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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치권, 대북 협상 다시 주요 관심사 부상…하반기 민주당 정치공세 강화 전망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미국 워싱턴의 연방 의회 건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회동을 계기로 미-북 협상이 다시 미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대선 국면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대북 협상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치 공방이 더욱 첨예해질 전망입니다. 이조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DMZ 회동’ 직후 북한 문제가 미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한동안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잠잠했던 척 슈머 상원 민주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맹비난했습니다.

슈머 대표는 1일 ‘CNN’ 방송에 출연해 “(DMZ 회동은) 미 외교 역사상 몇 안 되는 최악의 일 중 하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대가 없이 독재자인 김정은의 위상만 올려줬고, DMZ 회동도 결국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자존심을 치켜세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치적으로 내세우는 북한 문제가 언제 어떤 형태로든 미 정치권의 첨예한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 건 내년 대선을 앞둔 국내정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민주당 경선 후보들은 일제히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회동을 ‘정치 쇼’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북한과의 “(대화를) 계속 시도한다고 해서 불리할 건 없다”며 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에 맞섰습니다.

이런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정치공방 소재로 거론되는 상황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과 같은 정상급 외교 행보를 적극 이어갈 경우, 민주당의 정치공세는 더 거세질 전망입니다.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
엘리엇 엥겔 미 하원 외교위원장.

하원 외교위원장인 엘리엇 엥겔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또 한 번의 미-북 정상회담이 성공할 것으로 믿을 이유가 없다”며 “실무급 협상에서 80% 정도 합의가 돼 양측 정상이 만나 봉합만 하면 되는 상황이 아닌 이상 추가 정상회담은 실수”라고 밝혔습니다.

[녹취:엥겔 위원장] “Unless there's something the President knows that I don't know, I have no reason to believe that this will succeed that third time around, unless there's, you know, some kind of discussion I don't know about…”

엥겔 의원은 또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완전히 혼란스럽고, 미국이 지고 있는 정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치 상황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이어지는 의회 내 움직임도 있습니다.

올 상반기 대북정책에 대한 의회의 기조는 ‘대화와 압박 병행’이었습니다.

다만, 의회는 행정부가 이끄는 북한과의 협상 진행 상황을 대체로 관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상반기 끝 무렵에 접어들며 그동안 예고해왔던 대북 제재 강화 법안들을 일제히 추진하는 등 대북 추가 조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은 지난 회기 처리되지 못했던 이른바 ‘웜비어법’으로 불리는 대북 제재 강화 법안, ‘브링크액트’를 국방수권법안에 포함시켰고, 최근 상원은 이를 통과시켰습니다.

이어 지난달 28일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도 지난 회기 폐기된 또 다른 대북 제재 강화 법안, ‘리드액트’를 재상정했습니다.

크리스 밴 홀른 민주당 상원의원.
크리스 밴 홀른 민주당 상원의원.

밴 홀런 의원은 지난 1월부터 비핵화에 진전은 없고, 경제 제재 체제에 구멍은 많다며 제재 강화 법안 재상정 방침을 예고했었습니다.

[녹취:밴 홀런 의원] “All the information suggests that we are not making a lot of progress in that direction and that there's been a lot of leakage in the economic sanctions regime.”

이밖에 상하원은 각각의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 감축 하한선을 지난 회계연도에 설정했던 2만2천 명보다 많은 2만8천500명으로 설정했습니다.

지난해 6월 1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부터 지속돼온 주한미군 감축 우려를 또 한 번 반영한 조치입니다.

의회는 비핵화 협상의 핵심 쟁점인 제재 문제에서도,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을 반영한 법적 장치를 촘촘히 마련하고 있습니다.

‘브링크액트’에는 기존 대북 제재법이 명시한 제재 해제 조건을 그대로 따르는 내용이 포함됐고, ‘리드액트’에도 대북 제재 해제 전 의회의 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상하원에서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된 ‘대북정책 감독 법안’에는 미-북 합의를 협정 형태로 만들어 상원 인준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는데, 대북 제재 완화 문제 등에 대한 의회의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
코리 가드너 공화당 상원의원.

이와 관련해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가드너 의원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은 국제법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가드너 의원] “An incremental approach doesn't meet what's under the command of international law. And it doesn't line up with promises that North Korea has made. North Korea said they would denuclearize. Until they take concrete steps towards denuclearization, nothing should change…”

단계적 접근은 (유엔 결의 같은) 국제법 요구에도, 북한이 한 비핵화 약속과도 일치하지 않으며, 북한의 구체적 비핵화 조치가 있기까지 어떤 변화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하반기 의회가 처리해야 할 북한 관련 사안들도 남아있습니다.

먼저 브링크액트가 포함된 상원 국방수권법안은 이달 하원 본회의 표결을 거치는 하원 법안과 조정 합의를 거쳐, 오는 9월 말까지 통과시켜야 합니다.

`리드액트’를 포함해 의회에 계류 중인 법안과 결의안도 여러 건 있습니다.

하노이 회담 직전 하원에서 발의된 한국전쟁 종전 촉구 결의안은 꾸준히 지지세를 넓히며, 현재 34명의 지지 의원을 확보했습니다.

하원의 이산가족 상봉 우선 법안과 미-한-일 연대 지지 결의안도 지지세를 넓히며 현재 지지 의원 수가 각각 24명, 17명입니다.

가장 빠른 속도로 지지세를 넓히고 있는 하원의 북한 수용소 철폐 촉구 결의안에는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56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VOA 뉴스 이조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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