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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사실상 승소 판결 내려진 푸에블로호 소송


지난 1968년 북한에 납치됐다가 풀려난 미 군함 푸에블로호 승조원 중 한 명인 로버트 치카 씨가 지난 2013년 7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의 상황을 설명했다.

미 법원이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북한에게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몰수 판결을 내린 지 불과 열흘 만인데요. 함지하 기자와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에 대한 최종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실상의 승소라고 봐야 하는 상황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미 법원은 통상 최종 판결에 앞서, 혹은 판결과 동시에 판사가 결정한 내용에 대한 법적 근거 등을 담은 ‘의견문’을 공개합니다. 이번에도 ‘의견문’이 공개됐는데요. 워싱턴DC 연방법원의 대브니 프리드릭 판사는 이를 통해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책임이 있고, 원고가 요청한 부분 궐석판결도 승인한다고 명시했습니다. 다만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건, 원고의 손해배상금이 정해지지 않아서입니다. 프리드릭 판사는 원고의 손해배상금을 담은 별도의 의견문를 조만간 내겠다고 밝혔는데, 이 때 최종 판결문도 공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행자) 한 가지 궁금한 건, 왜 이제 와서 소송이 제기됐나요?

기자) 푸에블로호 사건이 발생한 게 51년 전인 1968년입니다. 당연히 ‘왜 그 때 당시에 북한 정권을 미 법정에 세우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북한 정권을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원칙적으로 미국 정부는 다른 나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미국의 ‘테러지원국’인 경우 피소를 당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북한의 경우 1988년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지만 2008년에 해제됐고, 약 9년 만인 2017년 11월에 재지정됐습니다.

진행자) 그래서 이번 소송은 테러지원국 재지정 3개월 만에 이뤄진 거였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번 소송은 2018년 2월에 제기됐습니다. 사실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최초 소송을 제기한 건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승조원이었던 윌리엄 토마스 매시 등 5명이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한 건데요. 이들은 2008년 승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이 소송 직후 나머지 승조원들도 소송을 준비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해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서, 고소가 불가능해진 거죠. 결국 북한이 2017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고, 3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이번 판결도 2008년과 큰 차이가 없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이날 공개된 판사의 의견문에는 이번 결정이 2008년 승소 판결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당시 판결이 일종의 판례로 작용한 겁니다.

진행자) 배상금 규모도 관심인데요. 2008년과 동일한 배상금이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기자)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2008년 재판부는 승조원에겐 1천675만 달러씩, 또 사망한 승조원의 유산 상속인에겐 1천435만 달러, 유족에겐 125만 달러의 배상금을 책정했습니다. 이번 소송에는 승조원 46명과 가족 89명, 사망한 승조원의 상속인 36 명 등 모두 171명이 참여하고 있는데요. 2008년에 내려진 배상 판결을 적용할 경우 총 배상 액수는 13억9천835만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일반적으로 소송이라고 하면 치열한 법정 공방이 떠오르는데요. 이번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죠?

기자)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미 법원에 피소를 당하면, 원고 측이 주장한 내용이 담긴 소장을 전달받게 됩니다. 이후 60일 안에 이 소송에 대응을 해야 하는데, 북한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소송에 대응을 하지 않으면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만을 토대로 결론을 내릴 수 있는데요. 그걸 ‘궐석판결’이라고 합니다. 이번에도 궐석판결이 내려질 예정입니다.

진행자) 북한에 대한 소송은 지금까지 전부 다 궐석판결이었죠?

기자) 네, 북한에서 혼수 상태로 미국으로 돌아와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도 지난해 북한을 상대로 5억 달러의 배상금 판결을 받았는데요. 이 역시 궐석판결이었고요. 북한에 납북됐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들에게도 같은 형식의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북한은 미국 법원에 제기된 북한 관련 소송에 단 한 차례도 대응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모두 궐석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진행자) 북한 입장에선 남의 나라 법원에 제기된 소송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해석도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지 않나요? 특히 수 억 달러의 배상 판결이 내려진다고 해도, 대응을 하지 않으면 줄 필요가 없는 돈이 돼 버리고요.

기자) 물론 북한이 배상금을 직접 지불하는 일은 없겠지만, 해외의 북한 자산을 압류하는 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북한 입장에선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게 미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최근 미 검찰이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해 몰수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 판결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진행자) 대응을 하지 않으면 손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군요.

기자) 네, 웜비어와 김동식 목사 가족들은 최근 와이즈 어네스트 호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 받았는데요. 이들 가족들은 계속해서 북한의 자산을 찾는 움직임을 활발하게 해 왔습니다. 현재 미 재무부는 북한과 관련해 7천만 달러를 봉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자금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소유권 주장이 제기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진행자) 가족들이 북한의 자산을 압류하는 것 말고도 배상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요?

기자) 네, 미국 정부는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나라로부터 피해를 입은 미국인과 가족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은 테러지원국 등과 불법 거래를 통해 수익을 거둔 기업들이 내는 벌금으로 충당되는데, 여기에는 북한과 불법거래 혐의로 미 법정에 섰던 중국의 통신기업 ‘ZTE’가 낸 기금도 포함돼 있습니다. 테러지원국 피해기금 웹사이트에 따르면 테러 피해를 입은 개인은 최대 2천만 달러, 직계가족들이 함께 기금을 신청하는 경우 보상금은 최대 3천500만 달러까지 늘어납니다.

아웃트로: 함지하 기자로부터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의 소송에 대한 미 법원의 최근 결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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