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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매체, 지소미아 종료 첫 언급...전문가들 "북한이 바라던 결정일 것"


지난 22일 한국 서울 주재 일본 대사관 앞에 '한일군사정보협정 (지소미아, GSOMIA) 폐기'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벽보가 붙어있다.

북한은 아직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남측 매체를 인용해 우회적인 지지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북한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요? 서울에서 한상미 기자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한국의 한 인터넷 매체가 지난 23일 게재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는 의미 있는 한걸음이다’ 라는 제목의 사설 전문을 소개했습니다.

이 사설은 한국 정부의 협정 종료 결정이 적어도 외교적 굴욕으로 이어지는 길을 단호히 거부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 하다며 지지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결정 닷새째인 27일 현재 당국이나 매체를 통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측 언론의 사설을 그대로 인용했다는 점에서 협정 종료에 대한 지지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이 협정이 `친일 역적과 결탁해 세상에 나온 매국 협정'이라며 폐기를 주장해 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에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눈엣가시였다며, 협정 종료로 북한의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협정이 미-한-일 공조를 이어주는 끈이자 미-한 동맹의 핵심 요소인데 협정 종료로 그 끈이 느슨해지면 북한 입장에서는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한국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지낸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입니다.

[녹취: 유호열 교수] “북한 입장에서는 한국이 외부로부터 연결되어 있는 안보 동맹이 약화되는 게 바람직한 거니까. 북한한테는 대외환경으로는 굉장히 좋죠. 자기들로서는 한국이 하나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제거할 뿐 아니라 필요에 따라서는 자기들이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요소도 되는 것이고. 한국을 상대하기 어려운 게 결국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이 연합 자산을 통해서 가해지는 그런 방위력인데 한국 하나만 상대하는 게 북한으로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죠. 그러니까 굉장히 안전하고 확실한 거죠, 북한 입장에서는.”

유 교수는 동맹의 틀 안에서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게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이라며, 협정 종료로 안보적 측면에서 손실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역시 VOA에, 북한의 대외전략을 고려할 때 미-한-일 삼각 안보협력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매우 좋은 환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한-일 동맹이 깨지면 미국과 일본의 대한반도 영향력이 약화되고 그만큼 한국의 독자성이 강화되는 만큼 한국 정부가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겁니다.

최 대표는 북한이 냉전 시기부터 미-한-일 동맹의 균열을 바라왔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북한체제연구실장을 지낸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는 북한의 ‘갓끈 전략’이 저절로 실현된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곽길섭 대표] “옛날부터 갓끈 전술이라고 해서 한 쪽만 떨어뜨리면 갓이 날아가버리니까 소용이 없다는 게 북한의 대남전략 중에서 갓끈 전술이라는 거예요. 한 쪽은 일본으로 자동적으로 날아갔거든요. 그럼 한 쪽만 붙어있는데 그 미국하고의 끈은 자연스레 느슨해지면 모자가 소용이 없는 게 되죠. 그럼 북한 입장에서는 여러 조건이 좋죠. 바람을 불게 할 수도 있고 비가 오게 할 수도 있는 거죠. 여러 목적으로 쓸 수가 있는 거죠.”

곽 대표는 이어 지금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한국이 소외된 채 북-일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한국 정부가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갓끈 전략’에서 더 나아가 북한이 미-한-일 동맹을 더 와해시키려 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녹취: 곽길섭 대표] “이제 어느 시점이 지나면 일본하고 대화를 할 것 같아요.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 접촉부터 하겠죠. 한국 패싱전략으로 가고 지소미아 파기를 하면서 미국에서 나오는 목소리 보면 실망스럽다, 우려가 된다 많지 않습니까? 이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하고의 대화는 계속 줄다리기 하고 있지, 어느 시점이 되면 이뤄지는 거거든요. 그럼 당연히 일본하고 대화를 들어갈 겁니다. 이제 진짜 시작이 되는 거죠. 한국 정부가 정말 곤혹스럽게 됐을 때 통일전선 차원에서의 교류협력을 제의해서 한국을 잡아주는 형식으로 평화선전 공세를 하는 쪽으로 가면, 북한 주도로 일본하고도 되고 한국 정부도 다루는 그런 틈을 봤다, 그렇게 생각됩니다.”

곽 대표는 북한이 일본과 안전보장 협상을 하면서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에 일본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된다면 한-일 관계가 더욱 분열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이 북-일 대화를 강조하는 등 동북아시아 체제를 다른 측면에서 끌고 나가려는 전략을 펴고 있는 만큼 이로 인해 북한이 활동할 수 있는 측면이 상당히 넓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한상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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