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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탈북 난민 입국 최저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후 미용업에 종사하는 탈북민이 미용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미국에 난민으로 정착한 후 미용업에 종사하는 탈북민이 미용기기를 점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입국하는 난민 규모가 크게 줄어든 가운데 탈북 난민 입국도 올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북한 등 11개 고위험 국가들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난민 심사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지만, 미 정부가 탈북민들의 재정착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 게 근본적 이유란 지적도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국무부 인구·난민·이주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시작돼 올해 9월 말에 끝나는 2019 회계연도에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8월 말 현재 1명입니다.

지난해 11월에 1명이 입국한 후 지금까지 전무한 겁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지난 2004년 미 의회가 채택한 북한인권법에 근거해 2006년 탈북 난민을 처음 수용한 이후 역대 최저 규모입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 1월 이후 입국한 탈북 난민은 지금까지 7명에 그쳐, 고위험 국가 출신들에 대한 강화된 난민 정책이 탈북 난민 입국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이주정책연구소(MPI)는 25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에 입국하는 난민 규모가 크게 감소했다며, 고위험 국가로 지정된 국가 출신들의 저조한 난민 입국을 주요 이유로 지적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17년 이집트와 이란, 이라크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등 대부분 이슬람 국가와 함께 북한 등 11개 나라를 미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고위험 국가로 지정했었습니다.

이주정책연구소(MPI)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 국가 출신들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한 뒤 해제했지만, 난민 심사를 강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1월 이후 이들 11개 국가 출신 난민 신청자들은 가족에 대한 추가 면담과 잠재적인 조직범죄 유착 여부에 대한 정밀 조사 등 추가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결과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시기였던 2016년 회계연도에 거의 8만 5천 명에 달했던 난민 규모가 지난 2018년 회계연도에는 2만 2천 491명으로 줄어, 현대식 난민 프로그램이 개시된 1980년 이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는 겁니다.

또 올 2019 회계연도 역시 9월 20일 현재 2만 8천 52명에 불과해 저조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탈북 난민도 미국에 적대적인 이슬람 국가 출신 신청자들과 똑같은 심사를 받는지는 불투명합니다.

앞서 국무부 관계자는 이에 관한 VOA의 질문에, 모든 난민 심사는 철저히 진행되고 있으며, 취약한 상황에 처한 난민 보호를 계속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고만 답했습니다.

지난 24일 세계 11개 나라에서 탈북난민 구출의 날 행사를 주도한 디펜스 포럼의 수전 숄티 회장은 25일 VOA에, 고위험 국가 출신에 대한 미 정부의 심사 강화로 탈북 난민의 입국이 어려워졌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북한자유연합이 지원한 일부 탈북민이 미국행을 요청했을 때 현지 미 관리들이 반발하거나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한다는 어떤 움직임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보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포함해 역대 미국 정부가 모두 탈북 난민 유치와 보호에 적극적이기보다 항상 반응에 그치는 게 더 근본적 요인이라고 숄티 회장은 지적했습니다.

[녹취: 숄티 회장] “We've always been reactive. We should be proactive when it comes to North Korean refugees. I don't think our governments ever shown any seriousness about trying to help and assist refugee’s resettlement.”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미국 의회의 목적과 바람은 미 정부가 반응에 그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탈북 난민들의 재정착을 지원하라는 것이지만, 역대 미 정부는 이런 지원에 진지함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가령, 태국에서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가 있으면 적극 나서서 인터뷰를 하고 절차를 진행해야 하지만, 단체와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압박할 때만 반응해 조치를 취하는 게 반복되고 있다는 게 숄티 회장의 지적입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북한 인권법에 근거해 미국에 입국한 탈북 난민은 8월 말 현재 218명입니다.

이는 한 해 평균 16명 남짓한 수치로, 미얀마 등 다른 취약 국가 출신 난민들과 비교해 매우 적은 규모입니다.

숄티 회장은 과거 미국 관리들은 문화와 지원 혜택 등 여러 측면에서 환경이 가장 우수한 한국으로 탈북자들이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지만, 미국이 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숄티 회장] “We have such an incredible Korean American community and so many people that are willing to support them. And so many Americans really care about the North Korea situation that they can certainly succeed here so and now especially with the situation in South Korea is so bad under Moon administration.”

미국 내 한인 사회 등 많은 미국인이 탈북민을 지원하길 바라고 북한 상황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탈북민들이 미국에서도 분명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숄티 회장은 또 현재 문재인 한국 정부에서 일부 탈북민 가정에 불상사가 발생하고 북한 인권 운동도 큰 타격을 받는 현실은 미국이 더 많은 탈북민을 수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라고 주장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미국의 일반적인 난민 심사 절차가 한국보다 더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게 탈북민들이 한국행을 선택하는 핵심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e US’s debriefing process is more complicate and takes long time.”

탈북민들은 불안정한 제3국을 빨리 벗어나 새 보금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1~2년 걸리는 미국보다 한 달 안에 신속히 갈 수 있는 한국을 선호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유엔 난민기구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하는 만큼 국제사회가 탈북민에게 정착지를 선택할 기회를 더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탈북 난민의 정착을 돕는 한 지원단체 관계자는 VOA에, “탈북 청소년과 젊은이들은 언어 등 타문화에 대한 적응이 빠르다”며, “미국에서 꿈을 펼칠 기회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많은 한국인 가정이 자녀 교육 때문에 미국 이민을 선호한 것처럼, 북한의 부모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가치를 몸소 체험한 자녀들이 통일 후 북한 재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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