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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건설 노동자, 세네갈 외화벌이 현장 포착…만수대는 새 이름으로 둔갑 운영 (1)


아프리카 세네갈의 식품회사 '파티센'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식품회사 '파티센'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북한이 대형 동상을 건립한 서아프리카 나라 세네갈에서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사실이 VOA 취재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유엔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만수대 창작사는 이름을 바꾼 채 버젓이 노동자들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VOA는 최근 세네갈의 각종 건설현장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제재 위반 실태 등을 취재했습니다.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세네갈의 불법 노동에 동원된 북한 노동자들의 동선을 따라가 봤습니다. 함지하 기자입니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 도심.

예닐곱 명의 아시아인들이 아침 시간 허름한 단층 건물 앞에 모여 어디론가 떠날 준비로 분주합니다.

일부는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식자재로 보이는 계란과 채소 등을 작은 트럭에 옮겨 싣는 사람도 목격됐습니다.

몇몇 사람들의 가슴에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로 보이는 배지가 달려 있어, 이들이 북한 국적자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단독 영상]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세네갈 외화벌이 현장 포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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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 취재 결과 이들은 실제로 북한 출신 해외 노동자들.

단체로 숙소 생활을 하며, 매일 아침마다 건설 현장에 투입되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가 되자 출근 채비를 마친 노동자 7명이 트럭에 올랐습니다. 3명이 탈 수 있는 뒷자리에는 5명이 뒤엉켜 탔습니다.

VOA 취재진은 이들을 뒤따라 갔습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에서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작은 트럭에 타고 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에서 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작은 트럭에 타고 있다.

약 1시간 뒤 도착한 곳은 세네갈 최대 식품회사로 알려진 ‘파티센’의 한 공장 부지.

공장 바깥 도로변에서 작업 중인 북한 노동자들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1] (평양에서 오셨어요?) “네.” (두 분이서 일하시네요) “다른 데 나가서 일하는 사람도 있단 말이에요.” (언제 오셨어요?) “3년 됐지요.”

또 다른 노동자도 평양 출신임을 확인했습니다.

[녹취: 북한 노동자2] (언제 오셨어요?) “금방 왔습니다.” (평양에서?) "네." (아직 가족들은 안 그리우세요?) “(웃음) 일 없습니다.”

[단독 영상] 북한 건설 노동자들의 세네갈 외화벌이 현장 포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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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A는 세네갈 현지에서 북한 노동자들의 출입국 기록과 여권 사본을 입수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의 이름은 여권 속 정보와 동일했고, 숙소에서 포착된 사람들도 여권 속 사진과 동일인물임이 확인됐습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인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그룹(MOP) 소속입니다.

그러나 VOA가 입수한 서류에 따르면 이들을 관리하는 회사는 2017년 6월부터 ‘코르만 컨스트럭션’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서류에는 코르만의 책임자가 최 모씨로 나와있는데, 최 씨는 현재 출국한 상태로 나타났습니다.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코르만에 소속된 북한 노동자는 약 30명입니다.

이들은 소규모 단위로 나뉘어 파티센 내 건설현장 2~3곳과 다른 도시의 주택 건설 현장 등에 투입된 상태입니다.

VOA가 최초 목격한 숙소는 여러 숙소 중 한 곳으로, 나머지 노동자들은 각자 파견된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 허름한 단층 건물에서 노동자들이 지내고 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 허름한 단층 건물에서 노동자들이 지내고 있다.

세네갈은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가 48m에 달하는 ‘아프리카 르네상스’ 동상을 제작한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해외 노동자를 통한 북한 정권의 외화 벌이 문제를 지적할 때마다 이 초대형 동상 건립을 주요 사례로 제시해 왔습니다.

미 재무부는 2016년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 그룹을 특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고, 이듬해 8월 유엔 안보리도 이 회사를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습니다.

세네갈 정부는 지난해 초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대북제재 이행보고서에서 만수대가 더 이상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는데, 실제론 이름을 바꾼 뒤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던 겁니다.

안보리는 북한 해외 만수대 창작사를 제재 명단에 올린 것과 별도로 2017년 채택한 결의 2375호를 통해 각 유엔 회원국들이 자국 내에서 운영 중인 북한의 합작사업체 등을 모두 중단하도록 했습니다.

결의 내용 대로라면 새 이름으로 운영되는 세네갈 내 북한의 사업체 역시 폐업처리됐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북한 노동자들이 세네갈에서 돈벌이를 하는 것도 안보리 결의 위반입니다.

VOA 취재 결과 북한 노동자 약 30명 중 8명은 입국 시점이 올해인데, 이는 안보리 결의 2371호와 2375호의 조치에 어긋납니다.

안보리는 2017년 8월 각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노동자의 숫자를 늘리지 못하도록 했고, 다음달인 9월엔 기존 노동자의 노동허가증 갱신을 금지하는 추가 조치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입국한 노동자들의 여권을 살펴 보면, 발급 일자가 대부분 올해 4월입니다. 새 여권을 발급 받아 입국한 건데, 새로운 노동자를 받지 못하게 한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겁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에서 만난 노동자들. 이들의 여권을 확인한 결과 발급일자가 각각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이었다.
아프리카 세네갈 수도 다카르 도심의 북한 건설 노동자 숙소에서 만난 노동자들. 이들의 여권을 확인한 결과 발급일자가 각각 2018년 12월과 2019년 4월이었다.

또 가장 마지막에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해외에 체류 중인 모든 북한 노동자들이 올해 12월까지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들 노동자들이 입국 몇 개월 만에 되돌아갈지도 의문입니다.

기존에 있던 노동자들도 상당수는 이미 돌아갔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네갈 정부는 외국인의 노동허가증을 매년 갱신하도록 돼 있는데, 2016년 이후에 입국한 노동자들은 2018년 이후 새로운 노동허가증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현재 세네갈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역시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식품회사 '파티센' 공장 건설 현장에서 VOA 함지하 기자가 북한 노동자와 대화하고 있다.
아프리카 세네갈의 식품회사 '파티센' 공장 건설 현장에서 VOA 함지하 기자가 북한 노동자와 대화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알라스테어 모건 조정관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전문가패널은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패널 보고서를 통해 세네갈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서 만수대 해외 프로젝트 그룹과 이들이 다양한 이름으로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는 걸 알 수 있다”면서, 패널이 최근 발표한 중간 보고서에도 북한 노동자 파견을 포함해 북한의 제재 기관들이 해외에서 계속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VOA에 보낸 이메일에서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이행하도록 요구되며, 우리는 그들이 계속해서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 “All UN Member States are required to implement UN Security Council sanctions resolutions, and we expect them all to continue doing so. The United States continues to work with governments around the world to ensure all nations are fully implementing UN sanctions obligations.”

그러면서 미국은 모든 나라들이 유엔 제재 의무를 완전히 이행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계속해서 전세계 다른 나라 정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VOA는 이번 사안에 대한 세네갈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또 직접 세네갈 외무부로 찾아갔지만 담당자를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녹취: 세네갈 외무부 관계자]

세네갈 외무부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처음 듣는 말이라며, 연락처를 남겨 달라고 말했지만 이후 세네갈 외무부는 VOA 에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아웃트로: 내일은 북한 노동자들의 세네갈 현지 외화벌이 실태 2부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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