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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연말기획: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4. 돌파구 없는 남북관계


지난 1월 한국의 서울역 이용객들이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올해 남북관계는 이렇다 할 만남 한 번 없이 2019년부터 시작된 교착 상태가 1년 내내 지속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동하려고 했지만 북한은 미-한 관계를 이간하는 요구를 내세워 냉담한 대응을 이어갔습니다. VOA는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네 번째 순서로 돌파구 없는 남북관계를 짚어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월 10일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한국 당국의 태도에 따라 3년 전 봄날이 돌아올 수 있다며 2018년 남북정상회담 국면을 상기시켰습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의 전력 증강 계획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남북 합의 성실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의 현 실태는 판문점선언 발표 이전 시기로 되돌아갔다”며 한국 정부의 인도적 협력 등 제안에 대해선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거부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같은 달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 대화의 전기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저는 언제 어디서든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고 그렇게 남북 정상간 만남이 지속되다 보면 그렇게 해서 더 신뢰가 쌓이게 되면 언젠가 김정은 위원장이 남쪽을 방문하는 답방도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3월에 미-한 연합군사훈련 실시를 빌미로 비난 담화를 냈습니다.

김 부부장은 남북 군사합의 파기,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금강산 국제관광국 폐지 가능성을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TV'가 발표한 담화 내용입니다.

[녹취: 조선중앙TV] “남조선 당국이 그처럼 바라는 ‘3년 전의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는 미-한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북한은 3월 21일과 25일 서해와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저강도 무력시위를 벌였습니다.

악재는 겹쳤습니다. 북한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3개월 앞둔 지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를 이유로 올림픽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한국 정부로선 남북한이 자연스럽게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 겁니다.

7월 들어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조짐이 나타났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6월 한국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구실로 일방적으로 끊었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들이 복원된 겁니다. 남북한 정상이 친서 교환을 통해 합의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기대감은 한층 커졌습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입니다.

[녹취: 박수현 수석]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되었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대도 잠시, 통신선을 복원한 지 며칠만에 김여정 부부장이 8월 하반기 미-한 연합훈련을 취소하라고 압박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하며 어두운 그림자가 다시 드리워집니다.

연합훈련이 시작된 8월 10일 김 부부장은 한국과 미국을 향해 반드시 대가를 치를 자멸적 행동이라는 비난 담화를 냈고, 담화가 나오고 사흘 뒤 통신선은 북한 측의 불응으로 다시 연락두절 상태가 됩니다.

통신연락선 복원과 함께 남북 당국간 협의를 위한 영상회의 시스템 구축을 제안하고 대북 인도적 협력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했던 한국 정부의 발걸음도 다시 멈추게 됩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입니다.

[녹취: 문성묵 센터장] “북한의 입장은 한-미 동맹을 이간하고 연합훈련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그런 일관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직통전화도 결국 그렇게 연결시켜서 연합훈련을 중단시켜 보려고 하는 그런 불순한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고 봐야죠.”

북한은 9월 들어 세 차례에 걸친 장거리 순항미사일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무력시위를 벌이며 한반도 긴장을 일정 수준 끌어올렸습니다.

그러던 중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뉴욕 현지시간으로 9월 21일 임기 중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 카드를 다시 꺼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지난 9월 제76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모여 한반도에서 전쟁이 종료됐음을 함께 선언하길 제안합니다.”

문 대통령은 2018년 유엔총회 연설 때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바 있었지만 세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당시보다 분위기는 나쁜 상황이었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에 대해 담화를 내고 적대시 정책과 이중기준 철회를 전제조건을 내세우면서도 종전선언을 흥미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는 다소 유화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담화가 나온 지 사흘만에 북한은 동해상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습니다.

신범철 백석대 초빙교수는 북한이 보인 유화적 반응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대화를 진행하기 위해 한국을 시험해보려는 노림수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국을 중요한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행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교수] “북한은 보다 유리한 조건에선 협상 의지를 피력하는 동시에 핵 능력을 꾸준히 강화하는 행보를 보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북한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미국과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았고 한국 정부는 유연성은 보였지만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상황이 교착 상태에 이르게 된 거죠.”

김정은 위원장은 9월 말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북 통신연락선을 재차 복원하겠다고 밝히면서 동시에 문 대통령이 제안한 종전선언에 대해 적대시 정책과 이중적 태도 철회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연설 이튿날 북한은 이런 자신들의 요구에 대한 한국의 반응을 시험하기라도 하듯 신형 지대공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섰습니다.

정의용 한국 외교부 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있지도 않은 적대시 정책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이라며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습니다.

10월 들어서도 이 같은 공방은 이어졌습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연설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국방발전 전람회 연설을 통해 한국이 군비 현대화 명분으로 ‘대북 억지력’을 내세우고 북한의 무기 개발을 ‘도발’로 규정하는 것은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공격했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중기준 문제를 대화로 풀자며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습니다.

북한이 전제조건을 굽히지 않고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한국 정부는 종전선언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인권 문제를 명분으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올림픽 무대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 계기로 삼으려던 한국 정부의 구상에 차질이 빚어졌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12월 7일 화상으로 열린 ‘2021 서울 유엔 평화유지 장관회의’ 개회식 영상 축사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베이징올림픽 보이콧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종전선언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행보를 보였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국과 남북한 모두 관계 개선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그럼에도 종전선언 성사를 낙관할 수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종전선언에 대해서 다들 동상이몽이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있지만 적정 수준에서 만일 합의가 된다면 종전선언이 입구가 될 수가 있고요. 그러나 종전선언 내용에 대해서 대치국면이 이어진다고 하면 종전선언 안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다시 길을 잃게 될 가능성도 있죠.”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남북 간 교착국면이 풀릴 수 없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장기화도 북한이 대외관계 재개 의지를 위축시키는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다음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더욱 고조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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