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미 전문가들 “실무회담 재개 사실상 어려워져...북 비핵화 의지도 의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군사분계선 북측 지역에 함께 서있다.

미국의 전직 당국자들과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이 미-한 연합훈련을 문제 삼으면서 미-북 실무 협상 재개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는 주장과, 핵실험 중단에 상응하는 미국의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함지하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 회담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it is a sign that they're not willing to resume talks...”

힐 전 차관보는 17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실무 회담과 연계한 건 대화 재개 의지가 없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문제 삼은 군사훈련이 이전보다 훨씬 축소된 사실을 지적하며, “북한의 위선은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 과정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이 올해 말에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플랜 B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강요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중국과 더 많은 협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6일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오는 8월로 예정된 미-한 연합군사훈련을 현실화한다면 미-북 실무 협상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양측이 2~3주 내에 실무 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는데, 보름 만에 협상 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이 나온 겁니다.

힐 전 차관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도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녹취: 힐 전 차관보] “I think North Korea sees these talks not as...”

북한은 미국과의 회담을 비핵화 협상으로 보고 있지 않으며, 대신 ‘핵 제한’ 협상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 제한을 대가로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고, 따라서 앞으로 전진할 만한 기초는 현재 다져지지 않은 만큼 현 상황이 “비관론을 펼 이유가 충분한 시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도 북한 외무성의 담화로 실무 회담은 어려워지게 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미국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뒤로 물러나는 전형적인 북한의 전술이라는 겁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At the DMZ meeting, I thought it appeared...”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판문점에서 고위급 실무 회담에 합의한 것으로 보여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재 북한이 많은 잡음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힐 전 차관보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낮게 해석했습니다.

[녹취: 매닝 선임연구원 5:23] “I don’t think they want to get rid of...”

북한이 핵 포기를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이며, 대신 이스라엘과 파키스탄처럼 정상적인 국가로서 핵무기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최근 일각에서 제기되는 북한의 핵 동결과 일부 제재 완화를 교환하는 방식은 궁극적으로 미국이 협상에서 지렛대를 잃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매닝 선임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담화는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라면서, 미-한 군사훈련 축소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클링너 선임연구원] “It’s trying to divide Washington and Seoul...”

그러면서, 이번 전략은 미국과 한국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일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이 미국을 압박해 군사훈련을 더 줄이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 1년 전 싱가포르에서 미-한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선언한 이후 12개의 훈련이 중단됐다는 점을 상기시켰습니다.

아울러 이미 대화에 합의해 놓고 대화가 시작되기 전 무언가를 협상하려 하는 건 북한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따라서 실무 협상과 관련된 북한의 입장 표명에 당황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긴 늘 어렵다”면서도,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상응 조치를 기대한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자누지 대표] “I think it's fair to say that the North Koreans expect...”

자누지 대표는 ‘긴장 완화 조치’라는 측면으로 볼 때 북한은 대화 기간 중 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했고, 미국도 즉각적으로 높은 단계의 연합군사훈련을 멈추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오는 8월 미국이 중요한 훈련을 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불쾌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겁니다.

자누지 대표는 미-한 연합훈련이 대화를 중단시킬지 여부를 알기 어렵다면서도, 양측은 대화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양측이 대화를 위해 큰 조치들을 시행해 온 만큼, 이번에도 실무급 회담이 열리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 문제에 있어 ‘서두르지 않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선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힐 전 차관보는 시간을 매우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라면서, 북한이 무기 실험을 재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급하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합리적인 시간표를 설정한 상태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무기 실험이 중단된 현 상황에 만족하는 발언을 자주 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2020년 선거 전까지 상황을 최소화한 상태로 관리하는 것이 목표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비핵화 보다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목표라는 주장입니다.

따라서 매닝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와 다를 게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매닝 연구원] “This is the Trump version of Strategic...”

클링너 선임연구원도 ‘급하지 않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 ‘전략적 인내’처럼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가 지속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결과적으로 어떤 진전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도 “북한은 미국의 정치시스템을 매우 잘 알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가 내년이면 끝난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종종 이번 대통령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다음 대통령을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고 밝혔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대선이 실시되는 내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문제와 관련한 운신의 폭이 올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함지하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