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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 군사시설 공사 올해까지 지속...민간위성에 포착


올해 9월24일 촬영된 함박도 위성사진. 섬 곳곳에 군사시설이 들어선 모습이 관측된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올해 9월24일 촬영된 함박도 위성사진. 섬 곳곳에 군사시설이 들어선 모습이 관측된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위치한 섬 함박도에 세워진 북한의 군사시설들이 2017년 중순부터 올해까지 지속적으로 건설돼 온 정황이 미국의 민간위성에 포착됐습니다. 미국의 방어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을 받아온 함박도가 남북은 물론 미북이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계속 확장된 겁니다. 함지하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실상 무인도로 방치됐던 함박도에서 움직임이 포착된 건 2017년 7월입니다.

VOA가 일일 단위로 위성사진을 보여주는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지난 3년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함박도에는 2017년 6월까지만 해도 공사 흔적으로 해석될 만한 징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약 한 달 후인 7월20일자 위성사진에선 굴착 작업이 이뤄진 듯 숲으로 뒤덮인 섬 가운데와 동쪽 부근에 흙으로 된 바닥이 드러났고, 8월26일엔 섬 중간과 동쪽은 물론 섬 북쪽 부근에도 뚜렷한 굴착 흔적이 나타났습니다.

2017년 함박도의 변화 과정을 촬영한 위성사진. 화살표 방향으로 2017년 6월과 7월, 8월, 12월에 촬영됐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2017년 함박도의 변화 과정을 촬영한 위성사진. 화살표 방향으로 2017년 6월과 7월, 8월, 12월에 촬영됐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지난달 한국 언론 등에 공개된 함박도의 원거리 사진을 보면 섬 북쪽에는 2~3층 높이의 건물 3~4개 동이 들어섰고, 섬 한 가운데에는 타워형으로 된 건물과 함께 철제 구조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사진에 나타난 건물들은 2018년 1월까지만 해도 위성사진에선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2월6일자 위성사진에 처음으로 섬 북쪽에 건물 형태가 희미하게 포착됐습니다.

이어 다음달인 2018년 3월16일, 건물은 좀 더 명확한 형태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고, 약 4개월 뒤인 7월29일자 위성사진엔 북쪽 건물이 위치한 곳이 좀 더 확장된 모습이었습니다.

2018년 함박도의 변화 과정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에서 아래로 2018년 2월과 3월, 7월, 12월에 촬영됐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2018년 함박도의 변화 과정을 촬영한 위성사진. 위에서 아래로 2018년 2월과 3월, 7월, 12월에 촬영됐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2018년 남북한은 대화를 재개하고, 미국과 북한은 1차 정상회담을 개최했지만 여전히 함박도에선 공사가 계속됐다는 의미입니다.

앞서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VOA에 함박도에 들어선 북한 군 시설이 미국의 방어 전략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북한이 실제로 방사포 등을 함박도에 배치한다면 한국을 겨냥한 무기의 타격 범위와 대상을 늘리는 것으로, 과거와 달라진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미국의 한반도 방어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함박도는 가까운 한국 섬인 말도와의 거리가 불과 8.2km였고, 또 서해 연평 우도에서 8.5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또 인천공항은 약 45km 거리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섬 중앙 부근 가장 높은 지점에 위치한 타워형 건물, 즉 감시초소에 대해선 남북 군사합의가 맺어진 2018년 9월 이후에도 계속 공사를 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위성사진의 화질이 낮아 정확한 분석은 어렵지만, 2018년 7월 위성사진에는 현재 감시초소가 들어선 자리에 작은 굴착 흔적만이 포착됐습니다.

이 같은 모습은 구글어스를 통해 공개된 2018년 7월자 고해상도 위성사진에서도 확인되는데, 이 사진에는 감시초소가 있어야 할 지점에 검정색 물체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어 플래닛 랩스의 같은 해 9월12일자 위성사진은 감시초소가 위치한 지점이 두 달 전보다 더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건물로 볼 만한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사실상 남북 군사합의가 맺어진 9월19일 이후에 감시초소가 완공됐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위성사진 분석 전문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객원연구원은 4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같은 분석에 동의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he surveillance tower...”

감시초소와 레이더 타워는 2018년에도 계속 건설 중이었고, 완공된 모습은 최근 공개된 2019년 사진에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아울러 일부 부지에 대한 굴착 작업도 계속돼 온 것으로 보인다며, 여기에 또 다른 대형 건물이 세워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한센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한센 연구원은 감시초소가 지어지는 과정이 수월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한센 연구원] “To get the equipment up to the...”

감시초소와 레이더 타워를 짓기 위한 자재 등을 대부분 손으로 옮긴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감시초소까지 이어진 길이 없다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함박도를 촬영한 2017년 6월21일자(왼쪽) 위성사진과 올해 9월24일자 위성사진.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 흔적이 섬 곳곳에서 포착됐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함박도를 촬영한 2017년 6월21일자(왼쪽) 위성사진과 올해 9월24일자 위성사진. 새로운 시설이 들어선 흔적이 섬 곳곳에서 포착됐다. 사진제공=Planet Labs Inc.

종합해 보면 함박도에서 최초 굴착 작업이 시작된 시점은 2017년 7월이었고, 약 1년 뒤인 2018년 7월 북쪽 지역의 건물들이 완성됐습니다.

그리고 타워형 감시초소가 완공된 시점은 2018년 9월에서 올해 중순 사이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남북 군사합의 이후에도 함박도에서 공사를 계속한 정황은 섬 내 또 다른 지점에서 포착됐습니다.

지난달 촬영된 플래닛 랩스의 위성사진에는 섬 북서쪽 끝자락에 하얀색으로 된 기다란 시설 혹은 물체가 포착됐습니다.

이 시설 혹은 물체는 올해 3월 이후 위성사진에서 포착되기 시작해 5월부터 뚜렷한 모습을 갖췄습니다.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지만, 해안과 맞닿은 점으로 볼 때 선박 등의 접안 혹은 파도를 막는 역할을 하는 시설일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다만 한센 연구원은 위성사진의 낮은 해상도 때문에 새로운 시설로 해석하기엔 이른 상황이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얀색 바위가 빛에 반사돼 시설처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현재 구글맵을 비롯한 주요 지도 서비스 업체들은 함박도를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에 위치한 섬, 즉 한국 영토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국방부는 함박도를 NLL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도서로 규정하고, 현지에 레이더 등 감시초소 수준의 시설이 있지만 장사정포 등 화기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경두 한국 국방장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함박도 감시시설은 9.19 남북군사합의 체결 전인 2017년 5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만큼 합의 위반이 아니며 유사시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같은 한국 국방당국의 설명에 대해 브루스 베넷 미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등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관할권 논란이 있는 지역을 한국 군 당국이 너무 소홀이 다루고 있고, 너무 쉽게 양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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