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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츠 "종전선언 추진 지지"…전문가들 '중국 변수' 영향 엇갈린 전망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

중국의 외교 수장인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종전선언을 놓고 미국과 남북한이 각각 입장 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중국 변수가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엇갈린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훈 한국 청와대 안보실장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일 중국 톈진에서 만나 종전선언 등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이 자리에서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서 실장이 종전선언 논의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했고, 양 정치국원은 종전선언을 지지하는 동시에 건설적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종전선언은 68년간 지속된 정전체제의 기술적인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을 정리하고, 종전선언 논의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만들어 가자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협의에서 종전선언과 관련한 구체적인 문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은 지난 9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종전선언 과정에 참여할 의사를 보여 왔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지난달 22일 한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인 ‘YTN’에 출연해 중국이 한국 전쟁 정전협정 체결국임을 언급하며 “종전선언에 대해 뭔가를 하더라도 중국하고 상의해서 하는 게 맞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종전선언을 놓고 미-한 간 긴밀한 조율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중국도 종전선언 추진에 지지를 표함에 따라 미국과 남북한 그리고 중국 4자간의 종전선언 논의가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됩니다.

북-중 관계 전문가인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박병광 박사는 종전선언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은 찬성이라며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정치적 선언 수준의 종전선언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중국은 평화협정까지 가는 단계에선 주한미군 철수나 유엔사 해체를 얘기하고 있어요, 로드맵에서. 그러니까 오히려 그것을 위해선 종전선언이라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되는데 거기서부터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를 넣을 필요는 없다는 거죠.”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 때 종전선언 참여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했던 중국이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는 것은 미-중 전략 경쟁이 심화된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박 교수는 중국이 미-한 간 종전선언 조율이 구체화하고 북한과의 협의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상황에서 자칫 동북아 정세 변화에 자신들만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습니다.

민간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중국의 종전선언 지지는 원칙적인 수준이고 종전선언 내용을 합의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중국의 참여로 종전선언 성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기존의 중국 입장을 고려할 때 결국 종전선언이 유엔군 사령부나 주한미군과 문제가 없다는 한국 정부 입장과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 않나 추정해 볼 수 있는 거죠.”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도 종전선언을 둘러싸고 관련 4개국의 입장이 모두 차이가 있다며 특히 종전선언이 한국과의 동맹을 중국을 견제하는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시키려는 미국과 이를 저지하려는 중국 사이에 이해 충돌의 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현재 추진 중인 종전선언이 정치적 선언이라고 하더라도 중국이 문안 조율에 참여할 경우 미국과의 갈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종전선언이 법적 효력은 없지만 평화협정으로 가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그런 의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에서 그냥 아무런 밋밋한, 미국의 이해관계가 관철되는 종전선언을 중국이 받아들일 리가 없죠.”

한편 중국 관영매체 ‘중국신문망’은 이번 한-중 협의에서 서훈 실장이 중국의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을 검토하는 등 서방국가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대한 부정적 기류와는 다른 태도임을 부각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광 박사입니다.

[녹취: 박병광 박사] “미국은 지금 외교적 보이콧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이게 파급영향이 계속 가게 되면 중국은 체면이 떨어지는 일이거든요. 그러니까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한국이 그런 물결에 휩쓸리지 않도록 중국으로선 관리할 필요가 있죠. 그러니까 종전선언에 대해서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한국도 중국의 동계 올림픽이라든가 그런 중요 행사에 대해서 상호 공통의 인식을 갖고 협력하는 게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이번 한-중 협의에선 이와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미뤄져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문제도 다뤄졌습니다.

양측이 시 주석의 방한을 추진하되 신종 코로나 상황 등으로 여의치 않을 경우 영상 정상회담 또는 전화 통화 등 비대면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데 뜻을 같이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 상황 때문에 시 주석이 베이징도 벗어나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정상간 소통은 계속하기로 했다”며 “언제든 필요하면 정상간에 통화가 됐든 다른 방식의 대화가 됐든 비대면 방식으로 얼마든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방중과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아직 결정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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