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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칠레 소요사태


지난달 20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전진하는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에서 반정부 시위 참가자들이 전진하는 군인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번에는 뉴스의 배경과 관련 용어를 설명해드리는 ‘뉴스 따라잡기’ 시간입니다. 칠레 정부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연내 개최하기로 예정했던 대형 국제 행사를 포기했습니다. 최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불안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국제적인 여파를 몰고 온 칠레 사태의 원인과 전망,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오종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칠레, 예정된 국제행사 포기”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지난달(10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12월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5)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관계 부처 장관들이 회견에 동참했는데요.

한 나라가 유치한 대형 국제회의를 개최 직전에 취소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 세계 각국이 주목했습니다.

칠레 정부도 얼마 전까지, 개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었는데요.

개최 포기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피녜라 대통령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현명한 상식에 기반해” 이런 결론을 맺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는데요.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최우선에 놓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서, 대통령 자신과 칠레 정부가 지금 집중해야 할 부분은 국제회의가 아니라, “시민들의 요구에 대한 응답을 통해, 공공질서를 재확립하고 안전과 사회 안녕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시민들의 요구란, 최근 계속되고 있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말합니다.

“지하철 요금 인상 항의”

칠레의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초,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 인상에 대한 항의로 시작됐습니다. 800페소인 요금을 출퇴근 시간에 한해 30페소, 미국 돈으로 약 4센트 올리는 조치를 당국이 단행했는데요.

이에 격분한 학생들이 요금 납부 거부 운동을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이 운동은 곧바로 가두시위로 이어졌는데요. 지난달 18일 산티아고 시내 곳곳에 모인 시민들은 22개 지하철역에 화염병을 던지는 등 과격 양상을 보였습니다.

이후 매일같이 시위가 거듭되면서 상점을 약탈하고, 도로 기물을 파손하는 등 폭력이 확산됐는데요.

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 수단들이 불타고, 산티아고 도심이 전장을 방불케 하는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정부 대응 논란”

칠레 정부 당국자들은 시민들의 분노를 읽지 못하고,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습니다. 경제장관은 “할증 요금을 안 내려면 더 일찍 일어나라”고 말했는데요.

교통장관은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이 오히려 싼 수준”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시위대의 폭력성을 비난하면서, “우리는 매우 위험한 적과 전쟁 중”이라고 말했는데요.

당국자들의 이 같은 안일한 대응에 사태는 더 악화됐습니다. 지하철 요금 인상 항의로 시작된 시위가, 정권 퇴진 요구로 발전했는데요.

시민들은 잦은 공공요금 인상과 높은 생활 물가, 그리고 과도한 교육비와 의료비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며, 피녜라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했습니다.

산티아고를 비롯한 칠레 주요 도시에 모인 시위대는 “30페소가 아니라, 30년이 문제다(NO SON $30, SON 30 ANOS)”라는 구호를 외쳤는데요.

아우구스트 피노체트 독재정권을 종식시킨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소득 불평등을 비롯한 경제적 불균형이 오히려 악화된 데 대해 항의하는 겁니다.

“누적된 경제적 불균형”

칠레는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입니다. 원래 못사는 나라가 아닌 건데요. 남미에서 흔치 않게 지하철이 다니는 것을 봐도, 사회 경제의 기반이 잘 갖춰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문제는, 소득이 일부 계층에 몰리고 있다는 건데요.

실제로 칠레의 경제적 불균형은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한 수준입니다.

지난 2017년 유엔 통계를 보면, 칠레의 소득 상위 1% 계층이, 국가 전체가 창출한 부의 3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30여 년간 구리 광산이 활황을 맞으면서 칠레 경제가 잘 돌아갔지만, 그 과실이 고르게 분배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머지 99% 국민은, 지하철 요금 30페소를 올리는 것도 버겁게 느껴질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데요.

산티아고에 있는 정책연구기관 ‘펀다시온SOL(Fundación SOL)’이 최근 내놓은 조사에 따르면, 칠레 근로자의 절반이 한 달 40만 페소(미화 약 550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 개각 단행”

성난 시민이 일으킨 소요 사태는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지난달 25일 산티아고 도심의 ‘이탈리아광장’ 주변에서 진행된 시민 행진에는 100만 명 이상이 모인 것으로 추산됐는데요.

100만 명이면, 칠레 전체 인구의 5%가 넘는 규모입니다.

행진을 지켜본 피녜라 대통령은 시민들의 “메시지를 들었다”며, “정의롭고 통합된 칠레를 위해, 미래를 위한 희망을 열자고 시민들이 호소한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습니다.

칠레 정부는 며칠 후, 내무와 경제 등 8개 부처 장관을 바꾸는 개각을 통해, 국면 전환을 모색했는데요. 연금 수혜액과 최저임금을 올리는 조치도 발표했습니다.

피녜라 대통령은 정부가 새롭게 바뀌었다며, 안정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요. 시위대는 정부가 근본적인 개혁 조치는 내놓지 않고,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인명 피해도 잇따랐습니다. 칠레 내무·공공안전부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명 가까운 시위 관련 사망자가 나왔는데요. 부상자는 수백 명에 달합니다.

“국가 비상사태 선포”

칠레 당국은 소요 사태 확산을 이유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야간 통행 금지를 시행했는데요. 통금 위반 단속을 위해 2만 명이 넘는 경찰관을 곳곳에 배치했습니다.

또한 수도 산티아고의 치안 유지 임무에 군대를 투입했는데요. 사실상 계엄령을 발동한 겁니다.

시내 요소에 장갑차도 동원했는데요. 이 같은 사례는 피노체트 정권 붕괴 이후 처음이라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시위 관련 체포자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칠레 전역의 주요 호텔들도 단축 운영하면서 외국인 관광객도 급감했는데요.

결국 칠레 정부는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모이는 국제 행사에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APEC 정상회의와 유엔 기후총회 개최를 포기하기에 이른 겁니다.

국제사회는 칠레가 개최 포기한 행사를 어디서 어떻게 치러야 할지 고민하는 동시에, 칠레 사태가 지역 정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살피는 과제를 안게 됐습니다.

뉴스 속 인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의 중도좌파연합 ‘모두의전선’ 대통령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지난달 28일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직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집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중도좌파연합 ‘모두의전선’ 대통령 후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가 지난달 28일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한 직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집회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을 소개하는 ‘뉴스 속 인물’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 주인공은 최근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에서 이긴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입니다.

지난 10월 27일에 진행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마우리시오 마크리 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습니다. 이로써 아르헨티나에서는 4년 만에 좌파 정권이 복귀하게 됐습니다.

법을 공부했고 기타연주자이기도 한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올해 60세입니다. 그는 군부 지배가 저물어가던 지난 1980년대 초 정치권에 발을 들였습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정치 인생 대부분을 정의당(PJ) 당원으로 지냈습니다. 정의당은 국가사회주의를 표방한 이른바 ‘페론주의’를 추종하는 정당입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이자 후임자인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정부에서 내각 책임자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중도좌파 연합인 ‘모두의 전선’ 소속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크리스티나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도 페르난데스 당선인과 함께 부통령 후보로 나서 당선됐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당선된 페르난데스 당선인 앞에는 어려움이 쌓여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물가 폭등과 긴축 정책, 그리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유권자들은 4년 전 ‘친 시장주의자’인 마크리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하지만, 그간 경제가 나아지기는커녕 극심한 긴축정책 속에 공공요금과 물가가 치솟는 등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에 유권자들은 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좌파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강력한 중앙집권화와 임금 인상, 복지 확대 등을 내거는 ‘페론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좌파의 재집권을 이끈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과연 아르헨티나가 처한 경제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뉴스 따라잡기, 오늘은 칠레 소요 사태 살펴보고, 뉴스 속 인물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당선인에 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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