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 박사가 10일 사망했습니다.
칸 박사는 파키스탄이 이슬람 국가 최초의 핵무기 보유국이 되는 데 공을 세워 국가적 영웅으로 대접받았지만, 서방세계에서는 북한과 이란 등 불량 국가에 핵무기 제조 기술을 판매한 악명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파키스탄 정부는 칸 박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이슬라마바드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10일 85세의 나이로 숨졌다고 밝혔습니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파키스탄이 국가적 아이콘을 잃었다”며 그가 파키스탄을 핵무기 국가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해 국가의 사랑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정보당국 등은 그러나 칸 박사가 자신의 밀매조직을 통해 북한과 이란, 리비아 등 불량 국가들에 핵기술을 판매한 증거를 확보해 파키스탄 정부를 압박했으며,파키스탄 당국은 2004년 칸 박사를 체포했습니다.
CIA는 특히 칸 박사가 1990년대 여러 차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관리들을 만나 우라늄 농축시설 설계도 등 핵무기 제조 기술을 전수했다고 밝혔으며, 칸 박사는 체포된 뒤 TV 연설을 통해 관련 혐의를 시인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바 있습니다.
칸 박사는 지난 2013년 미국 ‘폭스뉴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을 방문해 핵·미사일 개발을 도왔다고 거듭 시인하면서도 북한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칸 박사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CIA에 칸 박사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하나였다”며 “그의 대중적 이미지는 단순히 정부에 헌신한 인물이지만, 사적으로는 왕족처럼 살았으며 작고 비밀스러운 왕국의 통치자처럼 행동했다”고 평가했습니다.
VOA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