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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영변 재가동’에 한국의 미북 협상 중재역 더 어려워져”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이 3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1 한반도국제평화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 통일부)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한 정황이 알려지면서 미-북 협상 재개를 위한 한국의 중재 역할도 한층 어려운 상황에 빠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대화 재개의 조건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미-북 사이에서 한국 측이 마땅한 중재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청와대는 북한이 영변 핵 시설을 재가동한 정황을 밝힌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서와 관련해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되는 이런 상황은 문제 해결을 위한 대북 관여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라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하고 “미-한 양국은 일치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한국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서 열린 ‘2021 한반도 국제평화포럼’ 개회사를 통해 미-북, 남북간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인영 장관] “완벽한 대화의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더라도 우선 통로를 열고 남-북-미가 마주 앉아 대화를 재개하는 것만이 서로가 원하는 목표에 다가설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 장관은 “대화와 협상의 테이블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면서도 “다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 많은 시간이 주어져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별개로 인도적 협력은 지속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습니다.

이 장관은 “인도적 협력은 제재의 영역과는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때로는 인도적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제재 문제에 보다 과감하고 유연한 입장을 바탕으로 포괄적인 인도주의 협력의 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관계와 미-북 관계의 선순환 과정을 통한 협상 재개를 꾀하고 있는 문재인 한국 정부에게 영변 핵 시설 재가동 변수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 북 핵 수석대표직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전 러시아 주재 대사입니다.

[녹취: 위성락 전 대사] “그렇지 않아도 미국 쪽에서 그렇게 선뜻 나서서 전향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데다가 이렇게 된 것이니까 대화가 재개되고 일을 풀어나갈 수 있는 환경이 좀 더 어려워졌다고 봐야겠죠. 또 한국이 좀 나서서 어떻게 선순환 과정으로 바꿔보고 싶었을텐데 그런 여건도 썩 좋아지진 않는 것 같고요.”

민간 연구기관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신범철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이 그동안 한국의 중재 역할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과의 직접 담판을 추진해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영변 재가동 정황도 북한의 그런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움직임이라는 설명입니다.

다만 북한은 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에 자신의 입장을 설득하도록 일종의 대변자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고, 신 센터장은 진단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북한이 한국 정부에게 그런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동의하고 한국 정부에게 의존하는 행보를 보여야 하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 북한의 셈법이 바뀐 게 아니기 때문에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부각될 수 있다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유보적이라는 생각입니다.”

한국 정부가 대화를 위한 마중물로 삼아 북한에 적극적인 손짓을 보내고 있는 인도적 지원 카드도 영변 재가동 국면에서 실효성이 한층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의 영변 핵 시설 폐기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라며, 미국도 인도적 지원에 한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유인책이 되긴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지금 미국이 안 움직이니까 북한이 압박을 본격화한 거고요. 이 상황에서 미국이 조건 없는 대화라는 입장에서 큰 변화가 없다, 다만 북한을 견인해 내기 위해서 인도적 지원 카드를 쓰고 있는데 그것만 갖고 북한을 움직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미-한 간 북한에 대한 유인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조율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변 원자로 재가동에 따른 핵 능력 강화를 우려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커질 경우 한국의 역할 공간도 커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입니다.

[녹취: 김형석 전 차관] “미국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북한을 움직이게 할 유인책은 아직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북한 입장을 수용한다는 게 아니라 대화를 촉진한다는 차원서 유인책 쓸 수 있는 상황적 측면이 있는 거죠. 그런 가운데 한국은 여전히 핵 문제나 북한 문제를 관여를 통해 하자는 거니까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주장이 보다 더 의미가 있는 상황이 된 거죠 역설적으로.”

신범철 센터장도 미국 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하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바이든 정부가 한국 정부에 일정한 역할을 맡길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신 센터장은 다만 바이든 정부가 조건 없는 대화라는 기존 원칙을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역할 확대가 미-북 교착 상황에 주요 변수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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