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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39호실 관리 “북한, 석탄수출·유류환적 심각…공급자·시장 원천 차단해야”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가 지난해 5월 세계 각국 최고경영자 모임인 ‘The Business Council’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
전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리정호 씨가 지난해 5월 세계 각국 최고경영자 모임인 ‘The Business Council’ 회의에서 강연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싱가포르 등을 오가며 북한의 대외무역 판로를 개척했던 전 북한 고위 관리가 대북 제재의 누수 현상이 심각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에 소속돼 여러 북한 외화벌이 기관 대표와 해외 지사장을 지낸 리정호 씨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석탄 수출 정황이 여전하고 불법 환적은 국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공급자와 시장을 원척적으로 차단하는 제재가 시급하다고 밝혔습니다. 백성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정호 씨는 유엔이 규정한 대북 정제유 공급 상한선 50만 배럴이 준수되기만 해도 북한은 큰 타격을 받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북한이 대북 제재 이전에 수입하던 정제유 수량은 매해 30~40만t입니다. 그런데 정제유 수입을 50만 배럴로 제한하면 이전 수입량의 25%도 안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의 경제는 물론 군대를 비롯한 모든 부분의 정상적인 활동이 멈추게 됩니다.”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를 지낸 리정호 씨는 8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에 따라 허용되는 정제유의 7.5배 이상인 378만 배럴을 수입했다는 미 정부의 추산을 주목했습니다. 50만t에 이르는 양인데, 대북 제재로 대폭 줄어든 외환 수입 총액의 2배 가까운 자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녹취: 리정호 씨] “대북 제재로 자금줄이 다 막혀 있기 때문에 50만t의 경유를 수입하였다는 것은 보통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50만t의 경유 대금은 약 3억2천~4억 달러에 달하는데 그 많은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 의심됩니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북한 수출액은 약 2억1천만 달러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수입한 경유 대금은 그 2배 가까이 됩니다.”

2014년 북한을 탈출해 현재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리 씨는 북한 39호실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등을 거쳐 2014년 망명 직전엔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을 지냈으며 2002년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습니다.

리 씨는 북한의 대외무역 종사자들로부터 제재 때문에 대폭 축소된 외화 수입을 만회하기 위해 각종 편법과 은밀한 거래가 활발히 진행된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석탄을 비롯한 제재 품목의 반출이 증가 추세에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리정호 씨] “최근 북한 소식에 의하면 북한산 석탄이 중국 남방 지역에 많이 수출되고 있고, 금과 수산물을 비롯한 밀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재 품목을 피해 시계를 비롯한 다른 품목으로 임가공 무역을 늘리면서 지난해 보다 수출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정권은 해상에서 불법 환적으로 충분한 양의 정제유를 확보함으로써 제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있습니다.”

리 씨가 가장 심각한 제재 회피 행위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북한의 불법 해상 활동입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3월 21일 국무부, 해안경비대와 공동으로 발행한 대북 해상거래 주의보에서 지난해 북한이 불법 해상 환적을 통해 얻은 정제유를 263차례 자국 유조선에 싣고 들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이 허용한 연간 50만 배럴보다 훨씬 많은 최대 378만 배럴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추산은 여기서 비롯됐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이것이 사실이라면 상상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을 하는 회사들은 자칫하면 한번에 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선박 회사들이 높은 비용과 고도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263차례나 불법으로 환적을 했다는 것은 믿기 어렵습니다. 북한에서 선박 무역에 오래 종사한 경험에 비춰볼 때 어떤 정부 차원에서 조직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리 씨는 미 재무부로부터 북한 선박에 불법으로 정제유를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 선박 ‘루니스’호와 또 다른 환적 의심 한국 선박 ‘피 파이어니어’호의 예를 들면서, 제재의 구멍을 막기 위해선 국적을 불문하고 해당 선박에 대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리정호 씨] “사실 선박을 조사하는 것은 매우 간단하고 명백합니다. 배에는 언제, 어디서,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왜 라는 6하원칙의 증거자료들이 선장실과 항해실, 기관실과 갑판을 비롯한 여러 곳에 다 기록돼 있고 선하증권들이 다 보관돼 있습니다. 심지어 선원들의 선원증 기록에도 어느 나라 어느 항구에 가서 얼마나 머물렀는지 다 기록돼 있습니다. 어느 한 두 개의 문서를 위조한다고 지워지지 않습니다.”

리 씨는 39호실에서 활동하는 동안 대북 제재의 파급 효과와 허점을 동시에 경험했다며, 선박 간 환적을 막기 위해선 북한에 정제유를 제공하는 공급자와 시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루니스’호와 ‘피 파이어니어’호 등 불법 환적에 연루된 선박들을 용선한 회사들과 거래 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뒤따라야 잇단 해상 불법 활동의 “허리를 자르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백성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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