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탈북 모자 ‘시민애도장’ 열려… “문재인 대통령, 빈소 찾아와 조문해야”


21일 한국 서울 광화문에서 지난 7월 전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에 대한 ‘시민애도장’이 열렸다.
21일 한국 서울 광화문에서 지난 7월 전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에 대한 ‘시민애도장’이 열렸다.

한국에서 큰 논란이 된 사건이죠. 탈북민 엄마와 아들의 사망 사건이 알려진 지 두 달여 만에 이들에 대한 ‘시민애도장’이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탈북민 단체들은 한국 정부와 사과와 조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월 말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를 기리는 ‘시민 애도장’이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습니다.

공동장례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두 사람을 보살피지 못해 죽음에 이르게 한 한국 정부가 이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허광일 공동장례위원장은 이들이 풍요로운 한국에 와서 굶어 죽었지만 통일부 장관이나 서울시장, 관할 관악구청장 등 그 누구도 분향소를 찾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허광일 위원장] “빨리 한성옥 모자를 보내야 할 거 아닙니까. 시체팔이 한다, 이런 소리를 듣지 않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통일부가 공정한 입장을 가지고 빈소에 찾아와서 조문을 표시하고 우리 비대위와 진행하던 면담을 다시 재개해서 빠른 시일 내에 장례를 치러야 하는데 오늘 장관 주재 긴급 회의 한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하루 종일 지켜보고 있는데 아직까지 저희에게 오는 신호는 없습니다.”

결국 사인 규명과 후속 대응책 등을 놓고 한국 정부와 탈북민 단체 간 견해 차이로 정식 장례식은 열리지 못했습니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을 지낸 김태훈 변호사는 VOA에 시민애도장으로 장례식을 대체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탈북 모자의 거주지 행정처인 관악구청에서 이들에 대한 무연고 처리 방침을 밝혔고 한국 통일부와 남북하나재단 측과도 끝내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김태훈 변호사] “저희가 보기에는 꼭 그렇게 무연고로 할 필요가 있냐, 관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탈북 모자에 대해서는 탈북민 단체들이 장례식을 치러주겠다고 하니까 비용도 스스로 자체 부담으로 해서 엄숙하게 하겠다고 하는데 거절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니냐. 끝내 협조가 안 됐어요. 그래서 장례식을 이름을 못 붙이고 애도장으로 했는데 유감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시신이 없으니까 정식 장례식이 될 수 없는 거죠.”

지난 7월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에 대한 ‘시민애도장’이 21일 열린 가운데 탈북민들이 두 손을 모은 채 모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지난 7월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에 대한 ‘시민애도장’이 21일 열린 가운데 탈북민들이 두 손을 모은 채 모자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이날 모인 탈북민은 100여 명, 이들이 바라는 것은 한국 정부의 사과와 사인 규명 그리고 재발 방지책 마련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앞서 이달 초, 위기에 처한 탈북민 가구를 찾기 위해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고령자와 장애인, 한부모 가정, 기초생활수급 탈락자 등 탈북민 취약세대를 조사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더불어 탈북 모자 빈소 마련과 관련해서는 탈북민 단체와 통일부, 남북하나재단 간 계속 협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의 지난 16일 기자설명회입니다.

[녹취: 이상민 대변인] “탈북민 단체에서 독자적으로 지금 빈소를 운영해 오고 있기 때문에 그 협의가 마무리돼서 고인에 대한 최대한 예우를 갖출 수 있는 빈소가 마련된다면 통일부 장관이 언제든지 가서 빈소를 방문하겠다는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탈북 단체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추모 그리고 협조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최대한 예우를 갖출 수 있는 빈소가 마련돼야 한다는 통일부 측 입장에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한 탈북민연대 김태희 대표입니다.

[녹취: 김태희 대표] “전혀 꼼짝도 안 하고, 하는 소리가 빈소를 화려하게 차려주면 그곳에 와서 조문을 하겠대요. 우리는 화려한 거 바라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 목소리가 한국 정부에 바로 받아들여지고 죽음을 같이 애도하면서 우리 탈북민에게 상주 역할을 맡기는 것밖에 없어요. 세월호가 저리됐을 때 찾아가서 ‘사람이 먼저다, 얘들아 미안하다’ 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되지 않고 우리가 아주 소박하고 제일 밑바닥에 있는 자들이 와서 조문을 하라니까 낮아서 안 오겠다잖아요.”

김 대표는 한 씨 모자 사망으로 인해 탈북민 사회가 크게 격양되어 있다며 탈북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간답게 살 권리를 한국 정부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광일 위원장도 VOA에 탈북민의 권익과 한성옥 모자의 한을 풀어야 한다는 탈북 사회 내 공통된 흐름이 조성됐다며 조만간 2차 단체 행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