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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동서남북] "북한, 올해 외화난 등으로 경제 위기 악화 가능성"


지난달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삼지연군 읍지구 재개발 준공식이 열렸다.
지난달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삼지연군 읍지구 재개발 준공식이 열렸다.

한반도 주요 뉴스의 배경과 의미를 살펴보는 ‘쉬운 뉴스 흥미로운 소식: 뉴스 동서남북’ 입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 현지 지도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북한 경제는 올해 외환 위기 등 최악을 상황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원기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맞이 첫 현지 지도로 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찾았습니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7일 김정은 위원장이 평안남도에 있는 순천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방송'입니다.

[녹취: 중방]”경애하는 최고 영도자 동지는 하나를 창조하고 건설해도 당의 자력부강, 자력번영 사상을 심장마다 새겨 안고…”

새해 첫 현지 지도 장소로 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것은 앞서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28일부터 나흘간 열린 노동당 제7기 5차 전원회의에서 북한 경제의 현실을 비교적 솔직히 밝혔습니다.

김 위원장은 1만8천자에 달하는 전원회의 보고를 통해 북한 경제가 ‘발전 동력이 회복되지 못하여 나라의 형편이 눈에 띄우게 좋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 전반을 정비보강하고 활성화하는 사업에서 심중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공업, 석탄공업, 기계공업, 건재공업, 철도운수, 경공업 부문’ 등 산업 전 분야에 폐단과 부진 상태가 쌓여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부터 시작된 유엔 안보리의 고강도 제재가 4년째 계속되면서 북한 경제는 심각한 외화난, 물자난, 에너지난을 겪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를 지탱하는 돈줄이 상당 부분 끊겼습니다. 북한 무역의 90%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이뤄지는데 수출이 붕괴됐다고 할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1-11월 기간 중 북한의 대중 수출은 1억8천500만 달러로 전년도 (2억1천만 달러)보다 감소했습니다. 또 고강도 제재 이전과 비교하면 90% 가깝게 줄었습니다.

이는 북한의 돈줄이 거의 끊어진데다 중국과의 무역에서 20억 달러의 적자를 보는 것을 의미한다고 미국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학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 ”Most of China’s import or export plummeted almost 90%..."

특히 광업 분야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북한은 ‘석탄으로 먹고 산다’고 할 정도로 광물 수출 비중이 큽니다. 과거 석탄과 철광석은 총 수출의 40%를 차지하며 이를 통해 매년 10억 달러를 벌어들었습니다.

그러나 2017년부터 중국이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노동당과 군부, 국영기업, 돈주, 장마당, 광부들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수출이 안 되고 기계류와 원자재 수입이 줄면서 철강, 비료, 정유를 생산하는 중화학 공업이 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김책제철소 같은 중공업 설비가 돌아가려면 철강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함께 전력이 충분히 공급돼야 합니다. 그런데 외화 부족으로 자재 공급이 원활치 못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한국 서울대학교 김병연 교수는 수출길이 막혀 산업 전 분야가 연쇄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북한의 광물 수출이 막힘에 따라 무역 부진 이런 것들이 북한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같습니다. 경제논리에서 보더라도 북한 경제의 정체..”

에너지 사정도 어렵습니다. 2017년 4월만 하더라도 평양 시내 연유판매소(주유소)에서 휘발유 가격은 kg당 6천원 선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 내부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본 ‘아시아 프레스’에 따르면 지난 12월 27일 현재 휘발유 가격은 kg당 8천900원 선입니다. 2년 전에 비해 50% 가까이 오른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현재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기름을 밀수해 들여와 근근히 버티고 있다고 말합니다.

수출길이 막히고 공장과 기업소가 돌지 않으면서 북한 당국이 내놓는 경제적 성과도 줄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해 거둔 경제적 성과는 12월에 준공된 양강도 삼지연군 읍지구 재개발과 10월의 함경북도 어랑천 발전소, 그리고 김치공장 2곳과 메기공장 정도가 고작입니다.

북한 전문가인 한국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경제난으로 인해 북한 당국이 몇몇 보여주기식 건축물을 짓는데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고유환 교수] “유일한 치적이 건축이에요. 인민생활 향상을 약속했는데 다른 방법이 없고 건축에서 과시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인민들의 생활을 위해서 ‘지도자가 열심히 애쓰고 있다, 제재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식으로 자력갱생 하겠다, 성과가 이렇게 나타나고 있다…”

평양 수뇌부가 추진하는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은 대부분 지연되거나 중단된 상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6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강원도 원산의 갈마관광지구 준공은 연기됐습니다. 2013년부터 추진해온 경제개발구와 경제특구 계획도 중단된 상태입니다.

또 2016년부터 추진해온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올해 10월10일은 노동당 창건 75주년입니다. 당초 북한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마무리 하면서 이 행사를 거창하게 치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계획 달성 자체가 힘들어졌다고 김병연 교수는 말했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 ”그 계획은 언급이 잘 안 되고 있는데, 자기들도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을 아는 것 같아요. 계획 달성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것같습니다.”

특히 북한은 올해 본격적인 외화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8년에 무역과 밀수출, 외화벌이 등을 통해 25억-58억 달러 가량의 외화보유고를 쌓아놓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2017년부터 밀가루, 담배, 술 등 각종 물품을 매년 20억 달러씩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윌리엄 브라운 조지타운대 교수는 올해 북한이 본격적인 외환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브라운 교수]”That can create some kind of panic, financial market..”

평양 수뇌부가 외화난을 우려하고 있는 정황도 있습니다. 북한은 연말에 당 전원회의 인사를 하면서 한광상을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으로 복귀시켰습니다. 한광상은 2013년부터 당 재정경리부장으로 있으면서 통치자금과 외화 수급을 담당해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 4월께 자리를 김동일에게 물려주고 자취를 감췄는데, 이번에 다시 재정경리부장으로 복귀한 겁니다.

노동당 재정 책임자가 이렇게 자주 교체되는 것은 갈수록 악화되는 외화난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탈북민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말했습니다.

[녹취: 안찬일 소장 ] ”한광상만큼 노동당 재정경리부장으로 능수능란한 사람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에 맡겨보니 역시 잘 안 되니까, 다시 한광상을 복귀시킨 것인데, 지금 북한은 재정고갈의 벼랑 끝으로 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외화 문제와 관련해 북한 당국이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화를 아낄려면 중국에서 소비재 수입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김병연 교수는 밝혔습니다.

[녹취: 김병연 교수]”외환보유고 감소를 막으려면 수입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면 여러 충격을 가져옵니다. 중국 소비재 수입을 줄이면 시장에 충격을 주고,관련 기관과 기업에 충격을 주기때문에 수입을 계속하는데, 외환보유고를 악화시키는 거죠. 정책 일관성이 없는 거죠”

업친데 덥친 격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해외에서 외화벌이를 하던 북한 노동자 3만명 이상이 평양으로 돌아갔습니다.

따라서 북한의 외화난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노동자 10만명을 파견해 연간 5억 달러 가량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자력갱생’과 ‘자력부강’을 외치며 경제난을 정면돌파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구호로 경제난을 극복할 수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북한 협상대표가 다시 만나 비핵화 시간표를 만들고, 그에 발맞춰 제재를 완화하는 것 외에 북한이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최원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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