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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문답] 미 하원 첫 상정 대북 밀수 단속 법안…‘해상의 방코델타아시아 사태’ 가능성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가 지난 5월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항에 정박해 있다.

미 하원에서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도 북한이 유류와 석탄에 대한 불법 환적을 크게 늘리며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입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법안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하원이 추진하는 법안의 이름이 ‘대북 밀수 단속 법안(North Korea Smuggling Enforcement Act)’인데요. 미 의회에서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를 겨냥한 법안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6년 발효된 첫 대북 제재법인 ‘대북 제재와 정책 감독법(NKSPEA)’ 205조에 불법 해상 거래 단속 조항이 있지만, 적용 범위가 모호하고 행정부 자체 판단에 큰 여지를 남겨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새 법안은 이 조항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기존 대북제재법에 대한 수정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의회가 추진한 대북 제재 법안은 금수 조치에 초점을 둔 ‘리드액트’와 금융 거래 차단에 초점을 맞춘 ‘브링크액트’, 이렇게 두 건이었는데 이번 새 법안까지 더해 총 3건이 됐습니다.

진행자) 이런 법안 추진은 이미 예고됐던 것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비확산 소위원장인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는데요. 셔먼 위원장은 지난 3월 말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와 관련해, 의회 차원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와 관련된 추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증인으로 출석한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의 휴 그리피스 전 조정관의 발언도 힘을 실었습니다. 그리피스 전 조정관은 북한이 석유제품과 석탄에 대한 불법 선박 간 환적을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계속해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며, 은행과 보험회사의 규정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언했습니다.

진행자) 그런 조언이 법안에 반영된 것이군요?

기자) 네. 법안은 북한의 불법 해상 거래 활동 중 특히 선박 간 불법 환적 차단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은행과 같은 금융기관과 보험회사들이 가입된 선박과 정유회사 등 고객들이 제재를 이행하고 있는지 철저히 감시하도록 요구한 겁니다. 또 선박 등록이 쉬운 나라들과 함께 감시 활동을 강화하도록 했는데요. 선적을 관리하는 방법이 나라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대리회사가 소유하거나 운용하는 특정 선박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면 파나마와 같이 선박 등록이 쉬운 나라들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은행과 보험회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규정을 적용하는 건가요?

기자) 금융기관과 보험회사는 통상 계약을 설정할 때 법적으로 ‘주의 의무(Due Diligence)’ 규정을 적용 받는데요. 기본적으로 미국이 지정한 ‘고위험’ 선박 또는 개인에 대해 ‘특별한 주의 의무(Enhanced Due Diligence)’를 기울이도록 했습니다. 이를 통해 이들의 해상 활동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한 겁니다. 미 정부는 이 ‘고위험’ 목록을 30일마다 갱신해야 하는데요. 인도적 지원 제공 외의 목적으로 북한 영해 또는 항구에 들어오거나, 북한 국적의 선원 또는 북한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해당됩니다. 공해상에서 안보리 결의에 위반되는 선박 간 환적 활동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도 대상입니다.

진행자) 선박자동식별장치, 즉 AIS를 끄고 움직이는 선박도 해당되는 겁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법안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보험에 가입된 선박이 의도적으로 AIS를 끌 경우, 보험을 취소하는 계약 규정을 만들 수 있게 된 겁니다. 국제해사기구, IMO는 위급한 상황을 제외하고 전 세계 선박들이 상시 AIS를 켜고 운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어 북한 선박 등이 AIS를 끈 상태로 운항하며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습니다.

진행자) 최근 미 정부가 압류한 ‘와이즈 어네스트’ 호도 그런 경우였죠?

기자) 그렇습니다. ‘와이즈 어네스트’ 호는AIS를 끈 상태로 운항 중이었고, 북한과 시에라리온에 선박을 이중등록한 것도 문제였는데요. 법안은 이런 이중등록이나 선박명과 다른 고유식별번호를 이용하는 이른바 ‘선박 세탁’에 관한 우려를 반영해, “3년 이내 세 번 이상 재등록 또는 선명 변경이 이뤄지는 선박”도 고위험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런 선박을 보험에 가입시켰거나 등록한 개인도 고위험 대상입니다.

진행자) 이런 선박이나 개인의 미국 달러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도 담겼는데요. 해상 거래와 관련한 가장 강력한 조치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입안될 경우 파급효과가 상당할 전망입니다. 미국 은행과 같은 국내 금융기관이나 단체가 이런 선박이나 개인의 차명계좌 또는 환계좌 유지,개설을 제한하는 등 돈세탁 우려로 인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화한 조항 때문입니다. 과거 방코델타아시아(BDA) 제재 사태와 같은 상황이 해상 거래와 관련해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밖에 고위험 선박이나 개인을 고객으로 할 경우, 은행이나 보험회사는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실로부터 의무적으로 면허를 발급 받아야 하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진행자) 법안 통과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통과 가능성이 높지는 않습니다. 보통 제재 관련 법안은 장기간 논의와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는데, 이 법안은 이번에 처음 나온 데다가 하원 국방수권법안의 수정안 형태로 추진돼 논의 시간이 충분치 않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이조은 기자와 함께 하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북 밀수 단속 법안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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