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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활동 정황 지속 포착…전문가 "대미 압박 강화, 핵 능력 고도화"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 출처=구글어스 이미지.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도 영변 핵 시설 원자로가 가동 중인 정황을 추가로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교착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핵 활동을 노출시켜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실질적인 핵 능력 고도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의 5MW(메가와트)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는 흔적을 찾았다고 24일 전했습니다.

‘38 노스’는 상업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5MW 원자로의 발전시설에서 증기가 나오고 있고, 구룡강으로 이어지는 수로 쪽을 향한 보조 파이프에서는 물이 계속 방출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발전시설 중 적어도 하나가 가동 중임을 보여준다는 분석입니다.

‘38 노스’는 5MW 원자로로 연간 6㎏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신규 활동은 북한이 올해 초 8차 노동당 대회에서 발표한 추가 핵무기 개발의 야심찬 목표 달성에 플루토늄 생산 재개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지적했습니다.

38 노스는 지난달 8일 5MW 원자로에서 나온 물의 방출이 간헐적으로 관찰됐다며 5MW 원자로가 계속 가동되는 정황이 있다고 전했지만 당시엔 발전시설의 증기 배출 등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도 24일 IAEA 정기이사회에서 발표한 북한 핵 활동 관련 성명에서 지난 8월 보고서 제출 이후에도 영변 핵 시설에서 5MW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징후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IAEA는 8월 말 발간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영변 핵 시설 내 5MW 원자로와 관련해 지난 7월 초부터 가동과 일치하는 정황들이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또 강선 단지와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도 활동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통일부 당국자는 IAEA와 ‘38 노스’의 이런 분석들에 대해 “북한 핵 활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것일 뿐 아니라 북한은 남북 정상 간, 그리고 미-북 정상 간 싱가포르 성명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완전한 비핵화 합의를 한 바 있다”며 “비핵화 합의 정신과 유엔 안보리 결의 취지는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영변은 물론 다른 고농축 우라늄 시설 등 핵 시설 전반을 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핵 능력 고도화에 집중하는 움직임으로 분석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자신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핵 물질의 생산량을 늘릴 것이고 플루토늄 같은 경우엔 소형 핵탄두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1월 8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이 얘기한 전술핵무기의 실질적 개발과 배치를 위한 노력으로 분명히 볼 수 있는 것들이거든요.”

한국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 출신 김진아 한국외대 LD학부 교수는 영변 원자로 발전시설에서 간헐적으로 보이는 증기는 수소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강선이나 평산 같은 우라늄 관련 시설과 영변의 삼중수소 생산활동을 연계시키면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의 일환으로 설명했습니다.

[녹취: 김진아 교수] “플루토늄에서 우라늄으로 옮겨 가면서 수소탄으로 가는 거잖아요. 그렇게 되면 결국엔 삼중수소를 갖고 만들어야 되는 게 있어서 강선시설에서 우라늄을 계속 생산하지만 추가적으로 영변시설에서 삼중수소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도 같이 돌려야 되는 거거든요.”

북한은 지난 2018년 4월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단한다는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선포한 이후 지금까지 이를 지키고 있지만 올 들어선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하면서 핵 물질 생산을 확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모라토리엄에 포함되지 않고, 입증이 어려운 탓에 유엔 대북제재를 적용하기 까다로운 핵 물질 생산 확대를 통해 미국을 압박하고 이를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게 북한의 계산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평산이나 우라늄 제련하는 강선이나 이런 곳은 증거를 추정만 하지 징후를 찾기 어렵거든요. 그러나 영변은 뚜렷하게 원자로 가동이다, 또 플루토늄을 추출하면 우리가 객관적으로 증거를 포집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눈에 보이게 핵 능력을 강화함으로써 한국과 미국을 압박하는 동시에 대북 제재는 초래하지 않고 본인들은 핵 능력을 제고하고 이게 북한으로선 상당히 효과적인 카드가 영변인 거죠.”

김진아 교수는 미-한 간 협의가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진 종전선언에 대해 북한이 추후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에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협상력 제고 차원에서 이런 압박에 나서고 있다고 풀이했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지난달 19일 신형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한 이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잠잠한 상황이라며 내년 2월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 도발 수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은 중국의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니까 중국과 가장 가까운 나라인 북한이 미사일 도발해서 동북아시아에서 긴장 상황을 높이는 게 적절한가, 그런 모습을 봐서는 미사일이나 이런 강한 무력도발 보다는 이런 원자로 가동 정황을 계속 노출시키면서 이를 통해 협상력을 높이려는 그런 의도로 보여져요.”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향해 이중기준 철회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자위력 강화 차원의 정당한 주권행위임을 과시하기 위해 베이징동계올림픽과 무관하게 도발 행위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미국과의 갈등이 첨예해질수록 중국의 북한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질 것이라며 중국은 고강도 도발이 아닌 한 북한의 도발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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