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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대북제재 크게 약화…미국 정부 책임 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도 배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대사도 배석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효과가 크게 약화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에게 큰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을 이롭게 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조상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서 활동한 스테파니 클라인 알브란트 전 위원은 전문가 패널이 제재를 감시, 보고하고 이행 개선 조치를 권고하는 능력이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약화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알브란트 전 위원은 7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기고문에서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이 실패한 데 따른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유엔 대북 제재의 효용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북 제재는 그 자체가 목적이 돼 버렸다는 겁니다. 이는 북한을 응징하고 무언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이지만 이런 목표조차 환상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의 붕괴는 북한을 더욱 강한 위치에 올려놨으며 향후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의 영향력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이런 상황을 만든데 대한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난 3년간 최대 압박을 펼쳤지만, 북한의 거시경제 지표에 어려움의 징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올해 북한의 환율, 연료, 쌀 가격 등을 살펴보면 대북 제재 영향이 거의 없어 미국이 주도한 최대 압박 정책은 실패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알브란트 전 위원은 대북 제재의 근본적인 한계도 지적했습니다.

대북 제재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결의와 다양한 이행 수단이 이어져야 하는데, 2017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이 마지막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과 핵 실험을 자제한다면 유엔 차원에서 질적으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습니다.

또 유엔 안보리에서 제재가 채택될 즈음에 북한은 이미 제재 회피 조치를 시작해 왔다면서 제재 품목에 대한 사전 비축, 불법 사치품 및 무기거래, 사이버 공격을 통한 해외 금융자산 및 가상화폐 탈취 등을 예로 들었습니다.

특히 사이버 공격의 경우 거의 무방비 상태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같은 도전을 맞아 제재의 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알브란트 전 위원은 유엔 안보리의 구조적 한계와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 활동을 방해하는 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결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기존 1718 결의안에 의거해 제재 명단에 추가하는 방안이 있지만 안보리 회원국 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무능력함 때문에 잠재적 조치가 방해받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러면서 15개 이사국이 전원 동의해야 하는 유엔 안보리 특성상 중국과 러시아가 이 전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이런 불화가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에도 스며들어 독립성과 영향력을 약화시켜려는 시도가 증가됐으며, 실제로 지난 8월 공개된 중간 보고서는 이런 의도에 따라 이전 보고서의 절반 규모로 줄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북한이 주변, 관계국과의 외교 관계를 통해 대북 제재 무력화를 시도하는 점도 도전으로 꼽았습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국 문재인 대통령과 핫라인으로 연결돼 있으며 중국, 러시아와의 지속적인 외교적 대응으로 유엔을 넘어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에 더해 미국의 대북정책 명확성 결여와 미-북 비핵화 회담 교착 상태, 미-중 무역전쟁, 일본과 한국의 갈등 등 역내 역학 관계의 혼돈 역시 대북 제재 시행에 대한 관심과 실효성을 날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알브란트 전 위원은 불완전하지만 결정적이었던 대북 압박의 원천이 약화되면서 북한은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도 기존 대미 접근 방식을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대북 제재가 현재의 하향 궤적을 유지할 경우 현실적으로 무엇을 달성할 수 있는지, 접근법을 바꾸기 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자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상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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