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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재가동’은 바이든 정부 겨냥 치밀한 노림수…대미 압박 더 세질 것”


북한 영변의 핵 시설 단지 (자료사진)
북한 영변의 핵 시설 단지 (자료사진)

영변 핵 시설이 다시 가동에 들어간 정황들이 드러난 데 대해 북한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즈음해서부터 영변을 고리로 미국을 압박하겠다는 치밀한 셈법이 작동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조건 없는 대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북한의 압박이 차츰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최근 발표한 북 핵 관련 9월 총회 보고서에서 7월 초부터 냉각수 방출 등 북한의 영변 원자로 가동 정황과 함께 이보다 5개월 앞선 2월 중순부터 원자로 부근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인 방사화학연구소가 가동된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018년 12월 이후 가동 조짐을 보이지 않았던 영변 핵 시설을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채 안 된 시점에 다시 돌리기 시작한 셈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이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부터 영변을 고리로 한 큰 그림의 대미 압박전략을 갖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풀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내놓았던 영변 핵 시설 폐기 카드를 바이든 행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다시 쓰겠다는 셈법이 물밑에서 꾸준히 작동하고 있었다는 게 조 박사의 분석입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사실은 2월부터 영변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요. 이 때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시기인 거죠. 북한의 생각은 영변을 중심으로 비핵화 협상을 미국과 타결하겠다는 것이고 이건 이미 하노이에서 그런 의도를 보인 적이 있죠. 그렇게 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서 다시 영변을 중심으로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어요.”

한국의 북 핵 수석대표직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이 영변 핵 시설 재가동 정황을 노출함으로써 핵 능력과 대미 협상력을 동시에 높이려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 전 수석은 이미 수 십개의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원료를 보유한 북한에게 영변에서의 추가적인 플루토늄 생산은 큰 의미가 없다며, 더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영변 원자로를 통해 수소탄의 전 단계로 원자폭탄보다 더 강력한 증폭핵분열탄의 원료인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천 전 수석은 영변의 가치를 높이면서 미국을 압박하려는 노림수라며 북한은 가능한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는 게 추후 미국과 핵 군축 협상을 할 경우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천영우 전 수석] “딜을 안 하면 자기들은 계속 핵무기를 만드니까 영변이라도 가지고 빨리 딜을 안 하면 자기들이 더 위험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면은 있죠. 자기들의 몸값을 높이는 데는 이게 도움이 되는 겁니다. 몸값을 높여야 나중에 핵 협상이 되더라도 더 많은 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북한은 8월 10일과 1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의 연이은 담화를 통해 미-한 연합훈련 비난 담화를 내고 미국과 한국에 안보 위협을 거론했지만 이후 별다른 군사적인 특이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북 핵 수석대표가 서울과 워싱턴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연이어 만나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큰 흐름으로 볼 때 북한은 이미 지난 1월 8차 당 대회 당시부터 대북 적대시 정책 우선 철회라는 자신들의 대화 재개 조건을 바이든 행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전략을 짰고, 이번 ‘영변 재가동’ 카드로도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원칙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 때문에 북한이 지금은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시간을 두고 차츰 대미 압박을 높이는 도발 카드를 꺼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지금 현재 상황에서 영변만 갖고 미국이 뭔가 움직이거나 하진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그래서 큰 흐름에서 코로나19 상황과 여러 가지 주변환경, 정황들을 보면서 적절한 시점에 자신들의 카드를 하나씩 쓰겠죠.”

조한범 박사도 ‘영변 재가동’ 정황이 바이든 행정부의 태도에 큰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아프가니스탄 철수 파장으로 외교적 부담이 커지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조 박사는 이 때문에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추가 행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핵 또는 장거리 미사일 관련 시설 시찰 등 핵 무력 증강을 시사하는 행보들이 재현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개입 종료를 선언하면서 북한이 도발에 한층 신중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입니다.

[녹취: 신종우 사무국장] “북한이 도발에 신중한 이유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야기 한 것처럼 아프간 전쟁을 종결시키고 미국의 힘을 중국과 러시아에 집중하겠다고 한 상황인데 여기서 북한이 대형 도발을 일으킬 경우 미국의 초점의 축에 들어갈 수가 있다는 거죠.”

박원곤 교수는 북한이 모종의 무력도발에 나서더라도 아프가니스탄 철수 사태에 쏠린 미국 내 분위기가 진정되는 것을 봐 가며 시점을 저울질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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