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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고아·어린이 강제노동 심각한 우려…현대판 노예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유엔이 북한 정부에 서한을 보내 고아와 18세 미만 아동들의 강제노동 혐의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탄광 같은 유해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아동 노동을 시키는 것은 국제법이 금지한 “현대판 노예제' 같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들이 지난 6월 29일 북한 정부에 서한을 보내 고아와 18세 미만 아동들의 강제노동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북한인권 특별보고관과 쿰바 볼리 베리 교육권 담당 특별보고관, 오보카타 토모야 현대적 노예제에 관한 특별보고관이 공동 작성한 이 서한은 60일 뒤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특별보고관들은 서한에서 북한 관영매체가 지난 5월 고아 교육 시설인 동해학원과 서해학원 등의 졸업반 원아들이 농장과 탄광 등 어려운 작업장에 자원했다는 보도 내용을 지적하며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고아들이 이런 일에 자원한 것으로 보도됐지만, 북한 당국은 흔히 최고 지도자와 조국에 대해 충성을 보여준다는 명분으로 고아와 꽃제비들에게 국가가 주도하는 건설 현장이나 탄광에서 노동을 강요하는 혐의들이 있다”는 겁니다.

[유엔 특별보고관들 서한] “Although it has been reported that the orphans voluntarily consented to this work, there are allegations that the authorities often coerce orphans and street children to work at state-run construction sites or coal mines on the pretext that they would be showing loyalty to the leader and the nation.”

아울러 북한에서 중학교로 불리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평균 연령이 17세이기 때문에 고아들도 17세 미만으로 보인다며, 북한에서 고등학생들을 지방이나 국가가 주도하는 노동에 동원하는 것은 관행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18세 미만 아동들을 대상으로 탄광 같은 유해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아동 노동을 시키는 것은 최악의 아동 노동 형태이자 국제법이 금지하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비판했습니다.

[특별보고관들 서한] “Subjecting children under 18 years of age to child labour in a harmful and hazardous environment such as coal mines amounts to the worst forms of child labour and is a contemporary form of slavery prohibited under international law.”

북한은 사회주의 헌법 31조를 통해 아동 노동 금지 기준을 16세로 하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북한이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을 통해 18세 미만을 아동으로 규정하고 이들에 대한 강제노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특별보고관들은 북한의 탄광이나 작업 현장의 열악한 환경과 부상 위험, 임금 미지급 문제, 학생들의 성분과 지역에 따라 학업의 최대 40%를 육체적 노동으로 보내야 한다는 지적 등 교육권 침해 혐의 등에 관해 자세히 열거하며 인권 침해에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또 유엔 아동권리위원회가 지난 2017년 북한에 대한 심의 결과 보고서에서 아동들에 대한 광범위한 노동 과제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며, 자신들도 이런 광범위한 아동 노동 관행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 당국에 아동을 광산과 국영농장에 배치해 강제노동을 시키는 이유, 아동과 고아들의 생활환경 등 세부 정보 제공, 아동 육권 보장을 위한 정부의 조치, 이런 최악의 아동 노동 형태가 북한이 비준한 주요 국제 인권협약 이행 의무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등에 관해 설명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회원국이 되기 위해 취했거나 하려는 조치들, 가까운 미래에 현대판 노예제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도입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했습니다.

특별보고관들은 향후 이런 아동 강제노동의 심각성에 관해 유엔이 공개적 우려를 표명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이런 즉각적인 주의를 기울여야 할 사안에 대해 더 많은 대중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 서한에 주요 국제법 조항을 첨부해 국가의 초등교육에 무료 제공 의무화, 경제적 착취로부터 국민이 보호받을 권리, 어떤 환경에서도 차별받지 않을 권리, 모든 사람이 강제노동을 거부할 권리 등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6월 북한 고아들의 자원 노동 등 아동 노동의 심각성에 관한 VOA의 논평 요청에,“우리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노동교화소 연계망 내 성인과 아동에 대한 강제노동력 사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국무부 관계자] “We remain deeply concerned by North Korea’s use of forced labor of adults and children in its network of political prison and labor camps.”

국제노동기구도 VOA의 같은 질문에 “아동 노동 폐지와 강제노역 제거는 ILO 헌장에 명시돼 있는 기본 원칙과 권리”라며 ILO 회원국이 아닌 북한은 이 헌장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ILO 아태 담당국] “The abolition of child labour and the elimination of forced labour are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 enshrined in the ILO Constitution, which the DPRK has not accepted (as it is yet to become an ILO member).”

ILO는 특히 북한이 유엔아동권리협약(CRC)을 비준한 당사국임을 지적하며, 이 협약 32조는 “경제적 착취를 비롯해 아동에게 위험하거나 아동의 교육을 방해 또는 아동의 건강이나 신체적, 지적, 정신적, 도덕적, 사회적 발달에 유해한 모든 노동으로부터 아동이 보호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중국 파견업체 지배인 출신으로 미국에 사는 케니 허 씨는 31일 VOA에, 북한에서 고등학교 졸업생이 탄광이나 협동농장에 자원하는 것은 부모의 반발과 본인의 저항으로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당국이 자주 고아들을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니 허 씨] “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무슨 정신병자라고 시골에 가서 땅 뒤집으며 살겠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갑니까? 그렇게 안 해요. 그렇게 차출하기 힘드니까 고아들을 많이 노리는 거죠. 고아들은 불만이 없으니까. 신고할 사람도 없고요.”

허 씨는 북한에서는 고아들이 ‘교예’로 불리는 서커스와 탄광, 돌격대 등 가장 위험한 곳에 주로 배치된다며,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해 줄 부모조차 없기 때문에 북한 지도부가 직접 양성한 노예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케니 허 씨] “북한에서 태어난 고아들, 어린이들은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고 항상 세뇌된, 북한의 폐쇄된 교육만 받으니까 자체적으로 사고하는 두뇌가 발달하지 못하고 항상 남한테 복종하는 두뇌만 발달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그러니까 완전히 노예죠 노예!”

북한 지도부는 그러나 관영매체를 통해 “어머니당의 품속에 안겨 행복만을 받아 안으며 자라난 원아들이 당의 사랑에 천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할 맹세”로 탄광과 협동농장 등에 탄원(자원)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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