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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대북전단법 접경지 주민 안전 위한 것"…시민단체 "폐지 운동 박차"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자료사진)
지난 2014년 10월 한국 경기도 파주에서 탈북자 단체 관계자들이 북한 김정은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전단을 실은 풍선을 북으로 날려보내고 있다. (자료사진)

미 의회 내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청문회를 연 데 대해 한국 정부는 이 법이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습니다. 한국 내 대북인권단체들은 해당 법의 인권침해적 요소를 고치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15일 미 의회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한국의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청문회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법 개정 취지에 맞게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차덕철 통일부 부대변인의 16일 정례브리핑 발언 내용입니다.

[녹취: 차덕철 부대변인] “남북관계 발전법은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해 개정된 것으로 동법의 개정 취지에 맞게 이행해 나갈 것입니다.”

차 부대변인은 또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 등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일관되게 기울여나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 의회 청문회는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을 저해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미국 조야의 시각을 반영하듯 비판론이 우세했습니다.

톰 랜토스 인권위 공동위원장인 크리스 스미스 공화당 의원은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 헌법은 물론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에 따른 표현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다고 믿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한 명의 인권위 공동 위원장인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 의원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인권단체 주장을 소개하고 한국 정부의 대응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개인적으로 국회가 그 법의 수정을 결정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하면서 법 취지에 대한 이해를 거듭 촉구했습니다.

한국에서 지난달 30일 시행된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고 있고 위반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미화로 약 2만 6천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청문회가 미국 내 여러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목적으로, 강제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이미 시행 중인 이 법의 개정 검토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독립적 입법부에서 입법이 진행된 것이고 이미 법이 공포됐고 시행이 됐기 때문에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재검토가 이뤄진다든지 아니면 법률 자체에 대한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고요, 다만 이제 그런 우려에 대해서 향후 법 적용이나 중장기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겠죠.”

조 박사는 그러나 현재 한국 내 민간단체들이 제기한 헌법소원 재판 결과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한국의 변호사단체와 대북인권단체 등 27개 시민단체들은 지난해 12월 대북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헌법소원 제기를 주도한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김태훈 회장은 이번 미 의회 청문회가 이 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하면서 법 개정 또는 폐지 운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김태훈 회장] “랜토스 청문회도 그런 취지라고 봅니다. 그래도 대한민국의 사법부, 대한민국의 양식을 기대한다 이런 취지에서 연 것으로 보고 이것을 지렛대 삼아서 헌법재판소에서 빨리 결정을 내리고 국회에서도 개정 내지 폐지 운동을 벌여야 한다 압박을 하려고 합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청문회가 문제 제기 수준을 넘어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앞서 미 국무부도 이 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시사하는 논평을 내 앞으로도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스미스 의원은 청문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따로 화상으로 만나 “우리는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첫 청문회는 관련 사안을 제기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자신은 이런 일들을 단 한 번에 끝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박원곤 교수입니다.

[녹취: 박원곤 교수]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면 앞으로도 계속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다라는 것이고 그렇다면 앞으로 미 의회 차원에서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계속 가져갈 것이냐, 상임위로 넘기거나 그렇게까지는 안할 것으로 예상은 하지만 어쨌든 이 문제를 계속 제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는 거고요.”

전문가들은 이번 청문회가 북한을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북한은 미국의 인권공세의 일환으로 여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원곤 교수는 다만 대북전단금지법이 북한 정권의 요구에 굴복한 결과라는 한국 내 여론을 고려할 때 북한도 섣불리 이 문제로 한국 정부 편을 드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데 신중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VOA뉴스 김환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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