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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전문가들 "미-북 관계 2~3월이 고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판문점에서 만났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해 미-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북한의 의도는 무엇인지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은 최근 북한에 미-북 비핵화 협상 복귀를 한 목소리로 촉구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6회 생일을 맞아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도 13일 미 서부 실리콘밸리에서 행한 강연에서 “미국은 북한의 안보 위협이 아니라”며 북한의 더 밝은 미래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 weapons systems that they have do pose a real risk. America doesn’t pose a security risk to the North Koreans. We want a brighter future for them.”

이에 앞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0일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연말에 도발하지 않은 것은 고무적이라며, 미-북 협상 재개를 위해 북한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미국의 대화 제의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은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명의의 담화에서 미-북 대화가 재개되려면 자신들이 제시한 요구 사항이 전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반도 전문가인 래리 닉시 한미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대화를 재개하고 싶어 하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닉시 박사]”They like to see talks resume I think but…”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에서 공개적으로 미-북 회동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무반응이나 침묵을 미국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것으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북한도 내심 미국과의 협상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협상 국면을 폐기했을 때 그러니까 레드라인을 넘었을 때 북한의 부담이 더 커지죠, 그러니까 김계관 담화도 톤은 강성이지만 큰 흐름에서 보면 미국이 자신이 원하는 상응 조치를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김계관 담화와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 결과 등을 종합하면 북한의 의도를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제재가 풀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북한 경제는 총제적 난국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제재를 풀고 경제가 회복되기를 원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국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도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포기한 게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임을출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그러니까 기대감은 접었다고 이야기 하지만 그래도 지속적으로 미국을 압박해서 정책 전환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완전히 기대를 접었다, 미국과 더 이상 상종 안 한다고 이야기 할 수가 없죠.”

북한이 지난 연말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전원회의 보고와 김계관 담화 어디에도 미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없습니다. ‘핵-경제 병진노선’ 복귀도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북한은 미국과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회담이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 시설과 대북 제재 5개’를 맞바꾸자고 제안했지만 회담은 결렬됐습니다.

그 결과 김정은 위원장의 위신은 크게 흔들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만일 또 다시 미-북 정상회담이 실패하면 김 위원장의 위신은 회복하기 힘들 정도로 실추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주민들에게 제재 해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제재 장기화에 대비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셋째, 북한은 미국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북한은 평안북도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 두 차례 로켓 엔진 시험을 했습니다.

또 전원회의에서는 ‘세계는 머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마크 피츠패트릭 국제전략연구소 (IISS) 연구원은 북한이 지속적으로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피츠패트릭 연구원] “They are insisting any compromises have to be on America's part. I think their idea, their strategy is to put further pressure on President Trump in hope”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미국의 탄핵 사태가 미-북 관계의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사태로 정치적, 외교적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습니다. 미 하원은 이미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15일 상원으로 넘겼습니다. 상원은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기각될 전망입니다.

그렇다 해도 탄핵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1월이 지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 큰 협상'을 하고 싶으면 탄핵이 종결된 2월 이후가 좋다고 워싱턴 소재 국익연구소(CNI)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카지아니스] ”If they wait till after impeachment trial I think it is clear..”

미-북 간에는 비핵화와 제재 해제 조건을 둘러싸고 아직 커다란 간극이 있습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영변 핵 시설과 비밀 핵 시설을 폐기하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하는 이른바 ‘영변 플러스(+)알파’를 북한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북한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등에 대한 보상과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 한국 내 첨단무기 배치 중단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미-북 양측이 이미 상대방의 입장을 파악한데다 미국이 과거보다 적극적이어서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조한범 박사] ”영변에서부터 협상을 하려는 북한과, 영변보다 더 진전된 조치를 원하는 미국이라고 볼 수 있는데, 영변이라는 공통분모는 찾아낸 거고, 양측 간에 의중을 파악했기 때문에 초기 합의 정도는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주목할 점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가 미-북 비핵화 협상 타결을 위해 미국을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한국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미-북 대화가 잘 안 되면 남북관계 개선이 앞서 나갈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문재인 대통령]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리는 한편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또 남북 간에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력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유엔 안보리에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완화를 요청하는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한반도 정세는 2-3월께 커다란 분수령을 맞이할 전망입니다. 미-북 협상에서 뭔가 돌파구가 마련되면 3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을 중단하고 평화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하면 연합훈련이 재개되는 것은 물론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깨지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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