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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동맹 연습’ 명칭 변경 가능성…“안보 약화 우려·전작권 환수 대비용”


지난 2017년 4월 미-한 '맥스선더'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공군 F-16 전투기들이 한국 군산 공군기지에서 이륙 대기 중이다.
지난 2017년 4월 미-한 '맥스선더' 연합훈련에 참가한 미 공군 F-16 전투기들이 한국 군산 공군기지에서 이륙 대기 중이다.

한국 정부가 다음달 예정된 미-한 연합훈련 이름에서 ‘동맹’을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실용적 측면을 감안한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미-한 연합훈련의 의미가 축소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안소영 기자입니다.

미-한 군 당국이 다음달 5일부터 보름 동안 연합연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명칭은 ‘동맹 19-2’로, 기존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을 대체하는 훈련입니다.

매년 상반기 열리는 ‘키 리졸브’도 올해 초, 연합훈련이란 의미의 ‘동맹 19-1’로 명명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군 당국이 다음달 예정된 미-한 훈련 명칭에서 ‘동맹’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신 ‘전시작전권 검증 연습’으로 그 이름이 바뀔 것이란 전망입니다.

내용도 한국군인 미한연합사 부사령관이 임시로 사령관 역할을 맡고, 주한미군사령관이 부사령관 역할을 맡는 등 전작권 전환에 집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작권 전환 후 미래연합군사령부 체제를 가정한 겁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외무성 담화가 미-한 훈련 명칭 변경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16일 북한 외무성은 ‘동맹 19-2’가 현실화하면 미-북 실무 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22일 VOA에, 북한의 비난을 의식해 동맹 훈련의 명칭을 바꾸는 것은 안보 주권 포기나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이름을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거든요. 근본적인 문제는 이름 바꾸는 것 가지고 북한이 뭐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사실 어떻게 보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트집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의 요구에 따라서 우리가 계속해서 이름을 바꾸거나 하면 나쁜 선례는 남기는 겁니다.”

신 센터장은 명칭이 변경되면 북한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주장이 통한다고 믿으며 미-한 훈련에 대한 강도 높은 비난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비핵화 협상에서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 센터장은 이어 장기적으로 볼때 미-한 연합훈련의 의미가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칫 전쟁억제력이 약화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녹취: 신범철 센터장] “훈련의 이름을 바꾸더라도 내용은 진행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문제 제기를 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으로 연합훈련의 정신이 위축되고, 그런 것에서 오는 안보대비 태세가 약화될 수 있는 우려는 있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미-한 연합훈련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한 북한을 의식해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봤습니다.

미국과 조속히 실무 협상에 나서라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카드일 수도 있지만, 전작권 전환 과정의 일환일 수 있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2, 3단계 검증을 거쳐 오는 2022년 5월 안에는 전작권 환수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계획대로라면 그 이후에는 전작권 전환 검증을 위한 미-한 연합연습은 필요없게 된다는 것이 조성렬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녹취: 조성렬 연구위원] “전작권 전환을 위한 CPX 훈련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외무성 담화와는) 무관하다라고 보여지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이것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지, 기존 북한과 미국의 합의 사항은 아닌 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연습은 연합지휘소연습 CPX 형태로 병력과 장비를 가동하지 않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으로 진행합니다.

또 처음으로 한국 군의 전작권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작전운용 능력 평가가 이뤄집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한 훈련 명칭 변경은 북한을 의식한 ‘수위 조절용’일 수도 있지만, 전작권 환수에 대한 실용적 측면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조한범 연구위원] “사실은 한-미 동맹의 큰 현안은 전시작전권 환수에요. 그리고 이후에 한-미 동맹의 효율적인 유지, 이런 부분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동맹이라는 얘기를 뺀다고 해서 꼭 북한을 의식했다기 보다는 두 가지 면이 다 있는 거죠. 동맹이라고 했을 때 북한의 공세적인 이미지가 있는만큼, 그것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지만, 실용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전작권 환수를 대비한 준비가 훨씬 더 중요한 상황이거든요.”

다만 조 연구위원은 한반도 상황은 당장 전작권 환수에 부합하는 환경을 확보하지는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 군의 핵심 군사능력과 북한 핵에 대한 초기 필수대응 능력을 갖추더라도, 최종 관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폐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한 훈련과 실무 협상을 연계시킨 북한의 반응을 지켜볼 필요는 있겠지만, 훈련 명칭을 바꾼다고 해서 당장 북한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무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미-북 간 비핵화에 대한 이견이지 연합연습 때문이 아니라는 겁니다.

[녹취: 조한범 연구위원] “대남, 대미 빌미인 거지 이 정도의 연습을 가지고 지금 판을 깨거나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비핵화 협상에서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는 빌미로 사용하고, 또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편에 서기를 바라는 것이지 명칭을 바꿨다고 해서 나오고, 안 나오고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이런 가운데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북한의 대미 외교라인이 구축되지 않아 실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조성렬 연구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에 외무성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아직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 등 조직 정비가 완료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국방부는 “미-한 연합훈련의 명칭과 시기 등은 미국과 협의를 통해 확정할 것”이란 입장입니다.

노재천 국방부 부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같이 밝히고, 현재 미-한 군사당국은 전작권 전환을 위해 기본 운용능력 검증을 위한 후반기 연습 시행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VOA 뉴스 안소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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