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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푸에블로호 승조원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 인정...“고문과 폭력 피해 확인”


지난 1968년 1월 23일 북한에 납치된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들. 당시 북한 관영매체가 공개한 사진이다.

미국 법원이 미 해군 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등 170여명에 대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북한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으면서 별도 재판 없이 북한이 승조원들에게 고문과 폭력을 행사한 사실을 확인한 겁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DC 연방법원이 1960년대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이 북한 정권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습니다.

이 소송을 담당한 대브니 프리드릭 판사는 30일 공개한 ‘의견문(Memorandum & Opinion)’에서 “북한이 원고 측의 모든 청구에 대해 책임이 있다”며 원고가 요청한 부분 궐석판결을 승인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날 최종 판결문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프리드릭 판사는 원고의 손해 부분을 담은 별도의 의견서를 통해 손해배상금(damages)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푸에블로호 승조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배상금 액수 등이 명시된 최종 판결문이 머지 않아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1960년대 북한에 납북됐다 풀려난 푸에블로호 승조원과 가족, 유족 등은 지난해 2월 납북 당시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이 북한 측에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이들은 지난 1968년 1월23일 북한에 납북돼 약 344일을 억류 상태로 지내면서 고문과 구타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이후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공개된 25페이지 분량의 ‘의견문’은 원고의 주장을 상당 부분 수용하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프리드릭 판사는 당시 증언 등을 토대로 납북 기간 “승조원들이 종종 안면이 빨갛게 돼 있거나 코피가 나고, 입술이 터져 있었고, 주먹으로 맞은 옆구리를 붙들고 있었다”는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또 한 승조원의 경우 19시간 동안 각목으로 폭행을 당하고, 목과 사타구니를 발로 밟혀 일주일 넘게 서있지 못했다고 지적했으며, 북한의 선전에 동원되는 걸 거부한 또 다른 승조원은 총살장으로 끌려갔다가 처형 직전에 살아 나오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가족들도 승조원들의 납북 기간 “지속적이고, 고통스런 두려움 속에 살았고,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심한 괴로움에 처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드릭 판사는 이번 소송이 궐석판결로 결론 내려질 수 있는 근거도 제시했습니다.

북한은 소송 제기 이후 소환장과 소장, 그리고 이에 대한 한글 번역본을 정상적으로 수령했지만 아무런 공식 대응도 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승조원의 변호인단은 국제우편서비스인 DHL을 통해 지난해 3월13일 북한 리용호 외무상을 수신인으로 하는 소장을 평양으로 보냈고, ‘김’이라는 인물이 같은 해 4월8일 이 우편물을 받았지만 이후 북한은 아무런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의견문에는 미국 정부에 의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은 ‘외국주권 면제법’에 의거해 미 법원의 피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 판사의 의견문에 담겼습니다.

이런 가운데 재판부가 과거 배상금에 맞먹는 액수를 북한에 부과할 경우 북한의 배상금은 역대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 소송에는 승조원 46명과 가족 89명, 사망한 승조원의 상속인 36 명 등 171명이 최종 참여해,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제기된 소송 중 규모가 가장 큽니다.

앞서 미 법원은 지난 2008년 북한 당국이 푸에블로호 승조원이었던 윌리엄 토마스 매시 등 5명에게 6천580만 달러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또 지난해 12월엔 북한 정권이 오토 웜비어의 가족들에게 약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하는 등 북한 정권의 피해를 입은 가족 등에게 상당 액수의 배상금을 인정해 왔습니다.

따라서 170여명에게 이와 비슷한 배상금이 책정된다면, 북한의 배상 책임은 수 억 달러를 상회할 전망입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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