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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리, 의회 정회 추진...호주, 대학가 외국 영향력 차단 나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운데).

세계 여러 나라의 주요 소식을 전해 드리는 ‘지구촌 오늘’ 입니다. 지금 이 시각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 정부가 10월 중순까지 의회를 정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야권은 브렉시트 강행을 위한 포석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가 대학가에 미치는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첫 소식입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 마감 시한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요. 영국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워지고 있군요.

기자) 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국 하원 정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존슨 총리는 28일 영국 하원에 서한을 보내, 10월 14일까지 의회를 정회하고 새 회기를 시작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진행자) 왜 의회를 정회하겠다는 건가요?

기자) 존슨 총리는 교육과 보건, 범죄 대응 등 여러 국내 정책을 담은 입법안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영국 야권은 의회가 존슨 총리가 추진하는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를 막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노딜 브렉시트', 여러 차례 나오고 있는 말인데, 다시 한번 짚고 갈까요?

기자)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전임 테레사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과 협상을 통해 과도기를 허용하고, '백스톱(backstop)'이라는 안전조항을 만들어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려고 했는데요. 하지만 영국 하원은 번번이 이를 부결했고요. 그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메이 전 총리가 사퇴했습니다.

진행자) 후임인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강경론자죠?

기자) 맞습니다. 존슨 총리는 지난달 취임했는데요. 유럽연합과 다시 협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상이 안 되면 노딜 브렉시트도 좋다는 입장입니다.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10월 31일 자로 영국은 유럽연합(EU)의 단일 시장과 단일 세관에서 탈퇴하게 되고요. 유로폴 등 모든 EU의 공공기관에서도 탈퇴해야 합니다.

진행자) 그런데 지금 영국 하원은 여름 휴회 중 아닙니까?

기자) 네, 다음 달 3일 개원하는데요. 존슨 총리는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의회를 9월 둘째 주부터 10월 14일까지 정회하고 마지막 날, 새 입법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여왕이 연설해줄 것을 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렇다면 실제적으로 브렉시트를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게 되겠군요.

기자) 맞습니다. 9월 3일부터 둘째 주 정회 예정일까지 일할 수 있는 기간은 7일 정도밖에 되지 않고요. 또 10월 14일 이후 브렉시트 마감시한까지도 별로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 촉박한 기간에 야당이 여러 의견을 규합해 노딜 브렉시트를 막을 법안을 만들어 통과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인데요. 하지만 존슨 총리는 의회가 논의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영국 여왕이 존슨 총리의 정회 요구를 받아들일까요?

기자) 영국 의회는 통상 새 회기가 시작될 때 여왕이 하원에서 연설을 하도록 돼 있는데요. BBC 방송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관례대로 존슨 총리의 연설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왕의 연설을 10월 14일로 미룬다는 것은 그전까지 의회를 정회한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진행자) 영국 야당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1 야당인 노동당은 영국 민주주의에 대한 수치스러운 모욕이라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존슨 총리가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정회는 비겁한 수단이라고 반발하고 있는데요. 일부 의원은 존슨 총리 내각에 대한 불신임안은 거의 기정사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주요 야당 의원들이 전날 회동했다고요.

기자) 네, 노동당 등 주요 야당 대표들이 27일 노딜 브렉시트 저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모였는데요. 정부가 브렉시트를 또다시 연기하도록 강제할 법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의회가 10월 14일까지 정회에 들어가게 되면 법안을 통과시킬 시간이 부족합니다. 뿐만 아니라 내각 불신임안 표결도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댄 테한 호주 교육부장관은 28일 자국 대학에 미치는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댄 테한 호주 교육부장관은 28일 자국 대학에 미치는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다음 소식입니다. 호주 정부가 외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요.

기자) 네, 호주 정부가 자국 대학들에 외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호주 대학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진행자) 어떤 식으로 외국의 영향력이 미친다는 건가요?

기자) 호주의 대학들이 '국가'가 후원하는 사이버 공격의 대상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겁니다. 호주 교육부는 28일 발표한 성명에서 구체적인 나라를 지명하지는 않았는데요. 하지만 이런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실제로 그런 일들이 있었습니까?

기자) 네, 지난해 호주의 수도 캔버라에 있는 '호주국립대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가 사이버 해킹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대학교는 아니지만 호주 의회를 겨냥한 사이버 공격도 올해 있었는데요. 배후로 중국, 이란, 북한 등이 거론됐습니다. 호주는 특히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습니다.

진행자) 화웨이는 미국이 보안상의 문제로 각국에 장비 사용 중단을 요구하는 기업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로 제5세대 이동통신망 구축사업을 전 세계적으로 벌이는 기업이죠. 하지만 미국은 화웨이의 기기가 보안에 취약해 국가의 중요한 정보를 유출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동맹국들에 장비 사용 금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또 얼마 전에는 홍콩 시위 사태가 호주 대학가에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까?

기자) 네, 지난달 호주의 한 대학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과 중국 정부를 옹호하는 학생들 간에 충돌이 벌어졌는데요. 그런데 이들 가운데 일부 학생들의 신원이 온라인에 유포되면서 논란이 커졌습니다. 한 학생은 "지금 나는 호주의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중국 당국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요즘 호주 교육계에 중국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죠?

기자) 네, 중국의 이른바 '공자학원'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들이 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공자'는 기원 전에 활동한 중국의 대표적인 사상가인데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집권한 이래 이런 중국의 전통 사상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그 일환의 하나로 중국 교육부가 하고 있는 공자학원 프로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알리는 프로그램인데요. 하지만 중국 정부와 공산당의 선전 도구로 활용되고 학문의 자유를 해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습니다. 더구나 호주 대학들이 이 공자학원 프로그램 도입 명목으로 수천만 달러의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커졌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호주 교육부가 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건데요. 대책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됩니까?

기자) 댄 테한 호주 교육부 장관이 28일 발표한 성명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을 강화하고 민감한 지적재산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단체 등과 협력해 호주의 국익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대책위원회는 대학 관계자들과 정부 관리들이 절반씩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테한 교육부 장관은 이 성명에서 대학은 국가의 이익을 위해 정보를 보호해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2월 리비아를 출발했다가 난파한 선박에 타고 있던 이주민들이 스페인 구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지난해 12월 리비아를 출발했다가 난파한 선박에 타고 있던 이주민들이 스페인 구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마지막 소식입니다. 아프리카 이주민을 태운 난민선이 지중해상에서 난파되는 일이 또 발생했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리비아에서 출발한 난민선이 전복돼 최소한 40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고 유엔난민기구(UNHCR)가 27일 밝혔습니다. 찰리 약슬리 UNHCR 대변인은 실종된 사람 가운데는 여성과 어린이도 있었다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전하면서, 올해 지중해를 건너다 숨진 사람이 900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리비아 쪽에서는 사망자 수치를 더 적게 내놓았다고요?

기자) 네, 리비아 해안경비대는 실종됐거나 숨진 사람이 15명~ 20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최소한 65명이 구조됐다고 설명했는데요. 구조된 사람들은 대부분 수단 출신이며, 사망이 확인된 5명의 국적은 모로코와 수단, 소말리아 등이라고 AP 통신에 밝혔습니다.

진행자) 지중해상에서 이렇게 난민선이 전복된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죠?

기자) 네, 아닙니다. 최근 들어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 달 전에도 리비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 두 대가 지중해에서 뒤집혀 150여 명이 실종됐습니다. 당시 배 두 척에 300여 명이 타고 있었는데 거의 절반이 희생된 겁니다. 앞서 5월에도 튀니지에서 유럽으로 향하던 난민선이 전복해 65명이 익사했고요. 1월에는 리비아를 떠난 난민선이 뒤집혀 17명이 실종 또는 사망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왜 리비아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걸까요?

기자) 지난 2011년 중동 전역에 일었던 민주화 운동 이른바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가다피 독재 정권이 축출된 이후 무장 세력이 난립하면서 리비아는 유럽으로 가는 주요 관문이 됐습니다. 따라서 유럽연합(EU)은 리비아 해안경비대 등 리비아 병력과 손을 잡고 아프리카 이주민들의 위험한 지중해 항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진행자) 이런 노력이 효과를 보고 있습니까?

기자) 인권 단체들은 오히려 많은 이주민을 무장 세력의 손에 들어가게 하거나 식량은커녕 물도 없는 열악한 난민 수용 시설로 몰아놓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에트리아와 에티오피아, 수단 등지를 떠나온 최소한 6천 명에 달하는 난민들이 십여 군데의 난민 수용소에 갇혀 고문과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유럽은 아프리카 난민에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분쟁과 기근 등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국민들이 좀 더 나은 삶을 기대하며 지중해를 건너지만, 유럽에서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지중해상에서 난민 수색, 구조 활동을 벌이는 민간 항공기의 이륙까지 막고 있는데요. 이탈리아 국가민간항공위원회(ENAC)는 26일 이탈리아 최남단에 있는 람페두사섬 공항을 이용하려는 구호단체 소속 항공기 2대의 이륙을 불허했습니다.

진행자) 이탈리아는 난민 구조선을 받지 않겠다고 항구도 닫지 않았나요?

기자) 네, 극우 성향의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 장관이 27일 아프리카 난민 약 100명을 태우고 리비아를 떠난 독일의 구호단체, ‘라이프라인(Lifeline)’ 소속의 구조선 입항을 금지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앞서 스페인 구호단체 ‘오픈암즈(Open Arms)’가 운영하는 구호선 역시 입항을 거부했는데요. 난민선은 지중해상에서 19일간 떠돌다 가까스로 람페두사 항에 정박했습니다.

진행자) 이탈리아 항으로 난민들이 몰리는 이유가 있나요?

기자) 이탈리아는 몰타와 함께 유럽 최남단에 있는 유럽 국가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는 난민을 태운 구호단체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는 반면, 몰타는 자국 해상에서 구조된 난민들은 대부분 받아들이는데요. 하지만 양국은 난민 수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진행자) 지구촌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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