이번 발표가 나온 점에 주목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They waited from their perspective, they waited a year and they made a calculation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 is not going to really bring anything any kind of significant change….”

북한 입장에선 미국의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을 기다렸지만 ICBM 발사 등 ‘중대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바이든 정부가 어떤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북한의 이 같은 발표를 “위협”으로 표현하며 “이런 위협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번 발표에 대해 “북한이 자신들의 핵심 목표, 즉 일방적인 제재 완화와 사실상의 핵보유국 인정을 위해 대미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입장에선 논리적인 다음 수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북한이 미한방위조약과 주한미군 주둔을 ‘적대정책’으로 규정한 만큼 워싱턴을 압박하고 미한동맹을 저해할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20일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를 직접 겨냥한 ‘경고성’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지난 2017년 12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화성-15형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집회가 열렸다.
지난 2017년 12월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화성-15형 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집회가 열렸다.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대량살상무기 정책조정관은 북한은 “유엔 안보리가 대북 추가 제재를 승인하면 핵과 ICBM 시험 재개로 맞대응 할 것”이라면서 미국과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보내는 경고라고 해석했습니다.

[녹취: 세이모어 전 조정관] “I see it as a warning to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nd other countries that if the UN Security Council approves additional international sanctions against North Korea, then North Korea might respond by resuming nuclear and ICBM testing.”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해 최근 미국이 부과한 대북 독자제재와 달리 유엔이 부과하는 제재는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이것은 북한의 ‘주요 우려사안’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경고’가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는데, 전문가들은 특히 ‘시점’에 주목했습니다.

테리 국장은 북한은 자신들이 말하는 대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발표를 “상당히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지나 한국 대선 이후와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 사이를 북한 측에는 ‘적기’로 생각할 수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녹취: 수미 테리 국장] “North Koreans have a tendency to follow through with what they say they want to do. So I take their words quite seriously. The only question is the timing…”

고스 국장은 “미국이 지금과 같이 전략적 인내의 길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제하면서, “만약 그럴 경우 북한은 (ICBM) 시험 등을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실험 여부가 아니라 ‘시기’의 문제라며 다음달 초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3월 한국 대통령 선거 결과 등을 고려하며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발사를 강행할 경우 유엔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를 ‘기정사실’로 거론했지만, 북한 정권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 견해도 내비쳤습니다.

수미 테리 국장은 ICBM 시험 등으로 인한 대가가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북한도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모라토리엄 중단 카드’를 꺼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테리 국장] “I don't think the consequences are something that North Koreans cannot live with and they know that…”

미국은 북한의 행동을 규탄하는 강력한 공동성명, 유엔 차원의 제재 강화 등을 모색하겠지만 “군사 행동 등과 같이 북한이 감당할 수 없는 어떤 것은 아닐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중국의 반응과 관련해, 북한이 핵실험과 ICBM 등을 재개할 경우 유엔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에 동참하겠지만 “중국이 현장에서 제재를 실제로 이행할지는 다른 문제”라고 테리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탄도미사일 실험을 재개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 외에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워싱턴의 결의를 보여주기 위해 상징적인 한두 조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유엔 안보리 긴급논의와 한반도 주변에 정찰 자산을 배치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 “I think the Biden administration has little choice but to make clear to North Korea that there would be severe consequences if Pyongyang resumes nuclear and log-range ballistic missile testing.”

고스 국장은 북한이 이런 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제재를 강화하려 할 것이고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제재 체제를 완화하려 할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현재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고스 국장] “We will try to enforce sanctions on them and China will do whatever it can and along with Russia to mitigate any sanctions regime on North Korea…”

고스 국장은 다만 북한이 ICBM 실험 등을 하더라도 미 정부의 대응이 ‘화염과 분노’로 상징되는 2017년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바이든 정부가 원하는 것은 “압력(긴장) 고조가 아니라 감소”이며 북한의 과잉 반응을 우려하기 때문에, 북한이 무언가 하도록 겁주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진단입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역할’ 가능성을 주목하기도 했습니다.

조셉 디트라니 전 6차회담 차석대표는 중국은 “북한에 ICBM과 핵실험 등 추가 행동을 삼가도록 조언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디트라니 전 대표] “I think China has been advising North Korea to not restart definitely a test and relaunching ICBMs given the likely consequences for that…”

중국은 북한이 이런 행동을 강행할 경우 추가 제재와 함께 역내 상황이 고조되는 것을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과거에도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을 자제시킨 사례가 있다는 설명입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도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발사를 재개한다면 뉴욕(유엔)으로부터 미국의 추가 경제제재 제안을 수용하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리비어 전 수석부차관보는 이번 위협이 북중 화물열차 재개 직후 나온 점이 우연이 아닐 수 있다며, “김정은이 중국의 경제, 에너지, 식량 지원을 확신하며 갑자기 이런 과감한 행동에 자신감을 얻은 건 아닌지, 발표와 관련해 북중 간 사전 조율이 있었는지 탐색해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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