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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연말기획: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한반도] 3. "북한, 국경 봉쇄· 자력갱생 고수...몰락의 길 자초 우려"


지난 10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가 올해 2년 가까이 국경을 봉쇄하고 ‘자력갱생’과 ‘인간 개조론’을 강조하면서 주민들의 삶이 훨씬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도 자력갱생을 못해 대외 무역과 교류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북한 지도자의 과거 회귀 정책이 주민들의 삶을 더욱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겁니다. VOA는 2021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분야별로 돌아보는 다섯 차례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북한 지도부의 국경 봉쇄와 자력갱생, 사상교양 강화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15일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비공개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 뒤 성명을 통해 거의 2년에 달하는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녹취: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These abuses have been exacerbated by the regime's implementation of measures purposely in response to the COVID 19 pandemic. The regime has implemented shoot-to-kill orders for anyone attempting to flee the country and has prevented humanitarian aid from getting to those who desperately need it”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자료사진)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자료사진)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북한 주민들에 대한 여러 심각한 인권 침해가 북한 정권의 의도적인 코로나 팬데믹 대응 조치로 더 악화됐고, 북한 지도부는 북한을 탈출하려는 모든 이에게 사살 명령을 내려 시행 중이며, 인도주의 지원이 절실한 주민들에 대한 도움도 막았다고 말했습니다.

다음날 유엔총회가 17년 연속 채택한 북한인권 결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11번이나 언급하며 북한 당국의 장기간에 걸친 국경 봉쇄 조치가 주민들에게 미칠 부정적 타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렇게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 지도부에 비합리적 국경 봉쇄를 풀고 백신 지원을 받아들이며, 국제 교류와 무역 확대를 통한 경제 회복과 인권 개선을 촉구했지만 북한 지도부는 이를 계속 무시했습니다.

문을 꽁꽁 걸어 잠근 채 구시대적인 내부 결속과 자력갱생에 치중했고, 비공식 무역마저 막히면서 장마당 물가는 폭등했습니다.

게다가 주민들의 정신 상태가 해이해졌다며 지난해 12월 반동사상문화개혁법과 올 가을에 청년교양보장법 등을 잇달아 채택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인간 개조까지 주장하며 사상 강화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연초 8차 당 대회를 열어 지난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선언한 자력갱생 노선을 고수하겠다고 선포한 상황에서 예견된 행보였습니다.

[녹취: 김정은 위원장] “우리 혁명 앞에 나선 중대한 력사적 과제는 전당이 이민위천, 일심단결, 자력갱생을 다시 깊이 새기고 더 높이 들고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후 당 세포비서대회, 청년동맹대회, 직업총동맹대회, 3대혁명 선구자 대회 등 “핵 강국이 아닌 대회 강국”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동원 행사를 열어 자력갱생과 내부 결속을 다그쳤지만 현실은 처참했습니다.

북-중 무역 규모는 1~10월 누계액이 2억 2천 7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보다 57% 줄었고, 특히 수출은 3천 500만 달러에 그쳤습니다.

북한의 무역 총액이 73억 달러, 수출이 32억 달러를 넘어섰던, 소위 `장성택 경제시대’로 불리던 2013년과 비교하면 수 십배에서 100배 가까이 격차가 날 정도로 경제가 파탄난 겁니다.

윌리엄 뉴컴 전 미국 재무부 선임 경제자문관은 과거의 실패를 계속 답습하는 김정은 정권의 정책 실패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라며, 지도자가 비현실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뉴컴 전 자문관] “Absolutely not. If you look at North Korea's economic history, Self-Reliance Juche has never worked.”

북한의 경제 역사를 보면 자력갱생과 주체경제는 한 번도 작동한 적이 없으며, 제재가 없더라도 다른 노선을 찾았어야 하는데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으로 미국에 사는 이정호 씨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도 자력갱생이 어려워 많은 나라와 교역을 하고 있다며, “자력갱생은 헛된 망상이자 몰락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정호 씨] “전 세계에 어떤 나라가 자력갱생으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나라가 있어요? 아니 미국도 자력갱생으로 해결하지 못하잖아요. 중국도 같잖아요. 문 걸어 놓고 잘 사는 나라가 지금 어딨어요? 그러니까 지도자가 과대망상증이 걸린 겁니다. 우리가 한 해를 돌아봐도 그렇고 5개년 계획도 그렇고 북한 역사상 최악의 경제 상황을 만들었단 말이에요. 거꾸로 가는 자력갱생이죠.”

가령 “고무가 있어야 신발도 만들고 자동차 타이어도 만드는 데 원료와 원자재를 만들 능력이 거의 없으면서 자력갱생 구호를 외치는 데 대해 간부들도 자포자기 상태”라는 겁니다.

미 조지타운대학 윌리엄 브라운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조차 무시하고 있어 올해 가난과 고립을 더욱 자초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The solution is really for them to develop exports. It’s an obvious thing. They need to sell stuff in order to buy stuff. But none of these plans in the five-year plan and this year's plan in January statement, they don't say very much at all about exporting.

북한 경제의 해법은 수출이 자명한 사실이며 물건을 사들이기 위해서는 다른 물건을 팔아야 하지만, 김 위원장이 밝힌 5개년 경제계획은 수출에 대한 언급 없이 주체와 자력갱생만을 강조해 경제인들을 좌절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경제난이 악화하면서 올해 북한 주민들의 삶은 1990년 중반의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란 평가와 함께 아사 사태가 이미 시작했거나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지도부가 예고 없이 국경을 걸어 잠그고 60-70년대식 경제 정책과 구호 등을 강조하면서 장마당에 의존하며 살던 주민들의 삶이 상당히 위태로워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 지도부는 게다가 비사회주의 척결 등 사상통제와 처벌을 전례 없이 강화하고 연초부터 노동당에 규율조사부와 법무부, 이후 문화예술부까지 신설해 간부 숙청과 선전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 공사를 지낸 한국의 태영호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은 이런 움직임은 기존의 선전선동 사업이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지적합니다.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이 VOA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자료 사진)
태영호 한국 국회의원이 VOA와 인터뷰 하고 있다. (자료 사진)

[녹취: 태영호 의원] “북한이 이렇게 조사하고 처벌하는 부서들을 새롭게 내놓은 것은 이제는 주민들에 대한 사상선동 사업이 더는 먹히지 않으니 오직 강제적 조사와 처벌, 목을 치는 방법 밖에는 간부들과 주민들을 다스릴 방법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 이후 꾸준히 유입된 외부 정보가 장마당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간부와 주민 모두 의식이 많이 변했고, 최근 경제난 악화로 민심 이반과 불만 표출을 막기 위해 내부 결속 차원에서 국경을 봉쇄한 채 사상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구시대적인 억지 사상 주입이 배고픈 주민들의 마음을 돌리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다시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 이정호 씨입니다.

[녹취: 이정호 씨] “사상으로 체제를 유지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사상을 많이 강조하는데, 이것은 오버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들어갔던 사상도 다 나오겠어요. 배고픈데 무슨 사상이 들어가겠습니까? 내일 당장 뭘 먹어야 하나 생각하는 사람들인데 무슨 사상이 들어가겠습니까? 사상에서 밥이 나오나 떡이 나오나?”

전문가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참다운 사회주의 우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더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언급하는 ‘상충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북한은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하루빨리 문을 열고 한국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실질적인 인민생활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다음은 네 번째 순서로 2021년 한 해 남북관계에 대해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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