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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소송, 코로나 사태로 차질…수감된 암호화폐 전문가도 감염


북한에서 열린 가상화폐 회의에 참석했다가 지난해 11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된 미국인 버질 그리피스 씨. 사진 제공: Cal School Of Information.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미국 법원에 계류된 북한 관련 사건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제제법을 위반한 미국 암호화폐 전문가의 선고가 늦춰지고 북한에 보내는 소장도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2019년 무단 방북 등의 혐의로 미 수사당국에 적발된 암호화폐 전문가 버질 그리피스 씨.

지난해 9월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공모 혐의에 유죄를 인정하면서 다음달 1일 최종 선고만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변호인이 그리피스 씨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이유로 예정된 선고일정의 연기를 재판부에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법원 기록시스템에 공개된 변호인의 14일자 서한에 따르면 현재 연방 구치소에 수감 중인 그리피스 씨는 크리스마스인 지난해 12월 25일 이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10일간 격리조치를 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현장 혹은 화상, 전화를 이용한 변호인 접견을 하지 못했으며, 격리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이런 상황이 계속돼 12일 처음으로 전화 통화만 할 수 있었다는 게 변호인의 설명입니다.

변호인은 이런 이유 등으로 재판부가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선고 공판을 4월 둘째 주와 셋째 주로 미루고, 변호인이 제출해야 하는 선고와 관련된 의견문의 제출 시한도 이달 18일에서 3월 4일로 변경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승인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지만, 그리피스 씨가 처한 상황 등으로 볼 때 변호인의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럴 경우 그리피스 씨의 구치소 수감 기간도 그만큼 더 길어지게 된 겁니다.

변호인은 이번 서한을 통해 그리피스 씨의 열악한 상황을 열거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수감 중인 구치소가 봉쇄되면서 수감자들에게 지급되는 식량의 양이 현저히 줄고, 샤워 기회가 극도로 제한됐으며, 야외에 머무는 시간도 부족해진 상황이라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그리피스 씨에게 처방약 전달이 지연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런 점들이 그리피스 씨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안겨준다고 변호인은 설명했습니다.

그리피스 씨는 최근 몇 년간 가치가 크게 상승한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개발하며 부와 명성을 얻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2019년 4월 국무부의 승인 없이 평양 블록체인 암호화폐 회의에 참석하고, 이 기간 북한에 국가 기밀과 기술을 전수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한 순간에 범법자 신세가 됐습니다.

여기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까지 겹치면서, 예정됐던 선고 공판마저 뒤로 미뤄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목을 잡고 있는 북한 관련 사건은 또 있습니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케네스 배 씨.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미국인 케네스 배 씨.

북한에 2년 넘게 억류됐다 풀려난 케네스 배 씨의 소송입니다.

앞서 배 씨 측은 북한에 억류될 당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며 지난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에서 북한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소송은 여전히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송이 공식 시작되기 위해선 피고, 즉 북한 정권이 배 씨의 소장을 전달받아야 하지만, 평양으로 우편물을 전달해 왔던 국제우편 서비스 업체 ‘DHL’이 2020년부터 비외교 문서에 대한 배송을 중단하면서 어려움이 시작됐습니다.

이어 소장의 실질적인 송달 책임을 맡고 있는 미국 워싱턴 DC 연방법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미국 우체국을 통한 소장 발송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우체국은 ‘DHL’을 제외하고 배 씨 측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결국 사건을 담당한 판사의 명령으로 소장을 담은 우편물이 우체국을 통해 평양으로 보내졌지만, 미국을 떠났다는 기록만 남았을 뿐, 북한 정권이 우편물을 수령했는지는 1년 가까이 입증되지 않고 있습니다.

배 씨와 비슷한 시기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북한 억류 피해자 김동식 목사의 부인과 딸 등 유족들도 같은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김 목사의 유족들은 우체국이나 ‘DHL’을 통한 소장 전달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로 대신 국무부를 통한 ‘외교적 절차’를 이용해 소장 전달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목사 측 변호인은 국무부에 외교적 절차를 요청한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소장의 북한 전달 여부를 확인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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